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2014년 말 방영된 드라마 ‘피노키오’는 회당 28만달러(3억 2500여만원)에 중국에 수출,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1년여 앞서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 회당 4만달러(4600여만원)보다 8배 비싼 금액이다.

‘피노키오’는 진실을 추적하는 사회부 기자들의 삶을 다룬 드라마로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중국인들은 한류스타 전지현·김수현의 사랑 이야기보다 정의구현 드라마에 열광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한 한국의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은 중국 브로 커에게 통째로 베끼기를 당했다.

부산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업체로 2013년 한국의 전통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고 문을 연 ‘설빙’은 1년 만에 가맹점 490개를 내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미 포화상태였던 국내 카페시장에 후발주자로 등장했지만 새로운 범주를 개척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빙수의 고정적 이미지에서 과감히 탈피, 팥 대신 인절미 콩고물을 사용했다. 눈꽃처럼 곱게 갈린 우유 빙수에 고소한 인절미 가루와 달콤한 연유를 곁들인 ‘인절미 설빙’는 불티나게 팔리며 유행을 선도했다.

설빙, 6년 만에 중국의 ‘짝퉁 설빙’ 이겼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순항 중이던 설빙은 중국시장을 노크했다. 설빙은 2015년 ‘상해아빈식품’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은 사업자(설빙)가 해외로 직접 진출하지 않고 현지기업(상해아빈식품) 에 가맹사업 운영권 (설빙의 사업권)을 판매하는 계약 방식 이다. 재무적 위험 성이 낮으면서 도 빠른 시간 내 가맹점을 늘리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설빙의 중국 내 상표권 등록은 현지 당국으로 부터 번번이 거절당했다. 중국에 이미 유사한 상표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확인 결과 현지의 상표중개업자가 설빙과 유사한 ‘설빙원소’라는 상표권을 먼저 출원했다.


'인절미설빙'의 모습. /사진제공=설빙
'인절미설빙'의 모습. /사진제공=설빙
이 업자는 중국 현지에서 설빙의 메뉴나 진동벨, 매장 내부와 전체적인 외관, 직원들의 유니폼 등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만들어 영업했다.

심지어 그들은 설빙과 정상적으로 계약한 상해아빈식품을 역으로 시장감독관리국에 신고하기도 했다. 결국 상해아빈식품은 설빙과의 정식 계약 이후에도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참다못한 설빙이 지난해 6월 한국의 특허청에 해당하는 중국 상표평심위원회에 ‘설빙원소’가 자사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 무효 심판을 제기했고 올 1월 최종 승소했다.

상표평심위원회 측은 “설빙원소가 정상적인 상표 등록 질서를 어지럽혔 다”며 설빙 손을 들어줬다. 6년 만의 결과였다. 동시에 설빙으로선 중국시장에 재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자 시작점이 됐다.

악질 중국 짝퉁 상표권 브로커 꺾은 파리바게뜨


파리바게뜨 중국 북경 양광상동점./사진제공=SPC삼립
파리바게뜨 중국 북경 양광상동점./사진제공=SPC삼립
한국에서 1988년 문을 연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유럽풍 베이커리 문화를 처음으로 소개하고 발전시키며 새로운 ‘빵 문화’를 전수해왔다.

SPC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진출을 위해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 상권 전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후 2004년 상하이시에 1호점을 내놓으며 중문명을 ‘빠리베이티엔(巴黎贝甜·PARIS BAGUETTE)’으로 했다. SPC는 설빙과 같은 마스터 프랜차이즈 전략 대신 직접 진출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2017년부터 상표권 브로커로부터 명분 없는 시비에 휘말려왔다. 중국의 상표권 브로커가 회사명 자체가 발음은 똑같고 표기만 ‘巴’ 를 ‘芭’로 바꾼 짝퉁 ‘빠리베이티엔(芭黎贝甜·BARIS BAGUETTE)’ 상표를 출원, 파리바게뜨와 가맹업체를 대상으로 악의적인 소송을 진행했다.


파리바게뜨 중국 북경 양광상동점./사진제공=SPC삼립
파리바게뜨 중국 북경 양광상동점./사진제공=SPC삼립
해당 상표권 브로커는 파리바게뜨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의 상표권을 꾸준히 침해했다. 유사 브랜드를 만들어 매장을 운영하거나 현지에서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중국 짝퉁업자는 파리바게뜨가 ‘파리’(PARIS)란 용어를 사용, 마치 프랑스업체가 자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호도한다며 상표권 취소를 주장했다.

이후 SPC는 프랑스 수도를 연상하는 ‘파리바게뜨’ 가 고유 상표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중국 현지에서 법정 공방을 벌였고 2020년 12월 베이징 고등인민법원으로부터 “파리바게뜨 상표가 중국 상표법을 위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라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국내에 위치한 파리바게뜨의 모습_사진=머니S DB
국내에 위치한 파리바게뜨의 모습_사진=머니S DB
당시 베이징 고등인민법원은 “전체 상표는 ‘파리’라는 지명과 다른 의미를 갖기에 충분 하며 중국에서의 오랜 활동을 고려할 때 대중이 해당 상표를 지명이나 원산지로 착각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파리바게뜨 제품의 제조 공정, 특성, 맛 등이 프랑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상표에 파리가 붙은 것은 오히려 대중에게 더 많은 정보 제공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곽소희 한국지식재산보호원 분쟁정보분석팀 연구원은 “파리바게뜨 사례는 중국 브로커가 악의적으로 상표를 선점해 상표 권리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고 한국기업 상표를 무효화시켜 행정소송을 역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의 모습으로 가고 있는 중국에서도 현지업체가 외국기업에 패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현재 중국에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 주요 도시의 중심상권과 고급 주택가를 공략,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베이징 중심지로 유명 쇼핑몰이자 관광지인 ‘더 플레이스’를 비롯해 서울 명동과 같은 베이징 유명 상권인 왕푸징과 텐진(화북), 상하이, 항저우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2부 - "한국 기업 안심할 수 있나?" 특허법 전면 개정 이후 달라진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