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R&D 연구소 / 사진=LG화학
LG화학 배터리 R&D 연구소 / 사진=LG화학
글로벌 2차전지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배터리 회사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기업도 잇따라 배터리 원료개발에 뛰어들며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여념이 없다. 앞으로 IT용 소형 셀에서부터 전기차(EV), 에너지지정지스템(ESS) 등 대형 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2차전지의 폭발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되며 원료시장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원료로 눈 돌리는 배터리 3사

글로벌 2차전지시장 규모는 2013년 55억달러에 머물렀지만 2015년 661억달러로 12배가량 급증했고 2020년에는 1000억달러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는 늘어나는 2차전지 수요 대비를 위해 안정적인 원료 확보에 나섰다.


LG화학은 지난해 11월 황산니켈 생산업체인 ‘켐코’ 지분 10%를 확보한데 이어 올 4월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2020년까지 총 2394억원을 출자해 전구체·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키로했다. LG화학은 중국 저장성 취저우시에 들어서는 전구체 합작 생산법인에 833억원을 출자해 지분 49%를 확보한다. 중국 장수성 우시시에 설립하는 양극재 합작 생산법인에는 1561억원을 출자해 51%의 지분을 갖는다.

신설하는 전구체·양극재 공장의 생산능력은 각각 연간 4만톤 규모로 2020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으로 수요 증가 시 10만톤까지 증설한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LG화학은 화유코발트(코발트 등 원재료) → 합작 생산법인(전구체·양극재) → LG화학(배터리)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수급체계를 확보했다.


삼성SDI는 포스코와 협업해 총 575억원을 투자, 칠레 북부에 위치한 메히요네스시에 양극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이 법인은 칠레 정부로부터 리튬을 공급받아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용 양극재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와 NCM(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생산한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양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칠레에 추가 생산라인을 건설해 양극재 생산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ESS 배터리 셀. /사진=삼성SDI
삼성SDI의 ESS 배터리 셀. /사진=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업계 최초로 호주의 광물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AM)와 최대 13년의 원료구매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안정적인 원료수급을 가능케 하는 한편 추가적인 원가상승을 방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AM이 호주 퀸즐랜드에서 운영 중인 스코니 프로젝트가 생산하는 황산코발트 전량 1만2000톤과 황산니켈 6만톤을 2020년부터 공급받는다. 이는 코발트 기준 배터리사업 전체 구매물량의 90%에 해당한다. 특히 지분투자에 대한 독점 협상권도 확보해 장기적인 전망도 밝다.


◆경계 허물고 성장활로 모색

배터리 3사 외에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2차전지 핵심원료인 ‘리튬’ 확보에 공을 들인다. 포스코는 지난 2월 호주 리튬광산 개발 기업 필바라의 지분 4.75%를 인수하고 연간 최대 24만톤 리튬정광을 장기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20년부터 생산되는 3만톤의 리튬은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 포스코-화유코발트 양극재 생산법인, 국내 주요 2차전지업체 등에 납품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2월 광양에 연산 2500톤 규모의 탄산리튬 상용화 플랜트를 세운 데 이어 4월에는 연산 15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라인을 준공하는 등 2차전지 소재사업을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0년부터 리튬광석을 연 24만톤가량 확보,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등 리튬제품을 연간 3만톤가량 생산해 4000억~5000억원의 추가적인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LG상사는 대표적인 미래먹거리로 녹색광물사업을 지목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녹색광물은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를 말한다. 이와 관련 LG상사는 녹색광물사업 첫 성과로 지난 3월 600만달러를 호주 코발트 광산업체인 ‘코발트블루’에 투자해 6%의 지분을 확보했다. 아직 탐사단계로 정확한 매장량 등은 알 수 없지만 선제적 투자로 자원 확보에 한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이외에 삼성물산도 코발트 최대 산지인 콩고의 광산기업 소미카와 접촉해 코발트 채굴 및 공급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코발트 확보에 성공할 경우 계열사인 삼성SDI와 연계해 사업 시너지를 제고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ESS 등 전방산업의 확대로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요 원료인 리튬, 코발트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안정적 확보가 중요해졌다”며 “원가 안정화 및 안정적 수급체계 확보를 위해 기업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2호(2018년 5월30일~6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