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돈이 되다] 전쟁터가 된 '500조원 시장'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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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지식이 돈이 되는 시대다. 낙서하듯 그린 그림이 수백억원의 가치를 지닌 캐릭터로 탈바꿈하고 천문학적인 액수가 걸린 송사로 번지기도 한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손에 넣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퍼붓는 일도 흔하다. <머니S>가 한국 IP산업을 고찰했다. IP의 확장성과 정부의 대응책을 살펴보고 금융·IT업계의 현황도 점검했다. 아울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IP시장의 경쟁실태를 통해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편집자주>
지식재산권(IP)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미래먹거리다. 전세계 IP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각국은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 IP확보에 나서는 양상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소유권 분쟁도 격화되는 추세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한해에 등록되는 IP의 수는 5년 전보다 12배 늘었고 연간 약 500조원이 IP관련 소송비용으로 사용된다. 그야말로 전쟁터다.
IP를 둘러싼 다툼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분쟁이다. 갤럭시와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두 기업의 다툼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에 자사 IP 16건이 침해됐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일주일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청구소송 5건을 내고 독일 만하임법원, 일본 도쿄지방법원에도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소송은 국가별로 IP 허용범위가 달라서 판결도 제각각이었다. IP권리 주장에 엄격한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판결을, 국내에서는 애플이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소송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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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스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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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vs 애플, 누가 베꼈나
가장 큰 소송전이 벌어진 미국의 경우 삼성전자는 1심에서 패소했다. 캘리포니아북부법원은 삼성전자에 9억3000만달러(약 1조341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삼성전자는 일부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며 배상금을 5억4800만달러(약 6094억원)로 대폭 줄였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대상은 배상금 3억9900만달러(약 4440억원)가 걸린 디자인IP 침해부분이었다.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이익을 배상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연방대법원도 삼성전자의 주장을 인정, 내년 5월14일부터 닷새 동안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국내기업 간 IP분쟁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최근 카카오와 NHN엔터테인먼트는 프렌즈IP를 사용한 프렌즈팝을 두고 1년간 이어온 신경전을 마무리했다. 프렌즈팝은 NHN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NHN픽셀큐브가 제작한 캐주얼퍼즐게임으로 프렌즈IP가 게임에 활용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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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사진=머니투데이 DB |
◆카카오 vs NHN엔터, 1200만 이용자 흔든 IP분쟁
지난 7월 카카오는 NHN엔터테인먼트에 프렌즈팝서비스를 IP계약만료와 함께 종료하라고 통보했다. NHN엔터테인먼트 측은 “누적 이용자수 1200만명의 게임을 갑자기 종료할 경우 이용자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는 것은 물론 게임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 측에 서비스 종료 입장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NHN엔터테인먼트 측에 계약 변경을 제의했으나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며 “프렌즈IP는 카카오 게임사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이 가치가 손상되지 않고 이용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면 계약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초 업계는 이를 두고 카카오의 일방적인 갑질이라며 공분했다. NHN엔터테인먼트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을 표명했다. 남궁 대표는 “프렌즈IP를 활용한 게임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퍼블리싱 형태로 계약하고 있다”며 “NHN엔터테인먼트에 퍼블리싱이지만 채널링 수수료와 동일한 수익을 배분해 주겠다고 설득했지만 제안이 거절 당해 부득이 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가지 수익 배분 조건 중 NHN엔터테인먼트에 유리한 것을 택하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후 8월22일 양사는 카카오가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을 맡는 방식으로 새로운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서비스 종료 48시간 전에 IP분쟁이 마무리되면서 프렌즈팝 이용자 1200만명은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게 됐다.
◆애플 vs 퀄컴, 10년지기의 진흙탕싸움
글로벌 IP공룡들의 분쟁도 볼거리다. 애플과 퀄컴은 아이폰 출시 초기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퀄컴의 모뎀 칩만을 고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두 기업의 관계는 지난 1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아이폰7부터 퀄컴과 인텔의 칩을 혼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이에 퀄컴은 인텔 칩이 성능이 떨어진다며 애플과 인텔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애플은 퀄컴이 과도한 특허료를 받아 챙기고 다른 제조사의 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불공정 조항을 제시한다며 10억달러(약 1조1139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도 애플과 애플의 협력사가 퀄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IP사용과 관련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직 진행 중인 애플과 퀄컴의 송사는 진흙탕싸움을 방불케 한다. 퀄컴이 애플의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애플도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되는 모뎀 칩 공급업체 리스트에서 퀄컴을 제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사가 법원의 판결을 전후해 화해무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퀄컴의 칩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퀄컴과 완전히 거래를 끊는 것은 애플에 위험부담이 크다”며 “퀄컴도 지난해 32억달러(약 3조5600억원)를 구입한 최대 고객과의 결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에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NHN엔터테인먼트 측에 계약 변경을 제의했으나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며 “프렌즈IP는 카카오 게임사업의 중요한 자산으로 이 가치가 손상되지 않고 이용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다면 계약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초 업계는 이를 두고 카카오의 일방적인 갑질이라며 공분했다. NHN엔터테인먼트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을 표명했다. 남궁 대표는 “프렌즈IP를 활용한 게임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 퍼블리싱 형태로 계약하고 있다”며 “NHN엔터테인먼트에 퍼블리싱이지만 채널링 수수료와 동일한 수익을 배분해 주겠다고 설득했지만 제안이 거절 당해 부득이 계약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가지 수익 배분 조건 중 NHN엔터테인먼트에 유리한 것을 택하라”는 제안도 덧붙였다.
이후 8월22일 양사는 카카오가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NHN엔터테인먼트가 개발을 맡는 방식으로 새로운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서비스 종료 48시간 전에 IP분쟁이 마무리되면서 프렌즈팝 이용자 1200만명은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게 됐다.
◆애플 vs 퀄컴, 10년지기의 진흙탕싸움
글로벌 IP공룡들의 분쟁도 볼거리다. 애플과 퀄컴은 아이폰 출시 초기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퀄컴의 모뎀 칩만을 고집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두 기업의 관계는 지난 1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아이폰7부터 퀄컴과 인텔의 칩을 혼용해 제품을 만들었다. 이에 퀄컴은 인텔 칩이 성능이 떨어진다며 애플과 인텔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애플은 퀄컴이 과도한 특허료를 받아 챙기고 다른 제조사의 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불공정 조항을 제시한다며 10억달러(약 1조1139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도 애플과 애플의 협력사가 퀄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IP사용과 관련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직 진행 중인 애플과 퀄컴의 송사는 진흙탕싸움을 방불케 한다. 퀄컴이 애플의 제품을 미국에서 판매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애플도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되는 모뎀 칩 공급업체 리스트에서 퀄컴을 제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사가 법원의 판결을 전후해 화해무드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퀄컴의 칩이 가장 우수하기 때문에 퀄컴과 완전히 거래를 끊는 것은 애플에 위험부담이 크다”며 “퀄컴도 지난해 32억달러(약 3조5600억원)를 구입한 최대 고객과의 결별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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