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뉴스1
/자료사진=뉴스1
추석연휴가 지나면 완성차업계에 노사갈등의 태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은 2개사뿐이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각각 8년, 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나머지 3사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은 추석연휴 이후로 협상을 미뤄놨는데 그간 갈등의 골이 깊어 봉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강경파 집행부’ 선택한 현대차 노조

현대차는 새 노조 집행부가 강경노선을 예고해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사는 앞서 박유기 전임 지부장 체제가 마무리되기 전에 임협을 타결한다는 목표로 협상 일정을 앞당기는 등 애써왔다. 하지만 9월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집행부 선거기간으로 넘어갔고 강경파 새 집행부가 선임됐다.


지난 29일 선출된 새 노조집행부는 선출 직후 추석연휴를 맞았다.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지만 연휴 이후 임단협에서 강경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집행부는 선출 이전부터 사측과 연내타결에 연연한 졸속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섭이 중단되기 이전 전임 집행부는 임금 15만4883원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경영악화로 인해 임금인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사측이 지난 8월16일 ▲기본급 동결 ▲3호봉 승급(평균 4만2879원 인상) ▲성과급 200%+100만원 지급 등의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집행부가 강경노선을 공약한 만큼 이전 집행부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제시하며 기싸움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측 역시 경영악화가 심각해 더 이상 진전된 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기아차, ‘통상임금’ 불확실성에 임단협 뒷전

기아차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10월말 현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 추석 이후 집행부 선출부터 해야하는 상황이다. 연휴가 지나도 협상을 시작조차 못하는 셈이다.


/자료사진= 뉴스1
/자료사진= 뉴스1

게다가 통상임금 소송이라는 벽이 노사를 완전히 갈라놓은 상태다. 지난 8월말 선고된 1심 판결에 대해 노사 양측은 모두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사측은 1심에서 주장한대로 회사의 어려운 재정상황 등을 내세우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강조할 예정이다.

노조는 휴일 중복할증과 일반직 근로자의 특근 수당 등 1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측은 통상임금 영향에 따른 인건비 상승 부담을 이유로 잔업 중단과 특근 최소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노조는 이번 항소심과 별개로 3차 소송도 준비 중이다.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의 임금에 대한 소송으로 추가 개별소송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쉽게 풀릴 수 없는 통상임금 사태와 맞물려 기아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통상임금이라는 거대이슈의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임단협의 의미가 사라진다”며 “올해를 넘기는 것은 물론 더욱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신뢰 잃은 한국지엠 노사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사진=한국지엠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 역시 임단협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앞서 제기된 철수설과 맞물려 노조의 투쟁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카허 카젬 신임사장이 강경행보를 고수해 갈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현재 노조는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과 통상임금(424만7221원) 500% 성과급 지급, '8+8주간 2교대제'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지난 18차 교섭에서 내놓은 기본급 5만원 인상과 성과급 1050만원 등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교섭이 파행한 뒤 노조는 연휴에 앞서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부분파업과 특근거부를 감행하는 등 사측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지만 추가안을 받아내는데 실패했다. 노조는 연휴가 지난 뒤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잇따른 철수설과 본사와의 불합리한 이익분배 논란 등으로 신뢰가 사라진 것에서 기인한다”며 “노사 모두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제스처를 취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