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레미콘. /자료사진=뉴시스
불량레미콘. /자료사진=뉴시스

규격에 미달하는 불량 레미콘을 공사 현장에 납품해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남의 한 레미콘 업체 회장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중)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남의 4개 레미콘 업체 회장 A씨(73)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한 같은 혐의로 기소된 레미콘 배합 비율 조작 프로그램 개발자 B씨(43) 와 규격 미달 레미콘 생산을 지시한 임원 C씨(48) 에게는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불량 레미콘을 공사 현장에 납품한 품질 관리 담당 직원 등 5명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불량 레미콘을 생산한 4개 업체는 각각 10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시멘트의 배합 비율을 속여 불량 레미콘을 공사 현장에 계획적, 조직적, 반복적으로 수년에 걸쳐 납품한 범행 수법이 좋지 않다"며 "불량 레미콘은 건축물의 안전도와 직결되므로 시멘트의 함량을 속인 것은 비난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불량 레미콘이 광범위하게 사용됐고 조사 결과 건축물 안전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위치와 범행 가담 정도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남 순천시·보성군·장흥군 4개 레미콘 업체에서 건설사와 약정한 배합 비율보다 시멘트 함량을 15%정도 줄여 배합하는 방법으로 레미콘을 제조·판매해 총 306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4년 2월부터 지난 1월까지 관급 공사장 3곳에 레미콘 납품 확인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 뒤 실제 납품량보다 적게 납품하는 수법으로 8억1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시공사의 요구대로 레미콘을 생산한 것처럼 허위 자동생산기록지(배치리스트)와 배합 설계표를 조작해 150여곳의 건설사를 속여 불량 레미콘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현장 검사 통과용 레미콘을 따로 제조하거나 시멘트 함량을 적게 배합한 레미콘의 비율을 조작해 규격품인 것처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건설 현장에서 품질 시험(압축 강도·타설 시 유동성·염도·공기량)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점을 악용했으며, 규격 미달 레미콘 생산 뒤 배합 비율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업체에서 생산된 불량 레미콘은 총 2500여곳의 건설 현장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