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빈농 탈출법] ‘연금 농사’를 지어라
박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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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촌이 고령화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61%에 그친다. 농촌 노인 대다수가 기초연금에 기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연중기획시리즈 ‘노후빈곤, 길을 찾다’를 마련했다. 이번호에는 농민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사례를 통해 농촌에서 소득을 올리는 노하우를 알아보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농촌 노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또 최근 사회트렌드로 부상한 귀농·귀촌 성공을 위한 실전 팁도 소개한다.<편집자주>
농촌 노인들은 대부분 자산을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 부채는 늘어나는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외 별다른 노후대책이 없다 보니 막연한 두려움에 정성껏 가꾸고 키워온 농지와 가축을 팔아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나마 보유한 농지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제약이 많다. 이에 <머니S>가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농촌 노인 2명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송아지 생산으로 수익… 농지연금 활용
# 3000평 규모의 농지에서 벼농사를 지으며 소 10마리를 사육하는 60대 A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소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농지를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은 상태다. 계속 빚을 갚아야 해 노후자금 마련은 언감생심. 올 들어 소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구제역이 언제 또 발생할지 몰라 늘 불안하다. 지금이라도 소 10마리를 모두 팔아야 할지 고민이다.
☞ 한우를 전매하기보다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을 권한다. 한우 사육을 그만두면 벼농사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농사소득만으로는 생활비조차 충당하기 어려워서다. 반면 소 사육에 따른 지속적인 송아지 생산은 A씨의 대출상환과 노후대비 재원 마련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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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함형서 기자 |
농협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한우 평균값은 4~5개월령 암송아지 241만원, 수송아지 345만원으로 집계됐다. 6~7개월령은 암송아지 302만원, 수송아지 383만원이다. 350㎏ 암소와 수소는 각각 377만원, 346만원이며 600㎏ 암소와 수소는 각각 543만원, 46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주춤했던 소값이 올 들어 회복세로 이어지면서 안정세를 보인다. 정부의 한우 번식 감축정책 이후 수급이 점차 안정된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된다면 송아지 생산을 통해 부채를 꾸준히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소 사육으로 부채가 계속 불어난다면 소를 한꺼번에 팔기보다 마릿수를 조금씩 줄이는 게 현명하다.
문제는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 마련이다. 자녀에게 토지를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면 농지연금을 고려하자. 농지연금을 활용하면 앞으로 A씨가 매월 쓰는 생활비(100만원)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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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연금은 농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일정 기간(5·10·15년 또는 종신형 중 택1) 연금을 수령하는 ‘농촌형 역모기지제도’로 만 65세 이상, 영농경력 5년 이상인 농업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농지연금을 통해 매달 지급되는 돈은 가입연령, 담보농지평가가격으로 산정된다. 예컨대 농지 평가액이 2억7000만원일 경우 65세 농민은 96만5000원(종신형 기준)을 매달 지급받는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농지연금에 가입하면 담보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임대해 연금 외 추가소득을 올릴 수 있고 6억원 이하 농지의 경우 재산세를 100% 감면받을 수 있다”며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배우자가 계속해서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수령해온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에 농지연금까지 더하면 안정적인 노후대비가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지상속으로 세 부담 낮추고 즉시연금 고려
# 논 5000평과 밭 1000평에서 벼와 고추를 재배하는 70대 B씨는 농사소득을 착실히 모아 현금자산을 1억원가량 확보했다. 현재 몸이 불편해 조만간 농사일을 그만두고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아들에게 농지를 물려줄 생각이다. 하지만 농사를 그만두면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걱정이다.
☞ 보유토지를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다면 세 부담이 큰 증여보다 상속을 추천한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자녀가 토지를 물려받으면 되도록 그 땅에서 직접 농사짓는 게 좋다”며 “자녀가 직장생활을 하는 상황이라면 급하게 증여하는 것보다 상속하는 것이 세금면에서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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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차용현 기자 |
농지를 상속받으면 자녀는 해당 농지를 임대·사용대(무상임대) 등의 형태로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기 목적이라는 의심을 받아 농지처분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처분의무통지를 받더라도 성실하게 경작하면 처분명령을 유예(3년)받고 그 기간이 지나면 처분의무가 소멸된다.
또 해당 농지를 양도할 때 증여방식일 경우 자녀가 8년간 농사를 더 지어야 자경농민 자격으로 양도세를 감면받지만 상속 방식으로 전달하면 부모의 경작기간이 합산돼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다. 가령 부친이 직접 경작하던 농지를 자녀가 상속받아 1년 이상 농사를 지어 부친의 자경기간과 합쳐 8년 이상을 채우면 양도세가 100% 감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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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처럼 농지를 자녀에게 물려주면 농지연금을 활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엔 입출금통장에 묶어둔 현금자산 1억원을 노후소득의 원천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1억원 가운데 5000만원을 즉시연금(종신형)에 넣고 매달 월급처럼 받는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다음달부터 바로 월급처럼 연금을 받는 보험상품이다. 원금손실 위험이 거의 없고 최저보증금리를 적용하며 비과세혜택도 제공한다. 다만 매월 변동되는 금리를 적용해 수령금액이 변경되고 중도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초기 납입액보다 적을 수 있다.
나머지 5000만원 중 3000만원은 MMF(머니마켓펀드)에 넣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MMF는 실적배당상품이지만 예·적금보다 이율이 높고 다른 상품보다 수익률이 안정적인 게 특징이다. 남은 2000만원은 비상예비자금으로 수시입출금상품에 예치하자. 이렇게 하면 즉시연금과 합해 앞으로 B씨가 매월 쓸 생활비(월 80만원)를 만들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9호(2017년 10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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