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자동차업계의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 간 불공정무역의 대표사례로 자동차를 자주 거론했기 때문에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민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4일(현지시간)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2차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개정협상하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우리 측은 이날 “한·미FTA가 양국 교역과 투자를 늘리는 등 상호호혜적으로 작용했으며 지난 5년간 관세철폐 효과로 미국산 제품의 한국 수입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미FTA와 관련한 각종 이행이슈와 일부 협정문 개정사항을 제기했고 우리도 이에 상응하는 관심사항을 함께 전달했다. 그 결과 양측은 자유무역협정의 개정 필요성에 동의했고 앞으로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한·미FTA가 양국의 이익을 늘려온 만큼 재협상에서 결코 쉽게 물러서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관세율이 조정되면 양국의 손해가 불 보듯 뻔하며 국내 자동차부품업체 등 중소 수출기업의 피해가 우려돼서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되 우리도 실익을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개정 요구한 미국, 정말 손해였나

미국은 2012년 FTA가 발효된 이후 대한국 무역수지가 악화된 점을 강조한다. 특히 미국에 대해 200억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하거나 편향적인 환율개입이 의심되는 국가는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와의 무역적자 규모가 200억달러를 초과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FTA 발효 전후 5년 평균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출변동을 살펴보면 미국의 주장처럼 FTA 발효 이후 자동차산업이 제조업의 수출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산업의 대미 수출은 FTA 발효 이후 제조업 전체 증가분인 179억달러의 절반 이상인 92억달러가 늘었고 제조업에서의 비중도 2011년 22%에서 지난해 31%로 커졌다.

아울러 한국무역협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한국차 수입액은 154억9000만달러로 우리의 미국차 수입액 16억8000만달러보다 9배나 많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수입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탓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표면적으로 차이가 크지만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것. 미국의 전체 자동차수입에서 한국의 비중은 7.2%로 FTA 발효 이전 5.4%에서 1.8%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결국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수요 증가시점과 FTA 발효시점이 맞물리며 FTA 탓에 무역수지 불균형이 심화된 것처럼 보였다고 풀이할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 판매물량의 절반가량을 국내공장에서 소화한다. 현대차의 올 1~8월 미국 판매실적은 45만4733대로 지난해보다 12.7%나 감소했고 기아차도 8.4% 줄어든 40만5462대에 머물렀다. 2014년부터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북미수출용 닛산 로그 차종을 위탁생산하는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 올 1~9월엔 로그 8만9326대를 미국으로 내보냈다.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수입은 FTA 협정 발효 이후 지난해까지 4배 늘어 6만99대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수입차는 8%가량 줄었지만 미국차는 22% 증가했다.


한·미FTA 체결 당시 8%였던 우리나라의 수입관세는 FTA 발효와 함께 절반인 4%로 낮아졌다. 미국의 관세 2.5%는 4년간 유지됐고 지난해부터 양국 모두 관세가 사라졌다. 하지만 이번 개정협상의 결과에 따라 무관세원칙이 깨지면 양국 모두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잃는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수치를 비교하려면 양국의 시장규모나 관세율 조정시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여러번 언급된 것처럼 제품경쟁력과 세계 경기 흐름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머니포커S] 자동차업계에 닥친 '한·미FTA 개정'

◆체질개선 기회로 만들어야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1일 ‘한·미FTA 재협상이 총생산성에 미치는 효과’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한·미FTA가 양국 모두의 총생산성을 높여 당사국 간 수출증대효과를 늘렸다고 강조했다. FTA를 통해 양국 간 관세율이 인하되거나 없어질 때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최대 156억달러, 미국의 대한 수출은 최대 429억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미FTA가 노동생산성 개선과 기업의 기술진보를 유발, 양국의 총생산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정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FTA 체결은 당사국 간 생산성을 높이는 게 목표였지만 그동안 경제모형의 한계로 무역수지의 증감만으로 FTA 득실을 논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에서처럼 한·미FTA는 양국의 총생산성을 크게 증대시키는 상호호혜적인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미국에서 크게 나타남에도 미국의 수지가 악화되는 건 산업구조에서 기인한 문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FTA 개정논의가 본격화됨에 따라 완성차업체는 물론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1만여 2·3차 부품업체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완성차에 관세가 붙으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또 부품의 직접수출도 어려워진다.

이에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가 있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에 협상카드로 쓰기 좋은 자동차와 철강 등으로 문제제기를 한 뒤 농업 등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 할 것”이라며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해 파는 일본 등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다른 나라의 공장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어서 미국이 비관세장벽을 앞세울 상황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부품업체도 해외판로 다변화를 추구하며 특정브랜드와 특정지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0호(2017년 10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