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힌다. 유통업계에서 숨 막히는 생존게임이 한창이다. 각 업태별로 새 영역을 개척하거나 매출 증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는 것. 과거에는 단순 협업 상품 출시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엔 아예 영역을 넘는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온라인 공룡들은 앞다퉈 사업 영역을 추가하고 오프라인 강자들은 만물상으로 진화한 것도 모자라 배달서비스까지 추가하는 형국이다. 문어발 경제학 속, 업(業)의 경계는 이미 허물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MoneyS Report] 문어발 경제학 ④ ‘문어발 전략’을 보는 두개의 시선

서울에 위치한 카페베네 매장/사진=머니S
서울에 위치한 카페베네 매장/사진=머니S
“앞으로 모든 업체는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직접 플랫폼이 되거나 플랫폼 기업과 협업하거나.”

‘플랫폼 혁명’의 저자 상지트 폴 초우더리 플랫포메이션랩스 대표의 말이다. 이는 앞으로 유통 환경에서 기업의 플랫폼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마디로 함축한다. 최근 유통업계에 부는 영역파괴 바람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을 통해 집객력을 강화한다는 생존 전략 측면에서다. 


먹고 먹히고… 식탐 어디까지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유통시장에서 업종 간 경계 소멸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저성장과 IT(정보기술) 발전, 경쟁 심화, 협업 등의 트렌드가 지속되면 새로운 시장 진출의 진입 장벽이 계속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ODM(주문자개발생산) 생태계가 탄탄해 기획만 잘해도 시장 진출이 가능한 화장품이 대표적인 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유통시장은 절대적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이익을 내기 힘든 완전 경쟁시장”이라면서 “이런 산업구조와 소비 패턴의 급격한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향후 유통시장 재편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오 교수는 현재 유통업계 변화가 매우 빠른 상황에서 온·오프라인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허물어지는 경계는 상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소비자 혜택을 증대시킨다”면서 “앞으로도 (유통시장은) 복합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경제가 침체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가운데 마케팅 차원에선 새로운 복합 채널을 발전시키고 비용을 절감해 소비자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존을 위한 확장이지만 ‘일단 진출하고 보자’는 문어발 전략에 대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세븐일레븐이 치킨 프랜차이즈 BBQ와 손잡고 치킨 상품 시범판매를 진행하자 비비큐 가맹점주들은 ‘영업지역 침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검토하기도 했다.

로드샵 화장품업체들이 유통 다각화 차원에서 온라인과 헬스앤뷰티(H&B)스토어, 홈쇼핑 등에서 병행판매를 늘리자 점주들은 ‘전국화장품가맹점주협의회’를 출범시켜 항의 목소리를 냈다. 

확장 브랜드에 공을 들이다 본업까지 무너진 경우도 있다.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한때 업계 1위에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 제과점 ‘마인츠돔’으로 확장을 시도하다 결국 법정관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돈이 된다면 무조건 하고 보는 무리한 영역 확대는 시장 트렌드가 급변했을 때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진출하려는 사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전후방 산업과 생태계도 꼼꼼히 따져보고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6호(2020년 3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