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용카드 연회비는 비싼 편일까, 싼 편일까. 연회비는 카드 발급 때 주요 고려대상이다. 그러나 연회비 비교 정보가 부족한 탓에 연회비가 부가혜택에 따른 비용인 점을 알면서도 비싸게 느껴진다. 연회비가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한 카드를 찾는 이유다.


평균 연회비를 알면 내 카드의 연회비 정도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아쉽지만 모든 카드의 평균 연회비는 알기 어렵다. 한달에 수십장씩 카드가 출시되는 데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상품도 많아서다. 다만 카드이용자가 보유한 카드의 평균 연회비는 설문조사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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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회비 가늠자 ‘3만원’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신용카드 사용자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절반가량(54.4%)이 연회비 1만~3만원인 상품을 사용 중이다. 42.9%는 1만원 이하인 카드를 보유했다. 카드이용자 대부분(97.3%)이 연회비 3만원 이하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이다. 내 카드의 연회비가 3만원 이상이라면 평균보다 높은 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이 조사 결과와 별개로 카드 연회비가 과거보다 유독 비싸진 건 아닐까란 의구심도 든다. 틀린 말은 아니다.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엔 5000원짜리 대표 카드가 많았는데 최근 각사 주력상품을 보면 대개 1만원 이상이다”고 말했다.

물론 이는 물가상승률 등이 반영된 결과지만 무분별한 카드발급 방지 정책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2007년 8월 카드수수료 합리화 방안을 내놓으며 연회비 면제 관행을 개선했다. 회원이 내야 할 수수료를 가맹점에 부담으로 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낮은 연회비로 고객을 유치하는 과다경쟁 양상을 개선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상품 출시 전 금융감독당국의 약관심사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부가혜택이 비슷한 부류의 다른 상품보다 연회비가 유독 높거나 낮으면 심사를 받을 수 없다”며 “심사과정이 점차 까다로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연회비를 낮게 받으면 사실 영업하기는 한층 수월하다. 연회비수입보다 발급 후 카드사용에 따른 신용판매(일시불·할부수수료) 및 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수익이 월등히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연회비 낮으면 무조건 좋은 상품?

이런 연회비 정책에 따라 카드가 발급되는 가운데 연회비가 낮을수록 무조건 좋은 상품인 걸까. 그렇지 않다. 하나카드는 올해 카드발급 전략으로 연회비를 소폭 인상하는 대신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고객경영 패널제도 운영 결과 ‘연회비를 더 낼 테니 혜택을 강화해달라’는 다수 의견이 접수된 데 따른 조치다.


전월실적 조건으로 ‘60만원 이상’ 구간을 신설하는가 하면 기존 전월 30만원 이상 사용 시 제공되지 않았던 서비스를 추가하는 식이다. 2015년 출시 이후 2년만에 발급 400만장을 돌파하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한 이 회사 대표 상품인 ‘원큐’(1Q)시리즈는 이 같은 방침을 토대로 개편되고 있다.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인기도 높다. 엠브레인 조사결과에 따르면 카드이용자 중 11.8%는 연회비 5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카드도 보유하고 있는데 사용자 중 대부분은 ‘연회비에 준하는 상품권(바우처) 등의 혜택’(77.5%)으로 해당 카드를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프리미엄 카드가 제공하는 바우처는 해외여행·호텔·쇼핑 등의 혜택이 대부분이어서 발급 시 신중해야 한다.

물론 낮은 연회비의 상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신용카드 전문포털 카드고릴라가 지난 2월 소개한 알짜카드 목록을 보면 1만원대 연회비로 공항라운지 이용이 가능하고 생활필수 영역의 할인 혜택이 풍성한 상품이 많다. 이 중 'KB국민 굿데이카드'는 학원·헬스장 할인혜택도 담겼지만 연회비는 5000원에 불과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이용이 보편화되고 소비 트렌드가 다양해짐에 따라 카드상품도 세분화되는 추세”라며 “자신의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관련 혜택이 집중된 카드를 여러개 선택한 후 그중 연회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을 선택하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