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보다 먼저 프랜차이즈 낸 '덮죽덮죽'… 법적 책임지나?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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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죽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이 메뉴 도용 논란을 빚으면서 업계 미투 관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포항 덮죽집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출연자의 메뉴를 도용한 덮죽 프랜차이즈 '덮죽덮죽'이 결국 관련 사업을 철수했다. 이로써 사태는 종결되는 분위기지만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에 만연한 베끼기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절 논란 '덮죽덮죽' 사업 철수한다
이상준 덮죽덮죽 대표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저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덮죽덮죽 브랜드는 금일부로 모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본사의 프랜차이즈 진행 과정에서 '메뉴명 표절'과 '방송 관련성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기했다"며 "수개월의 연구와 노력을 통해 덮죽을 개발한 원조 덮죽집 사장님께 너무 큰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땅히 지켜야 할 상도의를 지키지 않고 사장님께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하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메뉴 표절 사태는 지난 5일 덮죽덮죽이 일부 매체를 통해 프랜차이즈 론칭 기사를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덮죽덮죽은 "신개념 메뉴인 덮죽을 국내 최초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론칭했다"며 "지난 여름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항 꿈틀로편에서 선보인 덮죽을 외식업 전문 연구진이 참여한 자체 메뉴로 개발했다"고 자사 브랜드를 소개했다.
하지만 ▲덮죽이란 메뉴 자체가 '골목식당'에 출연한 포항 덮죽집 사장이 개발한 메뉴라는 점 ▲덮죽덮죽이 포항 덮죽집 사장의 메뉴와 동일한 메뉴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 ▲메뉴 이름 앞에 '골목 저격'이란 문구를 넣어 '골목식당'을 연상케 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표절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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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죽덮죽이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한다. 덮죽덮죽 기존 메뉴(왼쪽)과 사과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도용인데… 법적 처벌은?
메뉴를 도용 당한 '골목식당' 덮죽집 사장은 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덮죽을 뺏어가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골목식당' 제작진 측은 "덮죽집 사장님을 도울 방법을 다각도로 준비 중"이란 입장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음식 레시피를 베꼈다고 해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음식 레시피는 창작물이 아닌 아이디어로 치부하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식품·외식업계에 유난히 '미투제품'(타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해 만든 유사 제품)이 많은 이유다.
미투제품으로 인한 피해 사례는 수두룩하다. 2011년 스몰비어 프랜차이즈가 그랬고 2013년엔 벌집 아이스크림, 이후 츄로스, 카스텔라, 핫도그, 마라탕, 흑당 버블티 등으로 미투 브랜드가 계속 생겨났다.
대만 카스테라 열풍이던 2017년에는 '대왕통카스테라' '대만원미대왕카스테라' 등 유사 브랜드가 속속 등장했다. 당시 브랜드수만 30여개, 전국에 400여개가 넘는 매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현재 대만 카스테라 브랜드는 사실상 전멸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미투상품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법원은 대부분 특허권이나 상표권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다"며 "제품의 맛이나 디자인 등이 유사하더라도 동일한 것이 아니라면 승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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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박이 전문점 '이차돌' 매장(위)과 '일차돌' 매장 외관. /사진=각사 |
베끼고 싸우고… 미투 잔혹사
미투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원조 브랜드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손해는 불가피하다. 법적 분쟁에 시간적, 물질적 비용이 소요되며 분쟁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가맹점주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00년대 초 맥주 프랜차이즈 '쪼끼쪼끼'는 '쭈끼쭈끼'와 '블랙쪼끼' 등을 상대로 유사상호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하지만 수년에 걸쳐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는 이미 맥주시장의 트렌드가 바뀐 후였다.
차돌박이전문점 '이차돌'도 벌써 3년째 법적 다툼을 진행 중이다. 2018년 이차돌은 미투 브랜드인 '일차돌'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및 부정경쟁방지에 관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차례 가처분 절차에서 이차돌의 손을 들어줬으나 지난해 본안 1심 판결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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