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한 BMW 차량. /사진=뉴스1
전소한 BMW 차량. /사진=뉴스1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BMW 520d의 의미는 특별하다. BMW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의 핵심 모델 중 하나로 2030의 젊은층부터 40대 이후의 중장년층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갖고 싶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보물단지에서 애물단지로 전락

BMW 520d는 BMW코리아가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막강한 위상을 구축할 수 있게 도와준 모델이다. 지난해 기준 1만대 이상 판매됐고 올 상반기에도 이미 6706대가 팔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2위에 뽑혔다.


글로벌시장의 인기도 뜨겁다. 520d는 1972년 출시돼 누적판매 약 800만대를 기록한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이에 BMW코리아에서 국내 물량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BMW 520d는 애물단지로 몰락했다. 한국에서 잇따른 ‘주행 중 화재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BMW코리아는 글로벌 본사와 실태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에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BMW코리아 측은 10만6317대를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리콜한다.10만대가 넘는 리콜 대상은 총 42개 차종이며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BMW 520d 라인업이다. ▲520d(2011년 8월31일~2016년 7월12일 생산) 3만5115대 ▲520d 투어링(2012년 3월29일~2014년 4월30일) 99대 ▲520d xDrive(2013년 5월7일~2016년 8월17일) 1만2377대 등 총 4만7591대로 전체 리콜 대상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520d는 최근 화재사고 및 리콜 등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BMW의 전체 판매량을 견인하는 모델이 BMW 520d”라며 “BMW코리아가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뒤늦게 나머 대처에 나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수습을 위해 콜센터 등을 24시간으로 늘리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리콜 규모가 10만여대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고객불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답시리 소재 BMW 전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서울 답시리 소재 BMW 전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무색해진 KNCAP 최우수상

BMW코리아가 최근까지 마케팅활동의 일환으로 어필해온 것이 국토교통부 주관 ‘2017 신차안전도평가’(KNCAP)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테스트를 받은 모델이 BMW 520d다. 실제 BMW 전시장에 방문하면 ‘2017 가장 안전한 차 KNCAP’이라는 광고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는 BMW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520d가 KNCAP 평가 차량이었고 역대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정보가 제공된다. 물론 해당 평가는 충돌안전성, 보행자 안전성, 사고예방 안전성 등이 주요 항목이기 때문에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 볼 수 있으나 ‘가장 안전한 차’라고 불린 차량의 현 모습은 민망할 정도다.


소비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520d 등의 판매 및 운행중지를 요구하는 청원을 지속하고 있다. BMW코리아 측이 사고원인을 해명하고 리콜 계획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화재사고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BMW 520d는 신뢰를 잃었다. 최근까지도 많은 이들의 드림카였지만 이제는 그저 기피 차종 중 하나로 몰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