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을 전공한 A씨는 취업이 어려워지자 개발자 직군으로 진로를 바꿀지 고민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회학을 전공한 A씨는 취업이 어려워지자 개발자 직군으로 진로를 바꿀지 고민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4년제 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A씨는 원래 전공에 맞춰 취업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업이 여의치 않자 IT기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생소한 분야이기에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IT 개발자 직군에 도전하기 망설여진다”며 “아무래도 낯선 분야라 정보가 부족해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묻지마 개발자 열풍, 너도나도 코딩 삼매경




‘네카라쿠배당토’는 어느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네카라쿠배당토’는 주요 IT 기업들(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사진=양진원 기자
‘네카라쿠배당토’는 어느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네카라쿠배당토’는 주요 IT 기업들(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사진=양진원 기자
전국적으로 ‘코딩 개발자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진로 분야였던 개발자 직군에 문과 계열을 포함한 비전공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최근 여러 대학들도 교양필수 과목에 파이썬 등 코딩 과목을 포함해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딩이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명령체계를 만드는 과정을 뜻한다. 이렇게 만든 언어로 프로그램 만드는 것을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른다.


‘네카라쿠배당토’는 어느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됐다. ‘네카라쿠배당토’는 주요 IT 기업들(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다. IT 기업들에 대한 취준생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들 기업은 취준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에 귀하신 몸 ‘개발자’… 자칫하면 코딩 잡부?

과거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진로 분야였던 개발자 직군에 문과 계열을 포함한 비전공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기업 관계자가 지난 23일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교육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 /사진=양진원 기자
과거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진로 분야였던 개발자 직군에 문과 계열을 포함한 비전공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사진은 기업 관계자가 지난 23일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에서 교육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 /사진=양진원 기자
이 같은 열풍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돼 비대면 사회로 급속하게 전환되면서 온택트서비스 관련 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전통적인 문과 직군인 항공 서비스 및 은행 등의 기업이 채용규모를 줄이면서 문과 출신 비전공자들이 개발자 직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발자 취업준비생 허모씨(27·남)는 “취업이 매우 어려워진 데다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전문성 없는 일반 사무직의 경우 미래가 좀 걱정된다”며 달라진 현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문제는 단기간 교육만으로는 실무에 투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막연한 환상을 갖고 개발자 직군에 뛰어든 비전공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들은 단순한 코딩 업무만을 전담하는 이른바 ‘코딩 잡부’로 전락하기도 한다. 비전공자가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근 IT 기업들이 내세운 높은 연봉만을 보고 개발 직군에 지원하면 시장에 안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프론드엔드 개발자로 근무 중인 김현규씨(26·남)는 “개발자가 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섣부른 결정을 경계했다.

교육 프로그램 장학생 선발되면 유리… 지원 혜택도 다양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면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으로 선발돼 코딩 및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사진=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코드스테이츠 제공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면 교육 프로그램 수강생으로 선발돼 코딩 및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을 수도 있다. /사진=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코드스테이츠 제공
비전공자가 개발자가 되려면 관련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자비로 개발자 학원에 다니는 것이다. 하지만 취준생의 교육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를 활용해 고용노동부와 연계된 학원에서 수강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정부지원을 받는 개발자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별도의 선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IT 인재양성 스타트업도 속속 생기고 있다. ‘코드스테이츠’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IT 커리어 시작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아울러 200여 기업에 채용도 알아봐준다. 별도의 비용없이 교육을 이수하고 취업 이후 연봉의 일정비율을 교육비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드스테이츠를 수료한 후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나수연씨(28·여)는 “자신의 역량과 적성이 개발 분야와 적합한지 실제로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드스테이츠는 실전 중심 과정이어서 개발자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지난 2019년 12월 설립한 기관이다. 교육은 강의방식이 아닌 자기 주도적인 프로젝트 수행, 동료 간 상호 학습 등으로 구성됐으며 2년 과정이다. 2년 동안 월 100만원도 지원된다. 전형은 온라인테스트와 체크인 미팅을 거쳐 한달 동안 진행되는 최종 시험을 통과해야 본 과정에 참가할 수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교육생 원준호씨(32·남)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개발자 기초지식부터 스스로 쌓을 수 있다”며 능동적인 학습방식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동료 교육생 최예지씨(27·여)도 “교육비가 없고 매달 지원비가 나오는 점이 좋다”며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꽃길만 걷는 IT업계?… 노력 없이는 불가능

관계자들은 많은 기업이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진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MOU(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들을 나타낸 게시판의 모습. /사진=양진원 기자
관계자들은 많은 기업이 개발자 모시기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진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와 MOU(업무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들을 나타낸 게시판의 모습. /사진=양진원 기자

최씨는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수했다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며 “스타트업을 동료와 시작할 수 있고 창업 초기 정부 지원금 혜택도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측은 “IT 대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지금도 개발자 구하기에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교육과정을 소화하는 데도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드스테이츠 김인기 대표도 “단기간에 마법처럼 개발자가 되는 건 어렵다”며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IT 직무 역량을 갖추면 다양한 커리어에 도전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이들은 비전공자라도 개발자 취업에는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클라우드 개발회사에 재직 중인 이모씨(남·29)는 “전공자라도 완벽한 지식을 가질 수는 없다”며 “비전공자라도 관심 영역에 집중하면 전공자를 능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측도 “개발자라고 해서 단순히 자기 전공만이 아니라 지식과 융합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며 “비전공 출신 개발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