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전년대비 다소 떨어진 1분기 영업이익 성적표를 받았지만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사진은 기아 미국 조지아공장 생산 라인. /사진=기아


기아가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다소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도약의 기회로 삼아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각오다.

"뛰어난 위기대응 기초 체력 지녔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25일 열린 올 1분기(1~3월)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경영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무는 "2분기 실적은 전년대비 어느 때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2분기 관세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관세 영향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동돼 관세 부분에서 실제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직접 말하기는 어렵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EV6와 EV9 등 친환경차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며 보조금을 수령하고 다양한 하이브리드와 픽업트럭까지 더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하도록 할 것"이라며 "인센티브 운용은 일괄 줄이고 늘리는 게 아니라 차종별 상황을 보고 맞춤형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6월 이후 기존 재고 소진으로 하반기에는 관세 영향을 만회하기 위해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 등 다른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본다"며 "관세 영향은 기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비슷한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아는 과거 어려운 시기에도 도약하고 빠르게 대응했던 기초체력을 가졌다"며 "단기 대응을 하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준비하고 대응했다. 어느 업체보다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삼고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 달성도 자신했다. 김 전무는 실적 피크 아웃(peak out·정점을 찍고 하락) 관련 질의를 받은 뒤 "연간 목표 영업이익률 11%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피크 아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EV3가 수익률이 높은 차종이 아니지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EV6와 EV9의 경우 생산지를 미국 조지아 공장으로 옮기다 보니 일시적으로 빠졌고 유럽에서는 스포티지 구형 모델에 대한 조정이 있었지만 하반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해와 달리 올해는 초기 차종 믹스에 대한 이유로 1분기가 더 낮은 이익률을 계획해 상고하저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기아가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기아 사옥. /사진=기아


본격적인 관세 영향 시점은 5월로 예측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2개월 치 재고를 보유 중"이라며 "현재 관세 영향으로 미국 물량을 더 필요한 만큼 선적 하고 있지만 미국만 백오더(대기 주문)가 많은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고 하이브리드는 미국을 위해서만 모든 재고를 몰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무는 "법인 재고 물량은 0.5개월 치로 관세 영향은 5월부터 있을 것"이라며 "관세 영향에 대한 연간 운영은 상반기 실적 발표 때 공유드리겠다"고 답했다.

매출 28조, 영업이익 3조원대로 선방

기아는 이날 콘퍼런스콜에 앞서 1분기 연결기준 경영 실적을 공개했다. 기아는 전년대비 12.2% 줄어든 3조86억원의 영업이익과 6.9% 뛴 28조17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매출의 경우 역대 분기 최대 신기록이다.

당기순이익(비지배 지분 포함)은 2조3926억원을 거둬 14.8% 떨어졌지만 1분기 판매량은 1.6% 뛴 77만2648대를 기록했다.

기아는 1분기 실적에 대해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에 대한 고객 선호가 지속해서 확대되는 가운데 관세 적용을 앞둔 미국 시장의 선구매 수요 및 인도와 신흥시장의 판매 호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 판매가 상승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차 중심 판매에 따른 가격 상승, 원자재가 하락으로 인한 재료비 절감, 원화 약세에 기반한 긍정적 환율효과 등이 있었다"면서도 "지난해 1분기에 낮았던 해외 주요 시장의 인센티브 기저 영향 및 북미시장의 EV9 본격 판매에 따른 판매믹스 기저 영향 등이 이를 상쇄하며 수익성은 다소 감소했다"고 부연했다.

2025년 1분기 기아의 판매량(도매 기준)은 국내에서 전년대비 2.4% 감소한 13만4564대, 해외는 2.5% 증가한 63만8084대 등을 기록해 총 77만2648대(전년대비 1.6%↑)를 달성했다.

국내 판매는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고수익 RV 차종과 전기차 주력 모델인 EV3 등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K3와 모하비 단산 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다.

해외 판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권역의 견고한 수요가 이어진 가운데 인도 권역에서 시로스의 성공적 론칭, 아·중·동 및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의 판매 호조 등이 상승을 이끌었다.

유럽 권역은 EV3의 인기와 차 공급제약 해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출시할 스포티지 PE(상품성 개선) 대기 수요의 영향으로 판매가 줄었다.
기아가 글로벌 경영 환경 위기에도 수익성과 고객가치 중심의 사업 운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은 기아 멕시코공장 전경. /사진=기아


매출원가율은 인센티브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2.1%포인트 오른 78.3%를 기록했다. 판매관리비율은 0.3%포인트 상승한 11.0%를 기록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영업이익률은 10.7%로 1분기 기준 글로벌 주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의 예상 영업이익률 평균치인 5% 대비 약 2배 이상 수준을 나타냈다.

기아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2022년 4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2조원 이상,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고수익 체제를 지속했다.

1분기 친환경차 판매는 하이브리드 수요 확대 양상에 따른 판매 증가를 중심으로 전년대비 10.7% 증가한 약 17만4000대(소매 기준, 백 단위 반올림)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 가운데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전년대비 1.5%포인트 상승한 23.1%를 달성했다.

유형별로는 ▲하이브리드 10만4000대(10.6%↑)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만4000대(26.3%↓) ▲전기차 5만6000대(27.0%↑)다.

주요 시장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국내 42.7%(전년 41.3%) ▲서유럽 43.9%(40.9%) ▲미국 18.4%(15.7%)를 달성했다.

기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실물 경제 침체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소비자의 구매 심리 위축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요에 기반한 유연 생산 운영을 통해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최적의 인센티브 운영 전략을 펼쳐 수익성과 고객가치 중심의 사업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