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한 ‘역세권 2030청년주택’사업이 지역이기주의 논란으로 번졌다. 상생을 위한 발걸음이 지역주민과 마찰을 빚어서다. 머니S는 청년주택 문제로 시끄러운 지역을 찾아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전해진 ‘지역주민’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또 청년단체와 행정당국의 의견을 듣고 청년임대주택 거주자를 만나 청년주거문제의 현실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역세권’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수요자 중심의 임대주택사업으로 볼 수 있다. 교통중심지에 위치해 이동에 허비하는 시간을 줄여주며 다양한 인프라를 쉽게 이용 가능한 점에서 그렇다. 학업과 취업,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실수요자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인 셈이다.

그러나 청년주택의 비싼 임대료는 청년층의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삼각지에 지어지는 1호 청년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는 3850만원/38만원으로 역세권임을 고려해도 청년임대주택의 취지와 맞지 않는 가격이다. 의무임대기간이 8년인 점도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서울시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입주 전까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2016년 3월23일 서울시청에서 역세권 2030 주택공급방안 기자설명회를 가졌다./사진=뉴시스
박원순 시장은 2016년 3월23일 서울시청에서 역세권 2030 주택공급방안 기자설명회를 가졌다./사진=뉴시스

문제는 같은 지적이 2016년부터 계속됐고 논의테이블에는 민간사업자와 지역주민, 행정당국만 앉는다는 것. 청년단체는 이런 상황을 두고 실수요자인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빠짐으로써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커지게 된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1인 가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데는 이처럼 논의테이블에서 실수요자가 제외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수요자인 청년층은 청년임대주택 제도를 어떻게 바라볼까. 머니S는 청년임대주택 제도를 이용한 청년들에게 그들이 겪은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들어봤다. 제도를 이용하며 겪은 현실적인 어려움, 제도의 한계 및 개선사항을 듣고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 빚은 논란에 대해서도 물었다.


- 청년임대주택 제도를 어떻게 알았나. 신청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면.

▶백모씨(28·LH청년전세임대주택): 학교 홈페이지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설령 알아도 제때에 모집공고, 자격요건, 제출서류 등의 정보를 직접 찾아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제도를 이용하기는 어렵다. 

▶한모씨(23·SH희망하우징 다가구형·LH청년전세임대주택): 버스에서 우연히 SH희망하우징 홍보포스터를 보고 신청했다. 2014년에는 서류를 모두 준비한 후 직접 SH공사로 찾아가서 계약하는 방식이었다. 이제 막 나간 방이라고 알려줘서 계약했지만 직접 보니 사람이 나간 지 꽤 된 듯했다. 공실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LH청년전세임대주택은 친구 소개로 알았다. 소득순위에 따라 신청하고 당첨되면 직접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아 계약하는 방식이다. 당첨 결과가 나오기까지 빠르면 한달, 늦으면 두달 정도 걸린다. 소득심사에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소득이 잡혀버리면 소명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LH공사 측에서 기준에 따라 해당하는 순위를 알려주는 게 나을 것 같다. 

▶전모씨(23·LH청년전세임대주택): 2014년 대입 합격 직후 주거문제로 고민하다가 알게 됐다. 자신의 소득수준을 직접 판별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 예컨대 ‘국가장학금’은 학생이 일정 서류를 제출하면 공인된 기관을 통해 신청자의 소득수준을 판별하는데 LH청년임대주택은 신청자가 직접 경제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2014년 신청 당시 소득 기입 서류와 LH에서 확인한 자료 사이의 불일치로 탈락한 경험이 있다.


지난 5월25일 서울 하우징랩에서 열린 '임대주택정책과 공공성 간담회'/사진=우리미래 제공
지난 5월25일 서울 하우징랩에서 열린 '임대주택정책과 공공성 간담회'/사진=우리미래 제공

- 청년임대주택 제도를 이용하며 겪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나.

▶백씨: 전세 가격을 현실적으로 측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어렵게 전세 가격에 맞춰 집을 구해도 융자가 없는 곳, 지상권이 설정되지 않은 곳, 임대할 수 있는 주택 면적의 제한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계약이 성사되기 어렵다. LH와 계약한다고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절차가 까다로워 집주인들이 꺼리는 측면이 있다.

▶한씨: LH청년전세임대주택의 경우 권리분석을 진행하는 데 2주 정도 소요된다. 권리분석을 통과하더라도 한명의 법무사가 하나 이상의 자치구를 담당해 계약일자(계약자, 집주인, 법무사 세명이 전부 모여야 함)를 잡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SH희망하우징에 살며 느꼈던 불편한 점은 SH공사의 일 처리가 정말 느리다는 것이다. 거주했던 집은 결로현상이 매우 심해 환기를 자주 해도 벽에 곰팡이가 생기곤 했다. 퇴거 6개월 전에는 부엌 천장에서 누수 현상을 발견해 담당자에게 문의했더니 확인하러 오겠다는 말만 하고선 퇴거할 때까지 연락도 없었다. 

▶전씨: 계약에 성공하면 일반적인 전월세와 동일해 큰 불편은 없다. 간혹 나오는 실태조사는 복지 수혜 입장에서 당연히 응해야 하는 점이라 생각한다. 다만 권리분석 등의 과정이 너무 오래 걸려 거의 확정된 계약이 중도에 깨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 매물 물색부터 실제 입주까지 2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은 학업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부담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청년임대주택 제도에 반영됐으면 하는 점이 있나.

▶백씨: 홍보와 공지를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지원해주는 전세금액이 올라도 LH 측에서 지원자에게 공지를 안하는 경우가 있다. 또 임대인이 LH계약을 기피하지 않도록 절차를 조정하고 인센티브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학가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라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한씨: 저렴한 가격에 좋은 위치에 살게 된 것은 정말 좋았지만 곰팡이로 인해 옷도 많이 버렸고 건강도 나빠졌다. 주택관리에 신경 쓰고 거주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씨: 절차가 간소화됐으면 한다. 시중의 일반 전세대출보다 과정이 복잡해서 각종 부동산업체의 게시글에는 ‘전세대출 가능/LH, SH 불가’ 식으로 써놓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엄격한 융자조건 때문에 LH전세임대주택이 가능한 집은 대부분 구옥 형태의 다가구주택이다. 비위생적이거나 안전상 위험이 느껴지는 등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이런 이유로 LH전세임대주택에 당첨돼도 결국 월세 집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 주거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으면 좋겠다.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을 입주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전시관./사진=뉴스1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을 입주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전시관./사진=뉴스1

- 역세권 2030청년주택을 알고 있나. 안다면 어떤 정책이라 생각하나.

▶전씨: 기사로만 접했다. 청년세대는 대부분 학업이나 직장 때문에 타지에서 살고 있으므로 교통이 용이한 지역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도는 청년층의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어서 지역 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한씨: 역세권의 규제완화 및 개발 지원을 통해 청년세대에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알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층에게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살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 역세권 2030청년주택사업은 모든 사업지에서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나.

▶전씨: 재산 가치가 떨어지는 일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청년주택사업의 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왜곡된 정보를 퍼트리는 일은 유감스럽다. 복지의 수혜를 받는 입장에서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하는 명확한 생각은 없다. 어쨌든 행정당국은 이런 반발을 무마시키는 것까지 사업의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한씨: 너무 비싼 집값으로 인해 역세권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나 반지하·옥탑방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청년들이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런 곳조차도 집값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반대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을 ‘집값’을 떨어뜨리는 혐오시설로 치부하고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러나 청년주택이 건립되면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등 해당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역세권 청년주택' 조감도./사진=서울시 제공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역세권 청년주택' 조감도./사진=서울시 제공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삼각지 청년주택 기준 ▲1인 단독 전용면적 19㎡(약 6평)의 보증금·월세가 3950만원/38만원 또는 9485만원/16만원 ▲신혼부부 전용면적 49㎡(약 15평)는 8500만원/84만원 또는 2억805만원/35만원이다. 본인이 거주했던 임대주택과 비교하면 어떤가.

▶전씨: 약 21㎡짜리 방에 살며 보증금은 5500만원이고 월 임대료로 10만원을 낸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비현실적인 가격처럼 느껴진다. 역세권은 편하긴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춰 좀 더 외곽으로 들어가는 게 현실적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하려면 아무리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해도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주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만큼 입주할 사람들의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

▶한씨: SH희망하우징 다가구형에 살았으며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는 13만원 정도였다. 청년층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봤을 때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특히 우선순위로 들어갈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입주자에게는 절대 저렴한 가격일 수 없다.

- 최근 대두되는 ‘청년문제’와 관련한 생각이 있다면.

▶백씨: 집을 알아보다가 “국가에 너무 기대려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을 하는 것은 나라가 기댈 곳이 결국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청년이 사회유지에 필요한 행위들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큰 요인은 주거문제이며, 주거난을 해결하는 것은 나라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전씨: 청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아젠다는 좋지만 청년문제가 다른 문제들과 깊이 연관됐다는 점에서 단순 청년문제만 해결해서 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과도한 집값, 부당한 노동환경, 일자리 문제 등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기성세대에게는 비교적 덜 시급한 문제일 뿐이지 청년을 넘어 전세대가 공유한 국가적인 문제다.

▶▶▶ ② 성내동 주민의 외침 "구청장도 몰랐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