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최근 자동차 구매 고객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큰 차’다.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쉬는 공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장소’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는 것. 사람들이 자동차의 ‘거주성’에 주목하고 넉넉한 공간활용성과 안락함 그리고 적재공간 등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SUV다. 잦은 야외활동으로 세단보다 큰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서다. 이런 흐름은 최근 자동차 판매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경차, 소형차 등이 역(逆)성장세를 보이며 주춤하고 있고 세단 역시 특정 모델을 제외하고 판매량이 줄었다. 그 사이 SUV는 세단과 전체 자동차 시장을 양분하며 대세로 떠올랐다.

◆큰 차에 '시선'이 꽂힌다



인천에 사는 30대 남성 이모씨는 티볼리 에어를 탄다. 점점 커가는 아이와 주말에 캠핑을 가는 것이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이씨는 “캠핑장비를 싣다보면 트렁크가 부족해 2열 바닥에까지 빼곡이 장비를 쌓는다”며 “차를 바꿀 시기가 되긴 했고 팰리세이드 정도면 캠핑 장비 적재가 넉넉할 것 같아 언제 구입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김모씨는 지금 타는 제네시스 EQ900을 팔아 대형SUV를 사려고 한다. 김씨는 “세단이 승차감은 더 좋지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결론은 SUV’”라며 “직업 상 많은 물건을 실을 때도 많아 익스플로러 프로모션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큰 차가 인기를 끌며 레저용 차량, SUV의 판매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개월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대형SUV, 그 중에서도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다. SUV에 대한 소비자 갈증은 재작년 g4 렉스턴에서 시작돼 모하비가 꾸준하게 팔리는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고 가격마저 괜찮은 팰리세이드에서 폭발했다. 이 차가 몰고 온 대형SUV 광풍은 언제 식을지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다. 지금 계약해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트림도 있다. 

자동차업계는 대형SUV시장 ‘성장전망’은 팰리세이드의 인기로  ‘일기예보’가 되며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내 대형SUV는 올해 1분기 이미 2만대 이상 판매됐고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7700대 정도 판매된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늘어난 것.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11월29일 사전계약을 시작했고 예약 첫날 3468대를 계약하며 얼굴을 내밀었다. 2017년 국내 대형SUV 판매량 4만7000대의 약 7%의 물량을 단 하루 만에 달성한 것. 이어 2주 동안 사전계약으로 2만대 넘게 계약된 것은 ‘마트 오픈'처럼 깜짝 실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팰리세이드는 지난달 기준 누적계약 5만5000대를 돌파했고 현대차는 기존 월 3000대 수준의 생산량을 스타렉스 라인을 줄여 4000대까지 끌어 올렸다. 

대표적 수입차 대형SUV ‘포드 익스플로러’도 인기도 여전하다. 이 차는 2017~2018년 2년 연속 수입SUV 판매량 1위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1292대가 팔려 베스트셀링카 7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풀 체인지 포드 익스플로러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많다. 


팰리세이드 내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내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큰 차는 '왜' 뜰까

큰 차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이 지갑을 열게 만들었을까. 가장 큰 요인은 ‘공간활용성’이다. 팰리세이드의 기본 트렁크 용량은 509ℓ이며 3열시트까지 접으며 1297ℓ까지 늘어난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트렁크는 기본 594ℓ에 3열을 접을 시 1243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트렁크 용량이 약 470ℓ임을 감안하면 가히 ‘압도적’이다.

가격경쟁력도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대형SUV임에도 불구하고 3000만원 초중반대부터 시작해 풀옵션 등을 포함해도 5000만원을 넘지 않고 ‘프레스티지’ 풀옵션 취등록세까지 포함해도 5200만원대면 살 수 있다. 익스플로러는 수입차 치고는 저렴한 5000만원 중후반대로 살 수 있고 이 금액은 최고 4000만원 초반대인 그랜저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솔린 차량만 있고 낮은 연비는 흠이다.


SUV 선호도, 야외활동 증가 트렌드도 큰 차의 인기에 한몫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SUV의 판매 비중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SUV 비중은 2015년 20.3%, 2016년 24.7%, 2017년 24.9%로 지속 성장했다. 연구소는 2019년 SUV 판매 비중을 29.1%로 예상했다.

레저 등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캠핑인구는 2011년 60만명에서 2018년 600만명으로 10배 성장했다. 세단보다 공간활용성이 월등한 SUV의 ‘성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금 ‘차’보다 한단계 더 큰 ‘차’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도 SUV 인기 원인 중 하나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 사전계약을 토대로 작성된 ‘재구매 고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차량보다 더 큰 SUV를 원하는 중형SUV 고객이 전체의 22.7%로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모하비, 트래버스 등 ‘가격, 퍼포먼스’ 경쟁력을 두루 갖춘 신차들이 팰리세이드와 경쟁한다면 대형 SUV 시장은 지금보다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팰리세이드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던 고객들의 ‘니즈’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1호(2019년 5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