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평판'은 기업과 개인의 생존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평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탄탄한 앞길이 펼쳐질 수도, 고난과 역경을 맞을 수도 있다. 정보화시대의 도래는 평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이 시각에도 수많은 이메일과 메시지가 오가며 온라인상에서 평판의 가치와 위력을 키운다. 지금 기업이나 당신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머니S>가 평판사회의 단면을 들춰봤다.<편집자주>

[‘평판’이 미래다-③] 올림픽 금메달보다 많은 '1위 브랜드'

“OO부문 13년 연속 1위.” 해가 지나갈 때마다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귀다. 업종이 비슷한 기업이 동시 수상했나 싶어 자세히 보면 부문이 교묘하게 다르다. 이를테면 같은 가전업체인데 냉장고, TV부문으로 나뉘는 식이다. 지난해 한 브랜드평판 조사기관이 선정한 우수브랜드는 183개에 달했다. 이 기관에서는 183개의 부문을 나눠 1위를 정한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102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고 각국이 다퉜다. 올림픽보다 1.8배 많은 종목에서 1등 브랜드를 결정하는 셈이다.


기업, 제품, 드라마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브랜드에 대한 평판이 시시때때로 쏟아지지만 어떻게 선정됐는지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평판을 조사한 기관이 대부분 선정기준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서다. 선정 부문도 셀 수 없이 많아 '1위'라는 가치가 떨어진다. '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가치 1위'를 소비자가 모르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홍보성 혹은 광고성 수상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한 브랜드평판 조사기관 관계자는 "얼핏 객관적인 자료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정확한 평가항목을 공개하지 않는 기관이 대부분이라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OO부문 13년 연속 1위’… 믿어도 될까요

◆브랜드 평가, 어떻게 이뤄지나

브랜드평판 조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단순히 소비자 인식을 파악하는 설문조사에서 기관이 정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평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산업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브랜드대상’은 경영정책·경영활동·경영성과 등에 중점을 둬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4개 기업을 선정한다. 구체적으로 ▲CEO의 브랜드경영 의지 ▲브랜드경영 전담 부서 및 인력 현황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력 ▲국가경제 발전 기여 및 긍정적 영향 등 15개로 세분화된 항목으로 매년 말 대상(대통령상), 최우수상(국무총리상), 우수상(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장려상(산업정책연구원이사장상)을 시상한다. 브랜드평판 관련 시상에서는 유일하게 정부포상을 주는 특징이 있다.

산업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전반적인 브랜드 경영에 초점을 둬 평가하고 있다”며 “기업 내에 어느 정도의 조직인력을 갖췄고 얼마나 경영에 몰입하는지 등 단발적인 목적이 아닌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브랜드평판 조사기관인 A업체는 설문조사와 심사위원평가를 나눠 각각 시상한다. 먼저 100% 소비자 설문조사를 통해 농·특산물, 생활용품, 온라인쇼핑몰 등 다양한 기업을 우수한 소비자만족 브랜드로 선정한다. 생활용품이라는 하나의 범주 안에서도 매트리스, 건강매트 등 세분화된 부문으로 뽑는다. A업체가 이런 식으로 시상하는 기업은 100개가 훌쩍 넘는다.

거기에 심사위원상을 별도로 둬 100% 공적심사를 통해 고객만족브랜드를 정한다. 20개가 넘는 기업은 심사위원이 직접 평가해 우수 브랜드로 선정한다. 다만 수상을 결정하는 심사위원은 단 한명이고 구체적인 평가항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브랜드평판 조사기관 관계자는 “브랜드평판을 주관하는 업체마다 평가방법에 차이가 있다”며 “각각의 기준이 있다. 이를테면 B업체는 설문조사 위주로, C업체는 선정위원평가 위주로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브랜드 평가 1위, 이유는?

같은 기업도 평가기준에 따라 브랜드 평판이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적합하고 검증된 기준이 필요하다. 이에 기존 조사방식의 한계를 깨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평판 조사업체도 등장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D브랜드 평판 조사업체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나오는 버즈(buzz·특정주제에 대한 언급), 어원분석 등을 활용해 브랜드 순위를 매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본인도 모르게 사용한 단어를 정량화해 여론을 파악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행해지는 설문조사에서 참여자가 의도적으로 실제와 다른 답을 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한계는 여전히 남는다.

A·D업체처럼 일부 브랜드 평판 조사업체는 1위라는 결과만 제공할 뿐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브랜드 평판 조사가 기업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홍보성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 평판 조사는 마케팅 측면에서 충분히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만 믿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한 브랜드평판 조사기관 관계자는 “중소기업 같이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이 브랜드 가치 1위에 선정될 경우 마케팅 측면에서 파급력이 발생한다”며 “소비자들은 이런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함에도 자연스레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소비자 중심으로 경영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CCM인증제도를 실시 중이다. CCM인증제도는 기업의 모든 경영활동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지속해서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한국소비자원이 평가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국가공인제도로 2년에 한번 재인증을 진행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170여개 기업에서 CCM인증을 받고 있다”며 “소비자가 브랜드를 믿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인증제도”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2호(2019년 5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