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대출 법안 분석해보니… '두 토끼' 잡을까

이르면 연내 P2P(개인간)대출 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 나오며 시장 관심이 고조된다. 관련법 제정을 두고 업계는 법적 구속력에 따른 자정 기능을 기대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수 있어 관련법 제정의 긍정적 여론이 조성되는 분위기다.

P2P법안의 연내 통과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다 최근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되며 힘이 실린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핀테크 활성화 토론회’에서 “P2P금융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P2P법 마련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P2P법의 필요성은 여야 할 것 없이 동의하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에 한목소리

관심은 국회에 제출된 개별 법안의 내용이다. P2P대출업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현재 총 5개다. 3개가 제정법안, 2개는 개정법안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정법안을, 박광온 민주당 의원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각 대부업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국회가 기존 법률을 개정하기보단 P2P대출시장을 위한 자체 법률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용자 보호 강화가 입법의 제일 목표지만 동시에 핀테크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과제도 있어서다. 그러려면 온라인과 핀테크를 기반으로 발달한 P2P대출의 특성을 반영한 법률이 필요하다.


3개 제정법안을 보면 P2P대출업에 대한 관리감독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최종안은 이들 법안을 종합적으로 조정해 정무위 대안으로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3개 법안의 공통점은 P2P대출 이용자 보호장치 강화다. 특히 허위 대출상품 판매 등 업체의 불법 영업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어 투자자 보호에 역점을 뒀다. 투자자금 별도예치가 대표적이다. 투자 판단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P2P업체가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내용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2월 마련한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행정지도에 그쳐 이를 지키지 않아도 업체는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투자자 보호 장치에 대한 이견은 없다. 업계는 시장 자정기능을 높이기 위해 이보다 강한 규제안을 마련 중이다. 렌딧, 8퍼센트 등이 꾸린 디지털금융협회 준비위원회는 최근 대출자 상환금도 분리해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율규제안을 내놨다. 대출 채권을 다른 금융기관에 신탁해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P2P업체의 자기자본금 투자 가능여부도 관심사다. 투자 모집이 완료되지 않아도 업체의 자금을 투입해 대출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법안에 공통적으로 담겼다. 다만 세부내용에 차이가 있다. 민병두 의원은 별다른 규정 없이 자기자본금 투자를 허용토록 했다. 반면 김수민 의원은 원칙적으론 불가능하지만 투자금이 95% 이상 모집된 경우 미달금액에 한해 투자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이진복 의원은 다른 조건 없이 자기자본의 100%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P2P업계는 이 조항에 기대하고 있다. 빠른 대출이 가능하고 해당 대출상품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어서다. 업체가 직접 투자한 만큼 투자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이 되므로 투자자로선 대출금 미상환에 대한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자기자본 투자한도 설정과 업체의 대주주 등 이해관계인에 대한 투자금지 등 규제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업권과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기자본금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건 기본적으로 대부업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부업체는 공모사채 발행 등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

◆최소 자기자본 요건 강화될까

현재 P2P대출 영업을 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에 등록해야 한다. 관련 법령이 없어 대부업법을 따르는데 업체의 100% 자회사로 연계대부업자를 두고 등록하는 식이다. 대부업법에 따라 자기자본금 3억원 이상을 갖춰야 한다.

앞으로 P2P대출 영업을 위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이 강화될지 주목된다. 발의된 법안을 보면 민 의원과 김 의원은 최소 3억원, 이 의원은 5억원으로 규정했는데 이보다 기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소 3억원을 갖춰야 영업 가능한 대부업체가 자기자본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반면 P2P업체는 투자자의 자금으로 빌려주므로 대부업법보단 높은 수준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 기준이 7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 업체는 19개뿐이어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P2P등록 신청인의 법적 지위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민 의원과 김 의원은 법인으로, 이 의원은 주식회사로 신청자격을 한정했다. 법인으로 할 경우 등록 진입장벽이 주식회사보다 낮아 시장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다. 반면 주식회사는 이사회 및 감사 관련 규정이 다른 회사에 비해 엄격하다. 대신 업체 운영의 투명성이 높아져 P2P 이용자 보호에 유리하다.

P2P대출업의 운영구조를 ‘직접대출형’으로 할지 ‘간접대출형’으로 할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김 의원은 직접형, 이 의원은 간접형, 민 의원은 혼합형으로 설정했다. 직접대출형은 투자자와 대출자의 계약이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P2P업체는 계약중개만 한다. 반면 간접대출형은 업체가 투자자와 계약을 맺은 후 투자자금을 모아 대출자와 다시 계약을 맺어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직접형은 업체가 도산하더라도 투자자가 채권을 상환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대출자로선 다수의 채권자로부터 상환독촉을 받게 되므로 대출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반면 간접형은 대출자 보호가 담보되지만 업체 도산 시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어느 구조를 취하든 대부업과의 연결고리는 끊기게 된다. 현재는 P2P업체가 투자자와 계약을 하면 업체의 자회사인 대부업체가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58호·제5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