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후보 논란 "대리게임만의 문제 아냐"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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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1번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리게임, 불법성은?
류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살펴보기 전 대리게임에 대한 불법성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대리게임은 계정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다. 등급으로 상대 실력을 가늠하는 LoL 등의 게임류에서는 대리게임을 한 플레이어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겉으로 보여지는 등급에 비해 게임 실력이 좋지 않을 경우 대리게임 의혹에 휩싸일 수 있다.
위법요소도 존재한다. 지난해 6월 시행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처벌 규정이 마련됐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1항 11조에 명시된 ‘게임물 관련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방법으로 게임물의 점수·성과 등을 대신 획득해 주는 용역의 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함으로써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LoL 개발·운영사인 라이엇 게임즈도 자체 규정을 통해 대리게임 유저를 제재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로그 기록 등을 분석해 대리게임 여부를 판단하면 1차 적발시 이용제한 30일 처분을 내린다. 2차 적발시 영구 게임이용제한에 처한다.
류 후보의 경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관련 조항이 지난해 6월25일 시행돼 소급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용역알선 또는 제공을 업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처벌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LoL은 팀 플레이가 핵심인 만큼 실력을 나타내는 등급이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며 “그만큼 유저 사이에서는 대리게임에 대한 불신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리게임=신뢰의 문제
국회의원은 국민의 투표로 뽑는 선출직 공무원이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할 만큼 도덕성이 주요 판단 기준으로 거론된다. 정치권에서는 류 후보가 한 대리게임이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지만 거짓말을 했던 전력이 드러나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류 후보가 국민 투표로 당선 여부를 결정짓지 않고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다는 점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고 분석했다.
류 후보는 2014년 당시 이화여대 e스포츠 동아리 ‘Klass Ewha’(클라스 이화) 회장으로 활동하며 게임 전문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등급을 ‘다이아5’라고 밝힌 바 있다. 인터뷰 후 게임커뮤니티를 통해 스펠 위치 및 승률 등을 근거로 류 후보의 대리게임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류 후보는 이틀 만에 사과문을 통해 단순한 호의 차원에서 아이디를 공유했다고 밝히며 사실상 대리게임을 인정했다.
문제의 발단은 대리게임 인정 전인 인터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터뷰 당시 류 후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들며 “여성이 조금만 못하더라도 대리나 버스(묻어가기)를 탔다고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것 같다”며 “대회 출전을 위해 각 포지션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대부분 여성이 서포터를 플레이하기 때문에 티어(등급)에 비해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리게임으로 등급을 올린 상황에서 여성 유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이야기 하는 것이 모순된 행동이라는 분석이다. 편법을 이용해 상위 3%에 해당하는 등급을 보유했던 만큼 게임회사에 입사할 당시에도 LoL 등급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뒤따랐다.
연이은 사과, 갑론을박은 계속
류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지난 10일과 12일에 걸쳐 두 차례 거듭 사과하며 일부 의혹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그는 “LoL 유저였던 저는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제 계정을 공유했다”며 “그것이 문제가 돼 사과문을 올리고 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는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며 “특히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고 밝혔다.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뜻도 전했다.
류 후보는 당시 금전거래도 없었고 계정 공유로 논란이 된 시기는 2014년 5월이지만 해직된 두 번째 직장은 2015년 1월 입사한 만큼 채용특혜도 없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4일 류 후보는 블로그에 지난 11일 정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진행한 소회를 밝히며 청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의 소신을 전했다.
그는 “공동선대위원장 직을 맡기로 마음먹고 밤잠을 설쳐가며 저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했다”며 “미사여구로 포장한 각오를 말씀드리는 대신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 세대의, 바로 저의 간절한 소원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며 청년기초자산제 등의 공약을 설명했다.
한편 전직 프로게이머인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은 류 후보의 대리게임 논란이 청년과 청소년 사이에 자리잡은 문화·예술인 게임의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며 나아가 게임·IT 노동자를 대변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황 위원은 SNS를 통해 “류 후보는 상징적인 정의당의 1번 후보로 게임과 IT 노동자를 대변하겠다고 밝혔지만 막상 과거 대리게임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며 “이는 청년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여전히 고작 게임 취급을 받는 현실에 청년·청소년이 분노하는 것이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면 어떤 청년정책을 전할지라도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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