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주점에서 동갑내기 친구와 주량을 겨루던 50대 남성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2명의 친구가 모두 정신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중 1명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당시 술값을 걸고 주량을 겨루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미 술에 취한 상태에서 소주 6병을 더 마시고 쓰러진 것으로 확인됐죠. 보다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살아남은 A씨가 술에서 깨어난 후에야 파악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 제일 미련한 게 먹성을 겨루는 거라는 옛말이 있는데요. 술 내기는 그중에서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로 꼽힙니다. 친구가 죽을 때까지 주량을 겨룬 A씨,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요?

. /사진=이미지투데이
. /사진=이미지투데이

◆사망 예견 가능했다면 과실치사죄될 수도

음주 중 사망사고는 드물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음주가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끼칠 거라고 인지하지 못해 불상사가 일어나는 거죠. 더군다나 술까지 마셔서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판단력이 흐려집니다.

상대방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 상태가 됐다면 함께 술을 마신 동석자에게 술 취한 사람을 챙겨야 할 도의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실제 법원은 상대방의 사망을 막지 못한 술자리 동석자에게 법적 책임까지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B씨는 친구 C씨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만취된 친구를 촛불이 켜져 있는 방안에 뉘어 두고 나왔습니다. 당시 촛불은 피해자의 발에서 불과 70~80㎝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하는데요. C씨가 자던 중 촛불이 넘어져 불이 났고 결국 C씨는 이 화재로 사망했습니다.

대법원은 "B씨가 술에 취한 피해자가 정신없이 몸부림 치다가 발이나 이불자락으로 촛불을 넘어뜨리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과 화재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B씨의 과실치사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특히 "촛불을 끄거나 양초가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적절하고 안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인정된다"며 "B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상 피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과실책임을 막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94. 8. 26., 선고, 94도1291, 판결)

결국 과실치사죄 성립의 핵심은 '피해자가 음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예견가능성'과 '동석자에게 사고에 이르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 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인데요.

법원은 대학교 신입생 대면식에서 신입생들에게 강압적인 분위기 아래 술을 먹여 한 여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청주지방법원 2011. 6. 29. 선고 2010고단2038 판결)

사건 법원은 "피해자는 왜소한 체격에 주량이 적어 짧은 시간 많은 양의 소주를 마시면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피해자에게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눕혀 방치하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죠.

따라서 이번 사건의 A씨도 △친구의 주량, 평상시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고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기를 그만두고 피해자를 집으로 보내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과실치사죄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A씨도 만취상태' 주취감경 인정될까

그런데 사고 당시 A씨도 함께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만약 A씨의 과실치사죄가 인정되더라도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 이른바 주취감경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취감경은 음주 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 법감정과는 상반되는 판단입니다. 음주운전 사건과 성범죄 사건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추세에 따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본인 책임이 없는 심신미약의 경우만을 성범죄 양형의 감경인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술을 마셨거나 정신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형을 감경하는 거죠.

A씨는 친구에게 직접적인 가해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른 음주상태에서의 범죄와 양상이 다릅니다. 실제 법원은 음주 중 불의의 사고로 과실치사죄의 책임을 지는 동석자에게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죠. 고의가 아닌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점, 동석자도 술을 마셔 판단력이 흐렸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판단인데요.

A씨에게 과실치사죄가 성립한다면 수사기관 또는 법원이 A씨의 사정을 반영해 비교적 낮은 형을 구형 및 선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주 마시다 숨진 50대… 술 내기한 친구는 과실치사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