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한국 빨간불] 제주도 갈 바엔 일본 간다
박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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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3000만 시대를 앞두고 우리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에 풀려야 할 돈이 해외로 새면서 내수시장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 <머니S>는 해외여행 3000만 시대의 이면을 조명하는 한편 우리국민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나아가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여행 활성화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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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사진=뉴시스 |
직장인 김철영씨(34)는 올 여름 휴가지로 일본 오키나와를 점찍었다. 3박4일 일정으로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고 현지 여행계획을 세웠다. 예산은 대략 120만원. 여행경비 가운데 항공권이 40만원으로 전체 3분의1을 차지한다. 각종 기념품을 사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을 쓰기로 했다. 김씨는 “오키나와와 제주도를 비교했는데 비용에 큰 차이가 없었다”며 “대학 시절 일본에서 공부했는데 오랜만에 당시 기분을 느끼고 싶어 오키나와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값이라면 국내보다 해외가 끌리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씨처럼 해외를 찾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2600만명을 넘어선 해외여행자 수는 올해 3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던 해외여행은 이제 누구나 한번쯤 가는 ‘평범한 휴가’가 됐다. 해외여행객이 크게 증가한 원인은 ▲워라밸 문화 확산 ▲소득 증가 ▲여가의 질 개선 등이 꼽힌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비용이다.
◆“제주도 너무 비싸요”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제주도의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관광객에게 인기있는 해물라면의 경우 1만~1만5000원, 갈치구이는 2인분에 6만원이다. 족발에 포함되는 막국수는 1인분에 1만2000원, 고등어조림은 3만원선이다.
문제는 이런 비싼 요금이 음식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성수기 자동차 렌트 비용은 4일에 40만원 수준이다. 대여료가 3시간 기준 10만원인 해안 평상의 경우 시간당 3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야 하지만 관광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혹여 미리 준비한 파라솔을 펼 낌새를 보이면 주변 상인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훼방을 놓는다. 이 같은 행위는 물론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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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하지만 최근 제주도를 다녀온 관광객 A씨(32)는 “제주도 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알았지만 갈치조림이 6만원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가격도 문제지만 음식 맛도, 서비스도 형편없었다. 다시는 제주도를 찾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에게 혹평을 받는 제주도와 달리 해외관광지는 입소문을 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일본 오키나와, 베트남 다낭,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근거리 여행지는 물론 인도, 터키 등 과거에는 거리가 멀어 다소 부담스럽게 여겨지던 곳이 인기 해외여행지로 각광받는다.
지난 7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온 B씨(62)는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에 3박4일 동안 총 100만원을 썼다”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문화권과 다른 서양문화권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어 만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물가가 저렴한 점이 가장 좋았다. 같은 가격에 국내여행을 떠났다면 2박3일 일정에 그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주 갈치조림? 오키나와 스테이크!
B씨의 말대로 최근에는 국내여행에 필요한 비용이 해외여행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경우가 많다.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의 오키나와와 제주도를 비교해보면 실태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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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슈리성. /사진=이미지투데이 |
인천공항에서 오키나와까지 가는 교통편은 왕복 18만원선으로 구입할 수 있고 제주도는 왕복 7만원 수준에 예약이 가능하다. 일단 항공요금은 제주도가 저렴하다. 하지만 상황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역전된다. 오키나와에서 자동차 렌트 가격은 3박4일에 1만4000엔(약 14만2000원)인데 반해 제주도는 같은 등급의 자동차를 빌릴 경우 19만원에서 최대 40만원에 육박한다.
숙박도 국내여행이 더 비싸다. 오키나와 최고의 5성급 호텔인 ‘하얏트 리젠시 나하 오키나와’의 준성수기 4박 가격은 90만원 수준인 반면 제주도 ‘하얏트 리젠시 제주’는 100만원이다.
식대는 오키나와와 제주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키나와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스테이크는 2인분 4만~6만원이며 제주도의 인기메뉴인 갈치조림도 2인분에 6만원이다. 개인이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스테이크와 갈치조림값이 같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오키나와 여행보다 제주도 여행이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일부 관광객은 제주도의 비싼 물가를 비꼬면서 "꼭 성공해서 제주도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도 하는 실정이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은 부의 상징과 같았지만 저가항공이 등장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누구나 큰 부담 없이 다녀오게 됐다"며 "이제 많은 사람이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국내 유명관광지의 요금을 비싸게 받아도 올 사람은 다 온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1호(2018년 8월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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