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심비 사로잡은 타이베이여행
도심 곳곳이 개별여행 천국… 조명하 의사의 순국현장
원데이투어로 완성되는 ‘예스폭진지’



대만 예류 지질공원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대만 예류 지질공원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대만이 일본 대체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비교적 짧은 비행시간에다 안정적인 치안, 합리적인 물가 등 여행지로서 일본과 견줘도 손색없는 장점이 많아서다. 더구나 한국인 입맛에 맡는 음식이 많은 점도 인기몰이의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대만은 일본여행 보이콧 전에도 인기여행지로 기지개를 폈다. 타이베이나 가오슝 등 주요도시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데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 개별여행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깔끔한 먹거리에서부터 디테일한 여행 콘텐츠까지, 특히 젊은 여성 여행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두근두근 타이완, 둘러볼 데 많은 타이베이


타이베이에는 일제강점기 축조된 건물이 많다. /사진=박정웅 기자
타이베이에는 일제강점기 축조된 건물이 많다. /사진=박정웅 기자
이러한 분위기를 대만관광청의 캐치 프레이즈가 잡았다. 톡톡 튀는 어감의 ‘푸통푸통 타이완’으로 젊은 층의 마음에 불을 붙였다. ‘두근두근’ 타이완을 가장 먼저 확인할 곳은 어디일까. 어느 국가든 수도를 빼놓고 말할 수 없듯 대만 역시 타이베이다. 도심에는 지하철로 빠르게 닿을 수 있는 ‘핫플’이 많다.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특화거리와 야시장, 그리고 널린 먹거리에 ‘인싸’ 놀이는 식은 죽 먹기다.

또 타이베이 전통과 우리 민족의 아픔을 느낄 곳도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지하철 노선만 잘 활용하면 타이베이 명소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역은 시먼(西門·3호선)과 동먼(東門·2호선)역이다. 철도 중앙역인 타이베이기차역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지하철 노선망은 사통팔달이다.

소고기를 듬뿍 넣은 우육면. /사진=박정웅 기자
소고기를 듬뿍 넣은 우육면. /사진=박정웅 기자
딴쉐이허(淡水河) 동쪽에 자리한 시먼역은 공항철도(타오위완공항)가 오가는 타이베이기차역에서 걸어가도 되는 거리에 있다. 시먼역을 중심으로 시먼띵상권, 남쪽 화시제야시장과 룽산쓰(龍山寺)까지 두루 걸음해도 된다. 곳곳에는 일본 식민지 50년사를 고스란히 품은 건물들이 즐비하다. 한국전쟁이라는 수난도 있겠으나 우리 땅에 남은 일제의 잔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원형 그대로의 건물이 많다.

시먼띵은 닝샤나 랴오닝제처럼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야시장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늦은 오후면 곳곳이 먹거리 천국으로 변신해 거리를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내 예능 여행프로그램이 소개한 곱창국수, 흑당버블티 등 각종 요깃거리가 여행객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다. 다양한 버스킹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시먼띵 여행의 백미다.


◆전화(戰禍) 피한 관세음보살, 도심사찰 룽산쓰의 향기

외관상 본전을 호위하는 듯한 용상이 인상적인 룽산쓰. /사진=박정웅 기자
외관상 본전을 호위하는 듯한 용상이 인상적인 룽산쓰. /사진=박정웅 기자
시먼에서 도보 10여분 거리에 타이베이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사찰이 있다. 1738년 건립된 룽산쓰(龍山寺)다.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 중 본전이 소실됐는데 이 과정에서 본전의 관세음보살상은 훼손되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룽산쓰를 찾는 이유다. 신묘한 히스토리에 온 사찰은 밤낮으로 향을 올리며 소원을 비는 이들로 북적이다. 룽산쓰는 어쩌면 타이베이의 향(香)인 셈이다.

룽산쓰의 분위기를 익혔다면 이젠 건축미를 훑을 차례다. 이 사찰은 건립 당시 못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붕에는 생동감 있게 제작된 목조 용상이 사찰을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용상을 비롯해 벽과 마루, 천장에 장식된 섬세한 조각들에 시선이 고정된다. 우리의 산사처럼 불교, 도교, 토속신앙이 어우러졌다. 차이가 있다면 도심 한복판 한곳에 다양한 종교가 공존한다는 점이다.

화시제야시장. /사진=박정웅 기자
화시제야시장. /사진=박정웅 기자
룽산쓰 맞은편에는 화시제야시장(華西街觀光夜市)이다. 각종 먹거리에서부터 생활용품 가게까지 다양한 점포와 노점이 즐비하다. 뱀이나 자라 따위를 보양식으로 내놓는 곳이 많은 점은 참조하자. 본래 요깃거리나 잡화를 주로 취급하는 야시장인데 최근 마사지숍이 많아졌다. 건너편 룽산쓰를 찾는 여행객이 많다는 거다. 마사지는 외래객의 경우 룽산쓰 재방문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곳보다는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을 이용하는 게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룽산쓰와 화시제야시장은 시먼역보다 5호선 룽산쓰역에서 보다 가깝다. 시먼의 상권 구경에 관심이 없다면 서쪽 딴쉐이허(淡水河) 강변 산책로를 찾아도 좋다. 한강처럼 공원과 산책로, 자전거 전용도로 등 편의시설이 잘 정비돼 있다. 자전거도로는 세계적인 자전거 생산국답게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이 많다.


◆융캉제, 조명하 의사 순국한 타이베이형무소

조명하 의사가 순국한 타이베이형무소의 유일한 흔적인 외벽. /사진=박정웅 기자
조명하 의사가 순국한 타이베이형무소의 유일한 흔적인 외벽. /사진=박정웅 기자
젊은 여행객들은 2호선 동먼역을 즐겨 찾는다. 힙지로, 익선동처럼 ‘핫플’이 많아서다. 융캉제(永康街)가 대표적인데 한국에도 널리 소개된 맛집과 디저트 가게가 즐비하다. 젊은 타이베이인들의 명소인 융캉제는 한국인 여행객들로 붐빈다.

‘핫플’에서 시선을 서쪽으로 한 블록 옮기면 기억해야 할 우리의 역사가 있다. 조명하(1905~1928) 의사가 순국한 타이베이형무소 터다.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올해 해외 독립운동가를 조명하는 한 TV 프로그램이 이곳을 찾았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찾는 한국인은 드물다.

조 의사는 대만에서 일제강점기 일왕 히로히토의 장인이자 육군대장인 구니노미야를 처단했다. 1924년 5월 타이중에서 독을 묻힌 비수를 던져 구니노미야를 단죄했다. 비수를 맞은 그는 독이 온몸에 퍼져 1929년 1월 숨졌다. 타국에서 혈혈단신으로 일제를 응징한 역사적인 사건이다.

옛 타이베이형무소 터는 공사가 한창이다. 타이베이형무소 터임을 가리키는 안내판. /사진=박정웅 기자
옛 타이베이형무소 터는 공사가 한창이다. 타이베이형무소 터임을 가리키는 안내판. /사진=박정웅 기자
의거 현장에서 붙잡힌 조 의사는 타이중 경찰서로 압송돼 취조를 받았다. 같은 해 타이베이 형무소로 이송된 그는 수감 중 사형선고를 받고 10월10일 순국한다. 그의 나이 스물넷이었다.

타이베이 형무소의 유일한 흔적은 외벽(북벽) 말고는 없다. 이 벽에는 대만 입장에 선 고적(古蹟) 안내판이 유일하다. 그 안에는 미군 수감 기록만 있을 뿐 조 의사 내용은 없다. 우리 정부가 별도 제작한 안내문은 찾아볼 수 없다. 조 의사는 청년공원 인근의 타이베이 한국학교에서 만날 수 있다. 1978년 타이베이 한국학교는 조 의사의 흉상을 세워 그의 큰 뜻을 기렸다. 관(官)보다 적극적인 민(民)을 이곳에서도 확인한다.

◆타이베이 북부여행, 예스폭진지를 아시나요

예류 지질공원의 버섯바위. 이 공원의 상징인 왕비바위(가운데)에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예류 지질공원의 버섯바위. 이 공원의 상징인 왕비바위(가운데)에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타이베이 인근 북부여행은 이른바 ‘예스폭진지’로 통한다. ‘예류(野柳, 지질공원)’ ‘스펀’(十分, 폭포·천등 날리기)’ ‘진과스’(金瓜石, 폐금광·광부도시락) ‘지우펀’(九份, 홍등거리)을 가리킨다. 온라인여행사(OTA)의 원데이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예스폭진지 여행을 알차게 완성할 수 있다. 우리의 시티투어 개념으로 비용 또한 저렴하다.

베이관 국가풍경구의 예류는 기암과 온천으로 유명한 여행도시다. 특히 희귀한 모양의 바위들이 해안에 모여 있는 예류지질공원은 대만여행의 필수코스로 꼽힌다. 이곳 기암은 화산이 기존 사암을 덧씌운 것으로, 대부분 버섯 모양을 띈다. 바위 아래의 사암층은 바람과 파도에 침식돼 버섯 기둥 형태를 보인다. 또 이 사암을 덧씌운 화산암은 버섯갓(균모) 형태다.

스펀의 천등 날리기. /사진=박정웅 기자
스펀의 천등 날리기. /사진=박정웅 기자
양밍산 국가공원과 일대에는 스펀과 진과스, 지우펀 등이 있다. 일종의 산악 오지로의 여행이다. 신베이시 스펀에는 스펀폭포와 천등 날리기가 있다. 스펀폭포 바로 옆으론 대만의 광물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일제가 건설한 철로가 놓여있다. 이 협궤의 종착역은 스펀이다. 스펀 철로에서 소원을 적은 천등이 하늘을 오른다.

진과스와 지우펀은 한짝이다. 진과스는 한때 금광도시로 번창했으며 진과스의 배후마을이 지우펀이다. 폐광 이후 지금은 산악지대의 여행지로 탈바꿈했다. 진과스의 명물은 폐금광보다는 국내 방송이 조명한 광부도시락이다. 도시락은 막장 상황을 고려한 채소를 곁들인 닭구이덮밥쯤으로 보면 된다.

지우펀의 홍등. /사진=박정웅 기자
지우펀의 홍등. /사진=박정웅 기자
지우펀은 대만여행의 상징 이미지인 홍등거리로 유명하다. 양조위의 <비정성시(悲情城市)>, 미야자키 하야로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촬영지와 배경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지산제(基山街) 골목길이다. 골목길 중간의 수치루(竪崎路)는 지우펀의 사진 ‘핫플’로 꼽힌다. 비좁은 골목에는 땅콩아이스크림이나 달걀와플을 파는 가게를 비롯해 인상적인 전통찻집, 커피숍 등이 즐비하다. 또한 오르골이나 오카리나 등 기념품을 파는 곳도 많다.

타이베이여행 계획은 한국에서 준비해도 충분하다. 온라인여행사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프로그램이 많아서다. 충전식 지하철 선불카드, 인터넷 유심, 식사 예약, 액티비티 체험권, 원데이투어 이용권 등을 눈여겨보자.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일~12월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