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 /사진=뉴시스 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 /사진=뉴시스 DB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자체브랜드(Private Brand, 이하 PB)상품 전성시대다.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한 업체들이 모두 PB상품 개발·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경쟁 심화, 소비 위축, 인터넷·모바일쇼핑 증가 등으로 인한 성장 정체기를 뚫을 해법으로 PB상품에 주목한다. 이는 해당 유통채널에 상품을 공급해온 제조사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제조사 위에 군림하는 유통사

“기존 유통업체들의 PB상품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등 신유통채널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유통부문 과점화 현상으로 식음료업체의 협상력이 저하돼 납품단가 인하, 판관비 부담 압력 등 수익성이 저하될 위험이 존재한다.”


국내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이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투자설명서 내용 중 일부다. PB상품 증가가 제조사에 위협적이라며 식품제조업계의 선두주자가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이는 규모가 작은 중소 식품·생활용품제조사에게는 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자체 온라인몰을 확대·운영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중소업체는 그럴 여력이 없다. 


‘노브랜드’, ‘피코크’로 대표되는 PB브랜드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이마트와 ‘온리프라이스’, ‘초이스엘’ 등의 PB브랜드 상품을 내놓고 있는 롯데마트는 전체 매출액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5%에 이른다.

홈플러스는 경영방침에 따라 매출의 세부 비중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발표한 ‘PB상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의 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20% 안팎이다.


2013년 이후 대형마트 3사가 더 공격적인 PB상품 개발·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중은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 노브랜드와 피코크 상품 종류가 각각 1000종류쯤 되는데 PB상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내외”라며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PB상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PB상품 매출 비중은 25~26%”라며 “타사와 차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만 취급하는 상품을 늘리는 것이어서 (대형마트들이) NB(National Brand)에 비해 PB상품을 더 경쟁적으로 개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PB사업은 기본적으로 상생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9개월치 판매분에 대한 총량 계약을 체결해 중소제조사에서 생산한 PB상품이 팔리지 않더라도 계약에 따라 전량 매입하고 있으며 재계약률도 70% 이상이다. PB 계약을 반기는 중소업체도 많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NB·PB상품을 컬래버레이션한 NPB 개념으로 PB상품을 개발·판매한다”며 “제조사 브랜드명과 라벨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판매만 홈플러스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등 협력 제조사의 기를 살리는 쪽으로 독자적인 PB상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는 PB상품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지난해 PB통합브랜드 ‘유어스’를 론칭한 GS25는 지난해 말 기준 2000여종의 PB상품을 선보였으며 총매출에서 PB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6.4%에 이른다. 2008년부터 ‘7셀렉트’라는 PB브랜드를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도 GS25와 비슷한 상황이다.

CU는 구체적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체 상품의 20~30%를 ‘헤이루’ 브랜드의 PB상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최근 PB상품 트렌드는 식품과 생활용품 등 소비재 전 품목으로 확대하면서 품질은 NB상품에 버금가는 프리미엄급으로 향상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NB상품과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저렴한 PB상품에 끌릴 수밖에 없다.


이마트 피코크 호빵.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피코크 호빵. /사진제공=이마트
홈플러스 PB상품. /사진제공=홈플러스
홈플러스 PB상품. /사진제공=홈플러스

◆상생인가 약자의 희생인가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고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KDI에 따르면 PB상품시장 성장으로 기업형 유통업체의 이익은 증가했으나 하청 제조사의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자사 NB와 유사한 PB가 출시돼 자기잠식 효과가 컸고 거래상 지위의 불균형으로 협상력이 떨어져 유통마진율이 기업형 유통업체에 유리한 쪽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점포의 PB매출 비중이 1% 상승하면 평균 매출액이 2230만원 증가하고, 유통이익도 270만~900만원 증가하지만 대기업 제조사의 매출은 10억9000만원가량 감소한다는 게 KDI 분석이다.

NB시장점유율이 낮은 중소업체의 경우 PB상품 납품 시 자기잠식 효과가 크지 않은 탓에 매출이 늘지만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이다. NB에 비해 PB의 영업이익률과 마진율이 낮기 때문이다. KDI에 따르면 PB납품업체 309개사 중 30개사(9.7%)는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하기도 했다.

중소식품제조사 관계자는 “유통업체가 앞다퉈 PB상품을 찍어내는 데다 잘 팔리는 NB상품은 주요 매대에서 보기도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PB상품 납품은 매출액을 늘리기에는 좋지만 마진율이 낮아 실제 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유통업체의 PB상품 불공정 행위를 조사 중이다. 중기부는 오는 4월까지 대형마트 3사의 PB거래 내역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최근 한 간담회에서 “유통채널들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가 제조사를 장악하는 형태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이 과정에서 유통업체들이 우월적 협상력을 남용함으로써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4호(2018년 1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