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당시 활주로 담장 너머로 여객기가 충돌한 로컬라이저의 콘크리트 구조물. /사진=뉴시스


지난해 12월 일어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인명 참사 원인을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가 사실상 조종사 과실로 결론지으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공항 안전 관리 책임 주체인 한국공항공사는 당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던 콘크리트 둔덕형 방위각(로컬라이저)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며 함구하고 있다.

2020년 5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 당시 안전 관리를 책임자였던 손창완 전 공사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며 공사 책임론도 부각됐지만 공사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최근 사조위는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가 조류 충돌로 항공기 엔진이 타격을 받으면서 조종사가 화재 발생 엔진이 아닌 다른 엔진을 잘못 꺼 발생됐다고 발표했다.

사조위는 한국이 주관해 미국, 프랑스 사고조사 당국 등과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엔진 제작사인 프랑스 샤프란과 지난 5월12일부터 6월4일까지 조사를 벌여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 과정에서 로컬라이저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제주항공 참사 원인을 인적 과실로 부각하며 브리핑을 시도한 사조위의 악의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노조는 "조종사가 비상 조치를 수행한 당시의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조종사가 엔진을 정지했다는 사실만을 부각하며 언론 브리핑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제주항공 노조도"항공기 사고는 단일 원인이 아닌 다양한 기여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지만 사조위는 사고 원인을 조종사의 단순한 오판으로 단정 지으려 했다"며 "이는 조사 기관으로서의 신뢰와 중립성을 스스로 저버린 심각한 조사 왜곡 행위"라고 규탄했다.

유가족에게 공유된 조사 결과에는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당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에 대해 사조위가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한 점도 꼬집었다. 노조는 "참사로 이어지게 만든 핵심 요인인 활주로 인근 로컬라이저 문제에 대해 사조위는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고 초기 국토부는 해외 공항에도 유사한 둔덕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족과 조종사노조는 사조위가 국토부 산하에 있어 조사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사조위의 독립을 요청한다.

사조위 발표를 두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안전 관리 주체인 한국공항공사는 책임을 회피한 채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2020년 5월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 당시 안전 관리 책임자였던 손창완 전 공사 사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공사의 책임론도 거론됐지만 적극적인 행보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보단 한 발 물러선 채 관망하고 있다.

무안공항 안전 관리 책임 주체이자 운영 주체인 한국공항공사는 무안공항을 비롯해 유사한 장애물이 있는 공항의 로컬라이저 개선공사 위해 지난 3월 용역 계약까지 맺었지만 진행은 더디다.

콘크리트 둔덕을 모두 철거하고 경량 철골구조로 전면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참사 현장인 무안공항의 경우 유족과 협의가 안 돼 철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년째 사장 자리가 공석인 한국공항공사의 리더십 부재로 참사 원인 규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공사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윤형중 전 사장이 지난해 4월 사퇴한 이후 1년4개월째 이정기 부사장 대행 체제다.

한편 무안공항은 국토부 조치에 따라 현재 3개월(1월·4월·7월) 단위로 폐쇄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무안국제공항 폐쇄 기간은 10월10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