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문회에서 공직자 비리를 밝히던 단골메뉴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대신해 '업계약서'가 횡행한다. 업계약서는 다운계약서와 반대로 부동산거래 신고가격을 실제가격보다 높여 적는 허위계약이다.


집값을 일부러 높여 적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수의 부동산시장 및 공인중개사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집값이 정체하거나 떨어지는 시기에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공시가격을 유지시키려는 목적으로 업계약서를 협의하는 경우가 있다. 매수자는 대가로 집값 할인이나 금품을 받기도 한다. 취득세 등을 줄이기 위해 쓰는 다운계약서와 다른 이유다.

/사진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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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약서 1년 사이 두배 가까이 급증

김씨는 얼마 전 수도권의 미분양된 신축빌라를 매수하려고 공인중개사 상담을 받았다. 공인중개사는 2억원짜리 집을 2000만원 깎아줄테니 부동산계약서는 2억원에 매수한 것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김씨 입장에서는 취득세가 20만원 정도 늘어나는 것 말고는 훨씬 이득인 거래였다. 아니, 순식간에 2000만원을 번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런데 한가지 불안한 사실. "이거 혹시 불법 아닌가요?"

김씨가 제안받은 업계약서는 현행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이 맞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동산가격을 허위로 적는 실거래가 위반사례는 1년 만에 1.9배 늘어난 7263건이 적발됐다. 과태료도 70% 늘어 385억원이 부과됐다. 특히 업계약서 적발건수는 1년 사이 82% 급증했다.


공인중개사업계 관계자는 "고가주택을 거래하는 경우 업계약서를 쓰면 나중에 시세차익이 줄어드는 효과로 양도소득세를 덜 낼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당장 큰 효과가 있지 않아 흔한 사례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분양된 신축빌라 등이 업계약서를 쓰기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분양자의 항의를 막고 남은 거래를 위해 중개인이나 분양대행사가 먼저 업계약서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며 "집값이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는 술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거래가를 속이다 적발되면 과태료로 집값의 최대 5%를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양도세 탈루나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경우 국세청에 통보하는데 세무조사와 미납세금 추징이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법원은 매수자가 업계약서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인 공인중개사에게 매도자가 입은 손해의 6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