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위치·시점·품목 빅데이터화… ‘개인 비서’가 된 신용카드
서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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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피코’, 신한카드 ‘마이샵’, 하나카드 ‘나만의 픽’. /사진=각 사 |
빅데이터 분석해 ‘디테일’ 혜택… 소상공인까지 ‘일거양득’
올 들어 국내 신용카드업계가 속속 선보인 ‘초개인화 서비스’ 영역이 가맹점 마케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고객의 결제위치, 결제시점, 구입품목 등을 빅데이터화해 개인 고객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초개인화 서비스가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로 떠오른 것이다. 개인고객은 맞춤형 혜택을, 가맹점은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지역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소상공인의 마케팅 지원 플랫폼 ‘마이샵 파트너’(MySHOP Partner)를 최근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마이샵파트너는 마케팅 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수수료 없이 홍보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고객 유치 이벤트를 준비 중인 가맹점주가 관련 혜택을 마이샵파트너에 입력하면 신한카드는 해당 가맹점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이벤트 정보를 알린다. 2200만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해당 가맹점의 최근 방문고객, 주변 방문고객, 주변 거주고객 등으로 분석해 인공지능(AI)이 가맹점과 고객을 자동 매칭해주는 식이다.
지역 상권의 소상공인은 편리하게 쿠폰을 발행할 수 있고 고객은 특색 있는 가맹점이 제공하는 다양한 오퍼를 받을 수 있어 개인고객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다. 이 서비스는 지난 8월 정부가 주최한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발표 자리에서 시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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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는 자사 1100만 고객의 소비정보를 기반으로 전국을 7만3000여개 상권으로 나눠 분석한 ‘다이나믹 소비지도’를 최근 내놨다. 카드이용자의 소비동선을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이용업종, 시간대 등의 변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카드는 이를 ‘링크 비즈파트너’에 적용, 중소가맹점의 마케팅 지원에 나섰다.
링크비즈파트너는 삼성카드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서비스로 가맹점주가 가맹점 전용 홈페이지에 고객에게 제공할 혜택을 등록해놓으면 삼성카드가 ‘링크’를 통해 서비스 내용을 고객에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링크비즈파트너에 소비지도가 더해지면서 소상공인은 현재 시점에서 가맹점 방문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더 개인화된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
비씨카드는 고객의 미래 소비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보고서를 내놨다. 고객이 원하는 주제와 기간을 설정하면 1시간 이내로 빅데이터 분석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빅데이터 분석보고서 즉시 발급서비스’다. 고객의 소비통계는 물론 평소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 등을 분석해준다. 경제, 정책, 금융, 여행 등 다양한 주제를 선택할 수 있고 주제에 맞는 소비데이터를 분석해 최장 1시간 내로 보고서가 완성된다.
이처럼 소상공인의 마케팅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간 카드사의 마케팅 대상이 대형마트, 백화점 등 초대형 가맹점이었다면 앞으로는 소상공인의 마케팅 지원 서비스가 확대될 것”이라며 “카드사가 보유한 방대한 고객 결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과 가맹점에 동시에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카드사로선 마케팅비용을 줄여 카드이용을 유인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제데이터·검색엔진 결합 서비스도
카드상품 제작에 활용되던 빅데이터 기술은 각사가 운영하는 결제 플랫폼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하나카드는 카드이용자가 원하는 혜택을 직접 선택하고 사용금액대별로 혜택을 차등화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인 ‘나만의 픽(Pick)’을 운영 중이다. 카드이용자가 할인, 캐시백, 하나머니(하나카드 포인트) 적립,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이자율 할인, 무이자할부 등으로 구성된 항목 중 원하는 혜택을 선택하면 본인의 소비패턴과 계획에 따라 관련 이벤트 정보를 제공한다.
롯데카드가 지난 7월 선보인 ‘롯데카드 라이프 앱’은 고객을 200여개 선호지수로 분류한 뒤 위치, 상황, 경험 등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앱에 탑재된 ‘터치’(TOUCH) 서비스를 이용하면 맞춤형 혜택이 실시간으로 적용돼 이용 편의성이 높다. 여기에 금융서비스 신청부터 결제 계좌 실시간 잔액 조회 등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금융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적용했다.
현대카드는 해외의 인기 패션 사이트를 찾아주는 검색엔진 ‘피코’(PICO)를 선보였다. 20억건에 달하는 카드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알맞은 해외 패션 사이트를 알려주는 점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검색엔진에 카드결제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시킨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광고나 스폰서십 등을 적용하지 않고 선정된 사이트의 방문 기록을 분석해 일반 포털의 검색 서비스보다 객관적인 결과를 내놓는다.
한편 빅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서비스는 카드상품의 트렌드도 크게 변화시켰다. 올해 카드사가 주력상품으로 내놓은 ‘무조건 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카드사용이 많은 가맹점에서 혜택을 극대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반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는 전월실적을 채워야 제공되지만 무조건카드는 이 같은 조건을 없앴다. 기본 할인율, 포인트 적립률은 다른 상품에 비해 낮지만 카드사용이 많은 곳에서 혜택을 극대화한 특징이 있다. 신한카드의 ‘딥드림’, KB국민카드의 ‘가온 올림카드’, 현대카드의 ‘제로’, 우리카드의 ‘카드의 정석’, 롯데카드의 ‘라이킷 올’ 등이 대표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패턴이 다양해지고 조건을 따지기보다 확실한 혜택을 받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무조건 카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 역량이 고도화되며 초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한 상품 설계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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