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중 조경태 위원장이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중 조경태 위원장이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정부와 국회의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 시도가 9부 능선을 넘으며 가격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관련 제품을 선보인 한국필립모리스(아이코스)와 BAT코리아(글로)는 세금인상 확정 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다른 담뱃세 항목 인상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KT&G가 이달 중으로 유사제품(가칭 ‘릴’)을 출시할 예정인 것이 변수다.

◆세금인상=가격인상 요인?

지난달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현행 1갑(6g)당 126원에서 일반담배(594원)의 89% 수준인 529원으로 인상하는 개소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의결이라는 과정이 남았지만 소관 상임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수차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개정안을 의결한 만큼 본회의 가결이 유력하다.

[머니포커S]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인상 예약'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가 차세대 담배로 야심차게 선보인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유사하지만 세금은 52% 수준에 불과했다.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찌는 전자기기를 이용한 방식인 만큼 관련법이 없어 기존의 파이프담배로 분류돼서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1갑당 ▲담배소비세 528원 ▲지방교육세 232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438원 ▲개소세 126원 ▲부가가치세 391원 ▲폐기물부담금 24원 등 총 1739원이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개소세가 인상되면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은 2142원이 된다.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와 히츠. /사진제공=한국필립모리스
한국필립모리스 아이코스와 히츠. /사진제공=한국필립모리스

여기에 기재위의 이번 결정으로 담배소비세·국민건강증진부담금·지방교육세 등 다른 담뱃세 항목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은 일반담배 총세금(3318원)의 89% 수준인 2986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2년 전 일반담배 세금 2000원 인상이 고스란히 가격인상으로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담배업체 관계자는 “세금인상은 분명한 가격인상 요인”이라며 “개발비와 제조원가 등을 감안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세금인상이 현실화되면 현재 4300원인 아이코스 히츠와 글로 네오스틱의 가격이 5000~6000원으로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BAT코리아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와 네오스틱. /사진제공=BAT코리아
BAT코리아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와 네오스틱. /사진제공=BAT코리아


일반담배의 대체제인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이 크게 오르면 다시 일반담배로 돌아가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 또 후발주자인 KT&G가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 기존 가격과 유사한 가격을 책정할 경우 아이코스와 글로의 시장선점 효과가 사라질 수 있어 대폭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담배 세금인상과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인상은 경우가 다르다”며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유사한데도 세금은 절반 수준만 내고 있었으므로 세금인상이 아니라 정상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갓 관련 제품이 시장에 등장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저항이 클 수밖에 없어 큰 폭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인상이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국제적으로 출시 초기 단계라 국제과세기준이 정립되지 않았다”며 “해외사례를 보면 전반적으로 일반담배 대비 30~80%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판매가는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이어서 세금과 가격 간 연관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KT&G 결정 주목

이에 따라 외국계 담배업체는 국회와 KT&G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가격인상 여부와 폭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개소세 인상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다른 항목에 대한 세금인상 논의도 진행 중이고 단계적 인상을 할지 일괄적 인상을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국회의 세금인상 진행상황과 KT&G의 가격 등을 고려해 본사와 협의 후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세금인상이 확정되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개소세 외 다른 항목세금이 인상될 가능성도 높아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KT&G 관계자는 “이달 초쯤 준비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스펙을 공개한 뒤 이달 안으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세금인상과 소비자부담 등을 모두 고려해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격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인상이 예고되며 인상 전 매점매석 등 시장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매업자와 도·소매업자들이 단기차익을 목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를 매점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현장점검을 벌이고 별도의 신고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2호(2017년 11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