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4500억 시장' 누가 빨아들일까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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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각 사
과거 무선청소기는 흡입력이 약하기로 악명 높았다.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여서 편리하지만 작은 모터 때문에 청소가 개운치 못했다. 편리한 듯 불편한 무선청소기가 최근 강력한 성능을 갖추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청소기시장은 4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청소기 전체는 200만대 규모로 이 가운데 무선청소기는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GFK의 조사결과 올 상반기(1~6월) 국내 진공청소기시장에서 무선청소기의 비중은 40.3%로 나타났다. 금액기준으로는 52.5%로 청소기 2대 중 1대가 무선청소기인 셈이다. 무선청소기시장은 금액기준 전년 대비 70% 이상 커졌다. 이에 업계는 한동안 무선청소기가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선청소기 열풍의 중심에는 다이슨이 있다. 다이슨은 모터가 손잡이 부근에 달린 ‘상중심 핸디스틱’ 방식의 무선청소기시장을 대중화한 주인공으로 꼽힌다. 2008년 국내에 처음 등장한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신제품 출시 때마다 고가전략을 고수하면서 매년 두배씩 판매량을 늘렸다.
◆무선청소기 돌풍의 주역
기세등등 시장을 빨아들이던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최근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 5월 42%에 달했던 다이슨의 점유율이 8월 22%까지 급락한 것. 이에 다이슨은 지난달 신제품 ‘V8 카본 파이버’를 출시하며 다시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인기 비결은 ‘싸이클론’이라 불리는 기술이다. 싸이클론은 강력한 원심력을 만들어 먼지를 공기의 흐름에서 분리, 먼지함에 저장한다. 이 방식은 기존 청소기의 핵심이자 단점으로 꼽힌 먼지필터를 없애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최근 출시한 V8 카본파이버는 기존 모델의 모터 컨트롤 전자부분을 전면 재설계, 흡입력을 115에어와트(AW)에서 155AW로 30% 향상시켰다. 다이슨 관계자는 “카본파이버에 탑재된 디지털모터 V8은 향상된 흡입력은 물론 기기 작동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을 잃지 않게 해준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는 다이슨이 전과 같은 압도적인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상당한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벽해 보이던 다이슨 무선청소기지만 소비자의 불만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이슨 무선청소기가 간과한 부분을 공략한다면 무선청소기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이슨 밀어낸 LG ‘코드제로 A9’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다이슨의 자리는 LG전자 ‘LG 코드제로 A9’(이하 코드제로)이 차지했다. 지난 6월 출시된 코드제로는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면서 다이슨을 밀어내고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코드제로가 출시된 지난 6월 이후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점유율이 약 15%로 줄어든 데 반해 LG전자는 30% 넘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1위에 올랐다.
제품 판매량을 발표하지 않기로 유명한 LG전자도 코드제로의 선전에 이례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8월 LG전자 측은 “코드제로가 출시 두달 만에 4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며 “출시 3주만에 판매량 1만대를 넘어선 것도 이례적인데 최근 들어 판매량에 속도가 붙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는 LG전자가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아쉬운 부분을 해결했기에 가능했다. 가장 대표적인 점은 착탈식 배터리다. 다이슨의 무선청소기는 배터리가 일체형이어서 배터리의 수명이 다할 경우 다소 큰 비용을 들여 교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드제로는 간단하게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다이슨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두개의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작동시간이 기존 40분에서 80분으로 늘어나 청소가 여유롭다.
코드제로가 인기를 끄는 이유로 ‘사후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무선청소기 인버터 모터 10년 무상보증을 선언했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스마트인버터 모터는 LG전자가 자체 개발·생산한 만큼 사후서비스에 강점을 지닌다”며 “부품 기술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파격적인 사후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파워건, 유일한 단점은 무게
LG전자가 예상 밖의 성적을 거두자 삼성전자도 지난달 ‘삼성 파워건’을 출시하며 무선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파워건은 앞선 두 제품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디지털 인버터 모터와 디퓨저 배기구조가 핵심이다. 디지털 인버터 모터가 항공기의 날개에 적용된 방식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디퓨저 방식으로 공기를 내보내 효율적인 청소가 가능하다. 밖으로 배출되는 공기는 5중 청정 헤파필터를 거치면서 초미세먼지도 99.9% 걸러진다.
여기에 인체공학 관절구조를 적용해 최대 50도까지 꺾이는 플렉스 핸들을 적용, 사용자가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도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할 수 있다. 나아가 듀얼 액션 브러시와 32.4V(볼트)의 배터리도 청소를 즐겁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상 생활환경에 밀접한 청소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용자”라며 “사용자들이 무선청소기 사용 시 가장 문제로 지적한 배터리 문제도 해결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 파워건은 3kg에 육박하는 무게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핸디스틱형 무선청소기를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소가 편리해서다. 하지만 파워건은 무게 때문에 주부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파워건을 사용하는 한 소비자는 “파워건의 유일한 단점은 제품의 무게”라며 “무거운 데다 흡입력까지 좋아 청소를 하고 나면 팔이 얼얼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1호(2017년 10월25~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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