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IT] 통신비, ‘생필품 면세’ 안되나요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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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매장. /사진=뉴시스 DB |
#. 서울 중랑구에 사는 직장인 A씨(36·남)는 얼마 전 부과된 통신요금 고지서에서 부가가치세 항목을 발견했다. 그는 통신비의 10%를 차지하는 부가세 금액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A씨는 “휴대전화를 갖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든 사람이 통신서비스를 사용한다”며 “생활 필수품에 부가세를 붙이는 것은 쉽게 납득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범 6개월째로 접어든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미궁에 빠졌다. 지원금상한제 폐지와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에도 가계통신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한 소비자는 “지원금상한제 폐지를 기다렸다가 새 휴대전화를 샀지만 이전보다 저렴해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보편요금제 도입과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에 대해 국회와 정부부처가 통신사와 논의 중이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수많은 방안이 제기됐지만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전무한 상황. 이에 통신비의 10%를 차지하는 부가세 면제가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구보다 많아도 부가세 대상
통신비 구조는 크게 단말기 대금과 통신서비스 청구요금, 부가세로 구분된다.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단말기 대금과 통신서비스 요금 인하가 꾸준하게 논의 될 뿐 부가세는 수개월째 별다른 이슈없이 잠잠한 상태다.
부가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재화나 용역의 공급에 대해 과세되지만 예외적으로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여성위생용품 ▲수돗물 ▲연탄 등 전국민이 고루 사용하거나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에는 부과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법 제26조에는 20여개에 달하는 부가세 면세항목이 규정됐다.
지난달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회선가입자 수는 총 5559만837명으로 인구대비 108.1%의 보급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대비 2.1% 증가한 것이며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만 해도 4700만명을 넘어선다.
사실상 전국민이 이동통신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간주해도 무방한 셈이다. 휴대전화가 현대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통신비를 부가세 면세항목으로 추진할 근거는 충분하다. 또 통신비의 부가세가 면세되면 서민감세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민단체는 올해 1~7월 세수가 20조1000억원 증가한 것을 들며 “담뱃세 인상 등 주로 서민 증세로 인한 결과인 만큼 이동통신비 부가세 면세와 같은 서민 감세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미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통신비에 붙는 부가세를 면세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기획재정부가 특정 서비스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것은 조세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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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하면 연 9185원 절감
통신비 부가세와 관련된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9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가가치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경민 의원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맞물려 이동통신서비스는 국민들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하지만 늘어가는 가계통신비로 국민의 가계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당시 신 의원은 통신요금에 부과되는 부가세를 면세해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제출한 국회예산정책처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부가세법 면세 항목에 ‘이동통신 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포함시킬 경우 5년간 총 4조5924억원, 연평균 9185억원의 세수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지난 6월 한 시민단체도 “국회가 부가세 감면법 통과 등 제대로 된 역할만 해준다면 국민들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며 계류 중인 통신비 감면 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6월과 9월 열린 정기국회는 해당 내용을 논의하지 않았다.
부가세 면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출시 등 다른 방안에 비해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꼬여있지 않고 국회 의결로 즉시 시행 가능하며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부가세는 내버려 둔 채 업계에만 요금인하 방안을 강요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기업, 타협하고 양보해야
통신분야의 한 전문가는 “소비자를 등한시하고 이익을 추구한 기업도 문제가 있지만 시장의 기본 원리를 망각한 채 통제만 하려는 정부도 문제”라며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국회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도 “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사실상 전국민의 생필품화가 됐고 가계 지출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부가세 면세를 실시한다면 서민경제와 내수경기 활성화에도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초점을 기업에만 맞출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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