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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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주도 성장이 아닌 소득주도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잇따라 울리는 ‘경고음’에 주목한다. 

이들은 경기가 안 좋아질 가능성을 대비해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정부가 지표와 수치 뒤로 숨어 경기회복 흐름만 강조하다 실물경제가 후퇴하면 출구조차 찾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책·민간연구기관 및 학계 전문가들에게 한국경제에 대한 진단과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의 ‘J노믹스’에 필요한 보완책을 들어봤다.


◆“주력산업 위기… ‘기활법’ 범위 확대 필요”

[불안한 한국경제] ‘흐름’ 강조하다 ‘출구’ 잃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이 경기 후퇴에서 침체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애초 예측한 경기 하강 속도(2018년 하반기 중)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앞으로 급격한 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 이사는 ▲설비·건설투자 절벽에 따른 성장·고용 창출력 고갈 ▲가계부채 증가와 소득정체로 인한 소비 제약 ▲일부 품목에 의존한 산업경기 양극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의한 가계 구매력 위축 ▲분배 위주의 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화 기능 미흡 등을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상 핵심 요인인 투자의 활성화를 통해 성장력과 고용창출력 고갈을 방지해야 한다”며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은 과도한 소비위축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통화정책은 경기 하방리스크가 높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금리역전 격차가 확대되더라도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 이사는 “주력산업의 위기 극복과 산업의 활로를 적극 모색해 수출경기의 회복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제유가 상승 등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내수침체-고물가’ 등 스태그플레이션이 전개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며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기활법) 적용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기활법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의 사업재편을 돕는 취지로 마련된 법안이다. 

주 이사는 “모험자본인 사모펀드가 가교 역할을 하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뼈아픈 과정이 시급한 상황”이라면서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할 수 있도록 기활법 적용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활성화… 산업생태계부터 재구성”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 성장의 근간에 선순환 구조의 일자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많이 투입했지만 단기적으로 고용률 수치를 끌어올리는 역할만 할 뿐 실질적인 개선은 안되고 악화만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 재분배도 의미가 없다”며 “산업 생태계를 재구성해 기업이 일자리와 임금 상승을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소득주도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실질적인 일자리로 연결되려면 정부가 구체적인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4차 산업 혁명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4차 산업 혁명이 제2의 창조경제가 되지 않으려면 제조업 중심의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신산업 위주로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지원책을 펼치는 등 산업 생태계를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무자 중심 회생시스템 마련”

가계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무조건적인 가계부채 ‘축소’보다는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상호금융업권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도입한다. 또 상호금융업권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제정, 시행한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주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부채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를 누르려고 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규제·감독도 강화하고 있지만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2금융권, 대부업계 등 악성대출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면 대출 규제 외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며 “단기 일시상환대출을 중·장기 분할상환대출로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개인 회생제도에 대해선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논란을 떠나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일부 (얌체) 파산신청자들 때문에 정말로 채무 탕감이 필요한 저신용 저소득 서민을 위한 개인 회생제도가 모럴해저드 논란 휩싸이는 것이 안타깝다”며 “재정파탄으로 고통 받는 서민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등 채무자의 신뢰와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재정 지원으로 채무를 탕감해주는 것이 아닌 상담 활성화 등으로 채무자의 명확한 정보를 구축하고 고용부문까지 연계해 자립을 돕는 식으로 채무자 중심의 개인회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4호(2018년 6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