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급증하는 반려족 수에 비례해 관련된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반려족과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반려족이 충돌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머니S>가 반려동물의 명과 암을 진단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은 해법의 실효성을 점검했다. 또 선진국의 성숙한 페티켓 사례를 살피고 전문가를 만나 한국형 페티켓의 조건을 들었다. 나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페티켓마케팅으로 새로운 이윤 창출에 나선 기업현장도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지난 7일 오후 스타필드 고양을 찾았다. 스타필드 1층에서 개들이 쇼핑몰 곳곳을 활보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고양이를 품에 안은 쇼핑객, 유모차에 강아지를 태우고 돌아다니는 쇼핑객 등도 눈에 띄었다. 가끔씩 사방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도심 속 개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견(犬)문 넓히는 스타필드

스타필드는 국내 쇼핑몰 중 유일하게 반려견 동반쇼핑을 허용한다. 다만 출입조건은 광견병 예방접종을 한 반려동물(개·고양이)에 1.5m 이내의 목줄을 채우는 것이다. 또 동물보호법상 맹견인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도고 아르젠티노, 필라 브라질레이, 잉글리시 불테리어 및 그 잡종 등 일부 반려견은 출입이 금지된다.


이들 맹견이 아니라면 식당과 푸트코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에 반려동물과 동반 입장할 수 있다. 하루에 대략 100~200마리가 쇼핑몰을 다녀간다. 각 매장 출입구 바닥에는 애견 출입이 가능한 곳과 금지된 곳을 구분하는 표시가 있다.


스타필드 고양 중앙홀. /사진제공=펫케어
스타필드 고양 중앙홀. /사진제공=펫케어

애견 출입을 허용하는 한 의류매장 직원은 “반려견과 함께 오는 고객은 대체로 씀씀이가 큰 편”이라며 “사실 저희 사장님(점주)이 개를 무서워하는데도 반려견 동반 출입을 허용한 것은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어 “다녀간 개들이 대부분 순해서 별다른 사고는 없었는데 솔직히 대·소변을 여기서 누는 것은 좀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쇼핑몰 곳곳에는 반려견의 배변을 치울 수 있는 위생봉투가 비치됐다. 반려견이 대·소변을 볼 경우 소변은 물티슈로 닦고 대변은 배변 위생봉투 등을 이용해 처리해야 한다.

골든리트리버와 함께 쇼핑몰을 찾은 한 시민은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며 “대형견은 어딜 가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 눈치가 보였는데 이곳에선 불쾌해 하는 시선 없이 마음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무작정 출입을 금지할 게 아니라 주인이 관리를 잘 하고 공격성이 짙은 개가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타필드 고양에 비치된 배변 위생 봉투. /사진=박효선 기자
스타필드 고양에 비치된 배변 위생 봉투. /사진=박효선 기자

◆펫문화 성숙해야 '모두 행복한 공존' 가능

이날 쇼핑몰 중앙홀에선 ‘페티켓’(펫+에티켓)을 지키자는 캠페인이 한창이었다. 스타필드에서 진행된 페티켓 캠페인의 테마는 ‘반려견 목줄’. 개 목줄을 쥔 쇼핑객은 배변 처리용 세정제·탈취제 등을 받기 위해 주관사 ‘펫케어’의 마스코트 ‘그랜파피’와 사진을 찍거나 주사위를 던졌다.


펫케어는 민간기업 최초로 ‘페티켓 캠페인’을 실시한 펫케어페스티벌 주관사다. 지난 9월에는 스타필드 하남에서 ‘반려견 배변편’을 주제로 첫 페티켓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한경담 펫케어 대표는 “이 캠페인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를 위한 행사”라며 “최근 개물림 사고로 인한 규제 강화에 앞서 기본적인 페티켓을 준수하는 등 펫문화 성숙이 우선돼야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 행복한 공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타필드가 까다로운 관리를 무릅쓰고 개·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일부 쇼핑객의 거부감까지 떠안으면서 반려견·반려묘 입장을 허용한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애견가다. 마리와 몰리라는 이름의 스탠더드 푸들을 키우는 정 부회장은 본인의 애견 이름을 딴 반려동물용품 전문매장 ‘몰리스펫샵’을 운영한다.

스타필드 1층 입구에서도 몰리스펫샵을 찾아볼 수 있다. 몰리스펫샵 내부는 쇼핑객과 반려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 애견호텔, 유치원, 분양, 병원, 미용실, 스파&테라피, 셀프목욕, 도그런 등 그야말로 가족형 매장 콘셉트로 구성됐다. 식당이나 푸드코트를 이용할 때 이곳에 반려견을 잠시 맡기면 된다.


은평 롯데몰 2층 펫 가든. /사진=박효선 기자
은평 롯데몰 2층 펫 가든. /사진=박효선 기자

◆앞서나간 스타필드, 예의주시하는 유통가

유통가는 스타필드의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아직까지는 대부분 공식적으로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지 않지만 '펫팸(펫+패밀리)족'의 구매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관련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 인근에 위치한 은평 롯데몰도 원칙적으론 반려견 동반을 불허하지만 애완견을 캐리어에 넣고 다니거나 품에 안고 쇼핑하는 경우 등은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분위기다.

롯데몰 2층에 위치한 ‘펫 가든’에서는 애견 발톱 정리 및 위생미용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데려온 고객이 이곳에 강아지를 맡기고 쇼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반려동물을 돌봐주거나 함께 쇼핑할 수 있는 매장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백화점이나 아웃렛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 매장을 내부에 입점,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반려동물 문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현재는 동물 출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반려견 문화가 성숙해짐과 동시에 관련 데이터를 쌓아 사고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4호(2017년 11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