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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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기대 속 수급 밸런스가 개선될 전망이라 최근 상승세다. 특히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60달러선에 올라서는 등 강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 종목은 무엇이며 ‘진짜’ 수혜를 입을까.

◆단기적 ‘정유·화학주’ 수혜 예상

최근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정유·화학업종의 수혜가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지난달 27일 기준 북해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분 기준으로 배럴당 60.44달러를 찍었다. 브렌트유 가격이 종가 기준으로 6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정유주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에 지난 7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원유감산 시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정유주의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

정유주는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주춤했던 실적이 3분기에 크게 개선됐다. 당분간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유업체들의 호실적 역시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하반기 들어 S-Oil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각각 약 36%, 31% 안팎으로 올랐다. S-Oil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를 견인한 것은 기관의 비중이 컸다.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 기관 순매수 3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S-Oil도 6위를 차지했다.


또한 화학주의 수혜도 예상된다. 지난달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보고서가 이를 증명한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낸 지표로 기준치인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많음을 뜻한다.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보수적으로 경기를 전망하는 편이라 업종별 BSI가 100을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 따르면 화학물질·제품업종의 업황 BSI는 105로 지난 9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화학업종의 BSI가 105를 기록한 것은 2011년 4월 이후 처음이며 이는 화학기업들이 체감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유가가 ‘독’


일각에서는 당장은 실적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원유가격 부담이 커지면 정제마진 폭이 줄어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논리다. 국제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실제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불투명해서다.

정유와 화학업체는 각각 원유와 원유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원재료로 사용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원재료의 가격도 올라 해당 분기 영업이익에 재고평가이익이 포함된다. 다만 원재료를 다시 시장에 파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기업의 금고에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장부상 이익만 늘어난다. 즉 고유가가 재고자산 평가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0’으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폭이 커져야 하는데 고유가는 장기적으로 이에 부정적 이슈”라며 “재고평가이익도 다음분기 유가가 떨어지면 다시 재고평가손실로 상쇄된다”고 말했다.


화학업계 역시 고유가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경쟁자를 늘리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화학업체들은 납사를 분해해 얻는 에틸렌을 팔거나 재가공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셰일가스 부산물인 에탄을 분해해 만든 에틸렌이 시장에 나올 수 있어서다.

아울러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 관련 업계 시황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이 내년 3월로 예정된 원유 감산 시한을 연장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발언들이 전해지면서 유가가 올랐지만 시장 상황은 변한 게 없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국제유가 예상 밴드는 배럴당 40~60달러선”이라며 “하단에서는 셰일오일 생산이 줄고 상단에서는 다시 늘어나는 원유시장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