[머니포커S] '풍전등화' 공기업 수장들
허주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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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9 | 0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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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한 문재인정부 내각 구성이 완료되며 공공기관·공기업·산하연구기관 수장 교체작업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설립·운영되는 공공기관은 9월 현재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88개, 기타공공기관 207개 등 330개다. 각 기관의 장은 기관별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한 뒤 대통령이나 주무부처의 장이 임명하는 구조여서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정권교체 때마다 새정부 코드인사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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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익환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 임수경 한전 KDN 사장. /사진제공=한국광해관리공단 |
◆공공기관장 교체 바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새 수장을 모집하는 공공기관은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한국가스공사 ▲교통안전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임업진흥원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국민연금공단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국방과학연구소 ▲국립암센터 ▲전남대학교병원 ▲중소기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20여곳이다.
공공기관장 임기만료(3년)로 새로운 수장을 모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임기가 남았음에도 자의반 타의반 물러난 경우도 적지 않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7월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하며 공공기관 수장 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김 사장은 2013년 취임 후 한국도로공사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도록 이끌었지만 새정부가 자리를 잡는 시점에 돌연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박근혜정부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설립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던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친박 핵심인사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인 홍순만 코레일 사장도 같은 달 각각 임기를 1년, 2년가량 남기고 자진사퇴했다.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임기가 오는 12월까지지만 직원 채용비리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정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박 사장의 사표수리나 해임여부는 검찰 수사 종료 후 결정될 예정이다.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공기관장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교체리스트 1순위로 거론되는 이들은 친박계 인사와 비위행위를 저지른 인사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자진사퇴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버티고 있는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11월),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12월)은 임기만료와 함께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감사원으로부터 채용비리 사실이 적발된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백창현 대한석탄공사 사장, 우예종 부산항만공사 사장도 유력한 교체 대상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비위행위가 적발된 공공기관장에 대해선 사표 제출을 통보했거나 통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적폐 공공기관장으로 지목한 10명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지난 7월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촛불혁명의 준엄한 명에 따라 새정부가 출범했지만 박근혜정부에 부역한 많은 수의 공공기관장이 공공대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유제복 코레일유통 대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등을 적폐인사로 규정했다.
공대위가 밝힌 적폐 공공기관장 기준은 ▲국정농단 세력 또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기관장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을 위해 불법행위를 자행하며 성과연봉제 폐기 등 새정부의 정책수행을 거부한 기관장 ▲국정농단 세력에 적극적으로 부역한 전력이 있는 기관장 등으로 앞서 언급한 인사 외에 5명(홍순만 코레일 사장,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이미 사임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임수경 한전 KDN 사장(10월) ▲이석순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10월) ▲김익환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10월) ▲유상희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11월) ▲김재홍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12월) 등도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후 공공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국정철학을 공유했는데 이를 통해 같이 갈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정철학이 맞지 않으면 공공기관장을 바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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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유상희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 /사진=뉴스1, 뉴시스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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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인사 낙하산 재현?
정치권 안팎에선 새정부 출범 후 국무조정실이 나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관장 평판조회를 실시해 교체대상자를 추렸고 새정부 탄생에 공을 세웠으나 아직 특별한 보직을 받지 않은 이들이 대거 새로운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여당 관계자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거나 전 정권이 임명한 공공기관장 중 30% 이상이 교체될 예정으로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 대상이 1순위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돈다”며 “이미 알아서 물러난 인사도 많아 개국공신 중 빈자리를 노리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전 정부 인사들은 10월 국정감사 이후 교체작업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공공기관장에 대한 교체작업 후에는 낙하산 임원들에 대한 물갈이도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기업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장은 구조적으로 정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적 중심의 평가라는 정당한 명분에 의한 교체가 아닌 코드인사 중심 교체가 단행된다면 적폐청산을 내세운 이번 정부도 적폐세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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