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8세대 팬텀.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롤스로이스 8세대 팬텀. /사진=롤스로이스모터카 제공

“영국에 투자하세요”

주한 영국대사관과 영국 국제통상부가 우리나라에서 영국의 자동차산업 파트너 찾기에 나섰다. 지난 18일 론칭한 ‘오토모티브 이즈 그레이트’(Automotive is GREAT) 캠페인이 그것.


2019년 서울모터쇼까지 2년간 진행되는 이 캠페인에서 영국 자동차산업을 홍보하는 건 물론 영국과 한국 양국 자동차산업의 비즈니스기회를 모색하며 영국의 자동차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기 위해 기획됐다.

영국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자국의 자동차 생산·디자인·기술력의 강점과 이를 기반으로 미래차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조할 계획이다. 이에 캠페인 영문명 중 ‘GREAT’를 대문자로 썼다. 영국을 뜻하는 ‘Great Britain’을 의미하기도 하고 영국의 뛰어난 점을 바라봐달라는 목적도 있다.

제이 내글리 영국 국제통상부 자동차투자유치기관 연구개발 전문가. /사진=주한 영국대사관 제공
제이 내글리 영국 국제통상부 자동차투자유치기관 연구개발 전문가. /사진=주한 영국대사관 제공

◆왜 영국에 투자해야 할까

그렇다면 왜 하필 영국에 투자해야 할까. 이번 캠페인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제이 내글리 영국 국제통상부 자동차투자유치기관 연구개발 전문가는 “영국은 서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시장으로 2009년 이후 자동차 생산이 60% 증가했다”면서 “영국은 전세계적으로 사업이 용이한 국가 7위에 올랐는데 이는 다른 주요 자동차 생산국 중 가장 높은 순위”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영국의 노동비용이 동유럽보다 비싸지만 인건비 상승률은 유럽에서 가장 낮고 법인세 부담도 주요 유럽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영국은 180만대의 자동차와 250만개의 엔진을 생산했다. 특히 영국이 생산하는 차 중 78%가 해외로 수출된다. 영국은 닛산·토요타·혼다·포드·GM 등 글로벌완성차업체의 주요 생산기지로서 2012년 이후 150억파운드(약 22조5000억원) 이상의 직접투자를 유치했다. 또 롤스로이스·벤틀리·재규어랜드로버·애스턴마틴·로터스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럭셔리카를 만들고 있다.

이에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럭셔리카 설계 혁신은 영국에 기반한 최첨단 연구개발(R&D)을 통해 가능하다”면서 “이 같은 역량 덕분에 자율주행차 기술개발부분에서 선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영국은 생산대수가 많지 않아도 프리미엄브랜드의 수출비중이 커 부가가치가 높다. 그 덕에 영국차의 수출가격이 높고 시장에서의 인식 또한 좋은 편이라는 게 영국 측의 설명.

또 영국은 모터스포츠 분야의 중심지다. 영국대사관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적으로 100억파운드(약 15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영국에서는 포스인디아, 레드불, 맥라렌, 메르세데스, 윌리엄스 등 포뮬러원(F1) 전체 10개 팀 중 9곳이 영국에 본사를 뒀다. 이와 함께 영국은 또 모든 포뮬러E 레이스팀의 본사와 기지를 보유한 곳이다.

재규어의 전기SUV I-PACE. /사진=재규어 제공
재규어의 전기SUV I-PACE. /사진=재규어 제공

◆R&D 투자 늘린다

최근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에 R&D를 집중하고 있다. 제이 내글리는 “지난해 영국의 R&D부문은 2006년과 비교해 258% 성장했고 생산 61%, 수출 94%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의 우수한 업체들을 만나 영국정부 차원의 지원을 제시하고 윈-윈 기회를 모색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실시하는 것”이라 말했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저탄소차에 지원이 적극적이라고. 저탄소 친환경동력에 5년간 10억파운드를 공동자금출자하며 자율주행차는 2억파운드를 지원한다.


브렉시트 영향에 대한 우려도 해명했다. 그는 “브렉시트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내년에나 결정되는 탓에 앞으로의 영향을 지금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도 닛산과 토요타는 투자를 밝힌 만큼 영국 자동차업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로드맵도 투자유치의 핵심요소다. 영국에서는 현재 일정 구간을 오가는 셔틀서비스를 실시 중이며 이미 400만명이 이용했다. 무인차의 상용화 사례로 꼽힌다. 제이 내글리에 따르면 영국의 자율주행차는 레벨 1~5 중 현재 레벨2 수준이다. 레벨5까지는 앞으로 10~15년은 더 연구개발 해야 실현 가능할 걸로 내다봤다.

이에 제이 내글리는 “현실성 있고 해당업체의 기술로 성능개선이 입증되면 50% 펀딩이 가능하다. 시 단위로도 생산지원책이 마련됐다”면서 “영국은 여러모로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으며 특히 부품업체들의 도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부품업계 기회될까

결국 영국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소품종 소량생산체제 위주로 생산하는 자동차공장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우수한 품질의 부품업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고 해당부분의 공백을 국내업체를 통해 메우려는 계획이다.

국내 부품업계는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쌍용, 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업계만 바라봤으나 최근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영국이 관심을 가진 배경이다. 국내업체가 잦은 파업 등으로 생산에 차질을 겪으면서 추가 판로를 고민한 것.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미 티어1급 부품사와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면서 “영국에서 부지확보와 자금조달에도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국내 부품업체의 진출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