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샤넬 매장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줄이 늘어섰다. /사진=김경은 기자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샤넬 매장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줄이 늘어섰다. /사진=김경은 기자

"오전 7시30분에 왔어요. 가격 오르기 전에 하나 장만하려고요."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만난 A씨는 사용 중이던 캠핑의자를 정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화점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30분까지 약 3시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매장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같은 시각 매장 앞에 선 대기인원은 5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전부 샤넬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샤넬이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이에 앞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예비 신랑과 함께 매장에 방문한 B씨는 "예물로 핸드백을 구매하려고 하는데 원하는 제품이 있을 지 모르겠다"면서 "매일 입고되는 품목이 달라 며칠째 방문 중"이라고 전했다. 

전문 리셀(re-sell·되팔기)러도 이때를 노린다. 샤넬 클래식백이나 보이백 등 일부 제품은 돈이 있어도 구매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때문에 가격 인상 전에 인기 제품을 사두고 추후에 되팔면 수익성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샤넬 매장 직원이 재고 여부를 공지하자 일부 인파가 대기줄을 빠져나갔다. /사진=김경은 기자
샤넬 매장 직원이 재고 여부를 공지하자 일부 인파가 대기줄을 빠져나갔다. /사진=김경은 기자

개점 20분 전이 되자 샤넬 매장 직원이 나와 대기 등록을 받기 시작했다. 태블릿 PC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방문하면 된다. 지난 5월 샤넬 가격 인상을 앞두고 수십명의 인파가 아침마다 매장으로 뛰어가던 현상인 '오픈런'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체계다. 

한 직원이 대기 등록을 받는 동안 다른 직원은 재고 조회에 나섰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얘기하면 매장 입고 여부를 알려준다. 이 직원이 나오자마자 "클래식백 있나요?" "카드지갑은 어떤 라인 있어요?" 등 질의가 빗발쳤다. 직원이 "클래식 라인은 재고가 없다"고 말하자 일부가 한숨을 내쉬며 대기행렬에서 빠져나갔다. 

이날 오전 9시50분에 도착한 기자는 대기 38번을 받았다. 입장 차례가 돌아온 건 11시10분. 중간에 빠져나간 인파를 고려해도 1시간 넘게 대기한 셈이다. 하지만 소량 입고된 인기 제품은 이미 빠져나간 뒤였다.

실제로 샤넬은 2일자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 클래식백 미듐은 846만원에서 864만원, 라지는 923만원에서 942만원으로 각각 2.1%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