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집 없앤다"는 정부… '반지하'만 문제일까
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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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4관왕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된 서울 반지하주택. 장마철이면 침수로 살림살이 피해뿐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반지하의 위험성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아서일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올 6월까지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의 지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조사 결과 반지하는 전국 36만가구로 추산된다.
◆주택난 해소 반지하, '현대판 필로티'로 진화
반지하는 1980년대 주택난 해소와 정부의 건축법 개정에 따른 지하층의 생활환경 개선정책으로 만들어졌다. 집주인 입장에선 층수 제한에 걸리지 않고 층을 하나 늘려 월세를 더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선 채광, 환기가 나빠 습기가 생기고 건강과 사생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서울시는 2010년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국토부가 조사한 2018년 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1.9%로 2010년 4.0%와 비교해 감소했지만 서민형 공동주택인 빌라는 필로티 등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필로티는 주차장 공간이 부족한 빌라를 지을 때 1층에 외벽이 없는 기둥을 세우고 2층 이상을 떠받치게 만든 구조물이다.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2010년 전후로 우후죽순 늘어난 필로티 도시형생활주택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도시형생활주택의 88.4%(1만2321동)를 차지한다.
필로티가 '현대판 반지하'로 불리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기둥이 붕괴 직전까지 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앞서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국내 지진재해도를 고려한 저층 필로티 건물의 붕괴 확률' 논문을 발표한 김태완 강원대 교수는 "필로티 건물을 지을 때 붕괴 위험이 높으므로 설계와 시공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에는 필로티 구조가 지진에 취약하다고 명시한다. 필로티는 지진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하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시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사고 건물도 필로티였다.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필로티 건축물 화재안전대책 점검 결과 경남의 필로티 건축물 1만1139개동(26만2765가구) 가운데 7083개동(63.3%)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소방 부적합 5392개동(48.4%) ▲전기 부적합 3708개동(33.3%) ▲건축 부적합 1083개동(9.7%) 등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지은 필로티 건물은 '2층 이상이나 연면적 500㎡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문제는 개인 건축업자가 짓는 소형 빌라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래서 2018년 이후에는 3층 이상 필로티 건축물의 설계 및 감리 과정에 건축구조기술사의 서명이 필요하다. 필로티 기둥의 철근 상태도 구조전문가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기둥의 철근 배치를 완료한 때는 시공 현황을 촬영하도록 했다.
◆불법건축물 수수방관, 인간다움 포기한 30㎡
인구 감소에도 서울 도심화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의 1인당 주거면적은 30.5㎡로 전국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의 '2019년 전국 건축물 현황 통계'를 보면 1인당 주거용 건축물 면적은 서울 30.5㎡로 전국에서 가장 좁고 세종보다 10.0㎡가량 좁았다.
도심 집중화가 이뤄진 서울의 불법 원룸은 인터넷에서 종종 화제가 됐다. 화장실과 주방의 경계가 없어서 변기 옆에 싱크대를 설치하고, 성인 한명이 누울 공간이 안돼 몸을 웅크려야 잠을 잘 수 있고, 창문이 없어서 24시간 불을 켜야 하는 집.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조건을 정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에 못미치는 집이다.
실제 이런 불법건축물을 공인중개사가 버젓이 소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옥상을 불법증축해 몸을 45도로 비틀어야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집도 있고 더블침대 하나 안들어가는 방만 두개 있는 집도 있다. 상가건물을 주택으로 개조해서 임대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집도 있다.
이런 불법건축물이 골목골목을 가득 메워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서초구청에선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불법건축물을 찾아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려면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막상 가보면 불을 끄고 사람이 안사는 척 연기하는 일이 일상화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엔 용산의 빌라를 분양받고 이웃 주민의 신고로 불법증축 이행강제금을 낸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분양받은 당시 불법증축 사실을 몰랐는데 인허가를 낸 곳도 구청, 불법증축을 규제하는 곳도 구청"이라며 "자기들이 허가해놓고 벌금을 무는 것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올해 업무계획 보고에서 올 6월까지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의 지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조사 결과 반지하는 전국 36만가구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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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난 해소 반지하, '현대판 필로티'로 진화
반지하는 1980년대 주택난 해소와 정부의 건축법 개정에 따른 지하층의 생활환경 개선정책으로 만들어졌다. 집주인 입장에선 층수 제한에 걸리지 않고 층을 하나 늘려 월세를 더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선 채광, 환기가 나빠 습기가 생기고 건강과 사생활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서울시는 2010년 반지하 신축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국토부가 조사한 2018년 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1.9%로 2010년 4.0%와 비교해 감소했지만 서민형 공동주택인 빌라는 필로티 등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필로티는 주차장 공간이 부족한 빌라를 지을 때 1층에 외벽이 없는 기둥을 세우고 2층 이상을 떠받치게 만든 구조물이다.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2010년 전후로 우후죽순 늘어난 필로티 도시형생활주택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도시형생활주택의 88.4%(1만2321동)를 차지한다.
필로티가 '현대판 반지하'로 불리는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필로티 기둥이 붕괴 직전까지 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앞서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국내 지진재해도를 고려한 저층 필로티 건물의 붕괴 확률' 논문을 발표한 김태완 강원대 교수는 "필로티 건물을 지을 때 붕괴 위험이 높으므로 설계와 시공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사이트에는 필로티 구조가 지진에 취약하다고 명시한다. 필로티는 지진뿐만 아니라 화재에도 취약하다. 2015년 1월 경기 의정부시에서 불이 나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다친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사고 건물도 필로티였다.
경남도는 지난해 12월 필로티 건축물 화재안전대책 점검 결과 경남의 필로티 건축물 1만1139개동(26만2765가구) 가운데 7083개동(63.3%)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분야별로는 ▲소방 부적합 5392개동(48.4%) ▲전기 부적합 3708개동(33.3%) ▲건축 부적합 1083개동(9.7%) 등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지은 필로티 건물은 '2층 이상이나 연면적 500㎡ 이상'이면 의무적으로 내진설계를 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문제는 개인 건축업자가 짓는 소형 빌라들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그래서 2018년 이후에는 3층 이상 필로티 건축물의 설계 및 감리 과정에 건축구조기술사의 서명이 필요하다. 필로티 기둥의 철근 상태도 구조전문가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했다. 기둥의 철근 배치를 완료한 때는 시공 현황을 촬영하도록 했다.
◆불법건축물 수수방관, 인간다움 포기한 30㎡
인구 감소에도 서울 도심화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울의 1인당 주거면적은 30.5㎡로 전국에서 주거환경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의 '2019년 전국 건축물 현황 통계'를 보면 1인당 주거용 건축물 면적은 서울 30.5㎡로 전국에서 가장 좁고 세종보다 10.0㎡가량 좁았다.
도심 집중화가 이뤄진 서울의 불법 원룸은 인터넷에서 종종 화제가 됐다. 화장실과 주방의 경계가 없어서 변기 옆에 싱크대를 설치하고, 성인 한명이 누울 공간이 안돼 몸을 웅크려야 잠을 잘 수 있고, 창문이 없어서 24시간 불을 켜야 하는 집.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조건을 정부가 정한 '최저 주거기준'에 못미치는 집이다.
실제 이런 불법건축물을 공인중개사가 버젓이 소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옥상을 불법증축해 몸을 45도로 비틀어야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집도 있고 더블침대 하나 안들어가는 방만 두개 있는 집도 있다. 상가건물을 주택으로 개조해서 임대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는 집도 있다.
이런 불법건축물이 골목골목을 가득 메워 주차전쟁이 벌어지는 서초구청에선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불법건축물을 찾아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려면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막상 가보면 불을 끄고 사람이 안사는 척 연기하는 일이 일상화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엔 용산의 빌라를 분양받고 이웃 주민의 신고로 불법증축 이행강제금을 낸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분양받은 당시 불법증축 사실을 몰랐는데 인허가를 낸 곳도 구청, 불법증축을 규제하는 곳도 구청"이라며 "자기들이 허가해놓고 벌금을 무는 것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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