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의 경영 패러다임이 제네릭(복제약) 생산·판매 위주에서 신약 개발로 바뀌는 가운데 여전히 국산 신약의 성적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산 신약은 1999년 7월 SK케미칼 항암제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지난 7월 허가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주’까지 29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0년대 이전 1개, 2001~2010년 14개, 2011년 이후 현재까지 14개 등으로 신약 개발에 가속도가 붙는 추세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5개

하지만 상품성을 갖춘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손에 꼽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2016년도 의약품 등 생산실적표’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실적이 100억원이 넘은 신약은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정’(507억원) ▲LG화학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정’(315억원) ▲일양약품 항궤양제 ‘놀텍정’(186억원) ▲종근당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정’(161억원) ▲한미약품 항암제 ‘올리타정’(101억원) 등 5개 품목에 불과하다.


삼성제약 항암제 ‘리아백스주’는 2015년 생산실적이 267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생산실적이 전무했다. 또 ▲SK케미칼 항암제 ‘선플라주’ ▲동화약품 항암제 ‘밀리칸주’ ▲CJ제일제당 농구균예방백신 ‘슈도박신주’ ▲JW중외제약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정’ ▲동아에스티 항생제 ‘시벡스트로정’ 등 5개 품목도 생산실적이 ‘0’을 기록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밀리칸주’와 ‘슈도박신주’는 개발 제약사가 시장성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허가를 자진 취하했고 1호 신약 ‘선플라주’는 이후 나온 의약품의 효능이 더 좋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제피드정’은 ‘비아그라’ 특허 만료와 시기가 맞물리며 쏟아진 제네릭에 힘을 쓰지 못하고 생산을 접었으며 ‘시벡스트로정’은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에서 승부하겠다는 동아에스티 전략에 따라 국내 생산실적이 전무했다.

이런 가운데 ▲종근당 항암제 ‘캄토벨주’ ▲유한양행 항궤양제 ‘레바넥스정’ ▲동아제약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정’ ▲부광약품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캡슐’ ▲대원제약 골관절염치료제 ‘펠루비정’ ▲일약약품 항암제 ‘슈펙트캡슐’ 등 6개 품목은 전년 대비 20% 이상 생산을 줄였다. 전체 신약 중 절반가량이 생산을 하지 않거나 생산량을 줄인 것이다. 


◆신약 절반가량 흥행 실패 

전체 신약 생산실적은 167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지만 이는 보령제약 ‘카나브정’(113억원, 28.5%↑), LG화학 ‘제미글로정’(118억원, 59.9%↑), 종근당 ‘듀비에정’(56억, 53.8%↑) 등 소위 잘나가는 특정 품목의 영향이 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신약을 개발했지만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며 “국내시장에서 상품성 있는 신약이 한손에 꼽힌다는 것은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