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자율주행시대가 열린다./그래픽=김은옥 기자
본격 자율주행시대가 열린다./그래픽=김은옥 기자
먼 미래의 얘기로만 여겨진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왔다. 단순히 테스트를 위해 도로 위를 돌아다니는 것을 넘어 택시나 노선버스처럼 ‘유상운송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높은 하드웨어 의존도 탓에 차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를 통한 보다 고도화된 자율주행기술 구현을 목표로 한다. 본격적인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는 관련업계의 상황을 살펴봤다.

손 놔도 달리는 자동차… 자율주행시대 ‘활짝’

상암·청계천서 택시·버스 시범운행… 관건은 ‘안전’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열렸다. 최소한의 운전자 개입만으로 목적지까지 편하게 데려다 주는 자율주행차는 그저 미래의 신기술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내세운 ‘자율주행 택시·버스’라는 유상운송을 통해 어느새 우리 일상까지 성큼 다가왔다. 아직은 시범운행에 불과하나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택시·버스라는 친숙한 매개체를 통해 ‘자율주행 시대’를 미리 경험해 볼 수 있게 됐다. 기대만큼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과연 사람이 운전하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줄 수 있는지 여부다. 편리함을 지향하는 자율주행차는 가장 큰 관심사인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을까.

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1~5단계까지… ‘자율주행차’가 뭐지?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자율주행’ 개념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3년 자율주행을 총 4단계(비자동화 단계인 0단계는 제외)로 구분해 개념을 정립했다. 이후 2016년 미국 자동차공학회(SAE)에서 0단계에서 5단계까지 구성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발표했다. 현재 대부분 업체와 학계가 이를 따르고 있다.

SAE의 자율주행 분류 기준에 따르면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자동차는 레벨2에 해당한다. 크루즈컨트롤 등을 통해 발을 떼거나 고속도로에서 차로를 유지하는 등 특정 조건에서 손과 발을 뗀 상태로 주행이 가능하다. 다만 운전자는 언제든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운전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SAE와 NHTSA 모두 레벨3부터 자율주행차로 정의한다. SAE 기준 레벨3에서는 조건부 자동화를 의미하는 만큼 특정 구간에서 자동차가 제어권을 가져갈 수 있다. 운전자는 긴급상황에만 대응하면 되는 수준이다. 차 스스로 차로를 변경하고 장애물을 피해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레벨4는 현재 미국과 한국 등 각국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굳이 운행 상황을 살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동운전이 불가능할 때 차가 스스로 위험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레벨5는 사실상 무인자동차를 뜻한다.
포티투닷 자율주행차 /사진제공=42dot
포티투닷 자율주행차 /사진제공=42dot
◆자율주행 택시·버스, 상암·청계천 달린다
모든 상황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경험을 서울시가 선사한다. 서울시는 최근 ‘서울 자율주행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서울 전역 곳곳에 택시·버스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자율주행 비전 2030’은 ▲자율차 거점(자율차 시범운행지구) 확대 및 이동서비스 상용화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운행 ▲대중교통수단으로 자율주행버스 정착 ▲공공서비스 분야에 자율차 기반 도시관리 도입 ▲시 전역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 등 5대 중점 과제로 추진된다.

첫 자율주행 시범지구로 지정돼 선제적인 기술실증과 인프라 구축에 나섰던 마포구 상암동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자율택시 운행이 시작됐다. 이 택시는 한 달 무료 운행 뒤 유상운송에 들어간다. 이용 요금은 조례에 따라 ‘서울시 자율차 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회’ 의결을 거쳐 버스는 1200원, 승용형 자율차는 3000원 이하로 제시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승용차 3대(상암, 12월), 버스 1대(청계천 순환버스, 내년 4월)로 서비스를 시작해 2026년까지 50대 이상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1487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서비스의 핵심은 호출형 서비스(MaaS)다. 승객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율주행차를 예약하면 승객과 가장 가까운 승차 정류장으로 자율주행차가 배정된다. 이 서비스를 위해 포티투닷 등 스타트업이 서울시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앞으로 강남(2022년), 여의도(2023년), 마곡(2024년) 등도 자율주행 시범지구로 지정해 자율차 거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강남의 경우 내년 초부터 레벨4 수준의 로보택시(무인 자율주행택시)를 운행하는 등 빠른 상용화 단계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는 2027년 상용 자율차(레벨4) 판매에 앞서 2026년까지 서울 전역 8240km의 도로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해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열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2030년 보행자와 자전거, 물류로봇이 도로를 공유하는 도시, 자율주행 표준모델 도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율주행자동차’가 현실로 다가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자율주행차는 안전할까

막대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지닌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잡고 시대적 흐름인 자율주행차를 주목한다.

삼정 KPMG 경제연구원의 ‘자율주행이 만드는 새로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2020년 71억 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1549억 달러(약 183조1600억원), 2030년 6565억 달러(약 776조2000억원), 2035년 1조1204억 달러(약 1325조원)를 기록하는 등 연 평균 41.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의 경우 2020년 약 1509억원을 시작으로 ▲2025년 약 3조6193억원 ▲2030년 약 15조3404억원 ▲2035년 약 26조1794억원 등 연 평균 40.0%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율주행차는 매년 천문학적인 성장이 예측되며 기대감이 높은 반면 의구심 또한 짙다. 바로 ‘안전’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 사고발생시 책임 소재, 사회적 합의, 규제 정비, 인프라 확충 등 안전과 관련된 풀기 어려운 숙제가 많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안전 우려는 시대적 흐름인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는 단계에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이라며 “안전을 우려해 완전 자율주행에 제동을 거는 것은 산업 발전을 저해하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버스전용차로 등 완전 자율주행을 단계적으로 실현할 여건이 어느 나라보다 잘 갖춰져 있다”며 “안전사고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를 대비하고 보완하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것이 완전자율주행 선진국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창성 기자 [email protected]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력, 소프트웨어가 관건

하드웨어 상향 평준화… 알고리즘 등 ‘판단력’이 완성도 좌우
아이오닉 5 기반의 레벨 4 자율주행차가 서울 도심 달릴 예정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기반의 레벨 4 자율주행차가 서울 도심 달릴 예정이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주요 자동차 제조국과 글로벌 완성차업체가 본격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업체가 함께 손발을 맞추며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 그동안 업체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쌓았고 자율주행기술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보다 경제적인 방법을 찾고 해당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도록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도 나섰다.

한국도 이에 발맞춰 지난 3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을 출범했다. 2027년까지 융합형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 기반 마련을 목표로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경찰청 등 4개 부처가 사업단에 참여한다. 투입 예산은 1조974억원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자율주행수준 레벨4는 특정구간에서 제어권 전환(자동차→운전자) 없이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레벨4+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은 물론 인프라와 사회 서비스를 포함해 연구개발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자동차 및 ICT, 도로교통 융합 신기술을 선보이고 서비스창출과 생태계구축 등 5대 분야를 중심으로 84개 세부과제를 지원할 방침이다.

◆로보택시 경쟁 시작된다

미국은 이미 2018년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유상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록 라스베이거스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만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데 유리한 입장이라는 평이다.

대표 업체는 모셔널과 웨이모다. 모셔널은 자율주행 전문회사 앱티브와 현대자동차그룹의 합작사다. 웨이모는 구글의 자회사로 스텔란티스 등 자동차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모셔널은 2023년 카셰어링 업체 리프트와 함께 미국에서 상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 투입 차종은 현대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최근 서울모빌리티쇼에서도 공개됐다. 모셔널에 따르면 2020년 로보택시의 소비자 신뢰도는 39%였지만 올 들어 50%로 상향됐다. 그만큼 기술 완성도 향상에 따른 신뢰도가 개선된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의 유상운송(로보택시)이 본격 시작된다. 투입되는 로보택시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4다. 이는 차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판단 후 차를 제어하고 위험 상황이 예고됐을 때 운전자가 제어권을 넘겨받을 수 있지만 만약 개입하지 않는다면 차 스스로 위험을 피하는 수준이다.

서울시는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인 상암동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율주행차 운행을 선포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받아 예약할 수 있으며 한 달 동안 무료 운행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유상운송을 시작한다.

자율주행차 유상운송 운전면허 1호를 획득한 포티투닷(42dot)은 자율주행기술과 서비스 플랫폼을 함께 개발했다. 지난 10월 여러 업체의 자율주행차량을 통합 호출·배차할 수 있는 서울시 운송플랫폼 사업자로 단독 선정됐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차는 기존 자율주행차가 많이 쓰는 라이다(Lidar) 없이 카메라와 레이더(Radar)로 주변 사물과 주행 상황을 인지·판단·제어하는 게 특징이다.

현대자동차도 내년 상반기 서울 도심 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로보라이드’(RoboRide)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장웅준 현대차 자율주행사업부장은 “현대차는 보편적 안전과 선택적 편의라는 개발철학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고객의 새로운 이동 경험 확장을 위해 내년 상반기 서울 도심에서 레벨 4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한 모빌리티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로보라이드, 로보셔틀뿐만 아니라 물류 이동 효율성을 높이는 로보딜리버리 등의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챌린지 본선 대회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자율주행 챌린지 본선 대회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미래

자동차업계에서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자율주행기술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본다.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상된 소프트웨어 기술이 더해졌기 때문.

글로벌 4위 자동차그룹인 스텔란티스는 7일(현지시각) ‘소프트웨어데이’를 열고 2025년까지 300억유로(약 39조8214억원) 이상을 투자해 소프트웨어 및 전기화 혁신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는 “우리의 전기화 및 소프트웨어 전략은 OTA(무선업데이트) 및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기술 회사로의 전환”이라며 “2024년에 출시될 3개의 완전히 새로운 AI 기반 기술 플랫폼이 차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의 중요성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시와 공동으로 개최한 대학생 대상 자율주행 경진 대회 ‘2021 자율주행 챌린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경원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기술전략팀장에 따르면 이 대회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키우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동안 다양한 하드웨어 시나리오를 세우는 데 집중한 반면 앞으로는 같은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보다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을 구현해야 해서다. 센서 등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대회 승부를 가를 수 있는 만큼 실제 참가 팀들은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했다.

김 팀장은 “2017년 우승팀의 자율주행 센서만 해도 굉장히 많이 장착됐고 구조도 복잡했다. 이번에 참가한 팀들은 상당히 간소화됐고 설치 위치도 다양화된 게 다르다”면서 “어떤 방식의 알고리즘을 구축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짧은 시간에 경쟁하면서 안전하게 주행하는 게 결국 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설명했다.

박찬규 기자 [email protected]

운전대·페달 접고 달린다

자율주행시대 자동차, 공간 개념이 바뀐다
만도 SbW(Steer by Wire) 시스템 /사진제공=한라그룹
만도 SbW(Steer by Wire) 시스템 /사진제공=한라그룹
자율주행시대엔 자동차의 공간 개념이 바뀐다. 자동차는 그동안 운전자와 탑승객이 똑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공간이어서 소통에 불편함이 있는 이동수단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함께 소통하는 거실과 같은 공간으로 변모한다.

현재 자동차는 과거 ‘마차’에서 진화한 형태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마차와 닮은 초창기 자동차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디자인이 바뀌었다. 다만 네 바퀴를 탑재하고 운전자와 탑승객이 함께 앞을 바라보는 점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미래 자율주행차는 과거 마차의 개념으로 회귀한다는 특징이 있다. 마부가 말을 다루며 마차를 이끌었듯이 자율주행차가 마부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차에 탄 사람들은 그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달라지는 자동차 개념
자동차업체들은 저마다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하며 신기술을 개발하고 달라질 자동차의 공간 개념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사업부문인 ‘크루즈’는 지난해 완전자율주행차인 ‘크루즈 오리진’ 공개 후 올 초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자율주행차 공동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는 2022년 자율주행사업부 출범을 공식화하며 무인 화물 운송 사업 진출 선언했다. 폭스바겐도 2026년에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선포했다.

현대자동차는 내년부터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한 레벨4 로보택시를 앞세워 국내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다. 2023년 미국에서 시작되는 상용 서비스에도 로보택시를 투입한다.

국내 부품업체들 역시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한다.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시대를 재정의하는 신개념 콘셉트카를 선보였고 한라그룹은 자율주행 전문 법인 ‘HL클레무브’ 설립하며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율주행시대엔 자동차의 실내 공간 개념이 바뀌면서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소개된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차 ‘EQS’에는 앞좌석에 무려 50인치에 달하는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3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된 만큼 차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대비한 것.

이처럼 달라지는 공간 개념은 최근 열린 모터쇼에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1월 열린 LA오토쇼에서 현대차는 전기 콘셉트카 ‘세븐’(SEVEN)을 처음 공개했다. 세븐의 내부는 유선형의 루프 라인, 3.2m의 긴 휠베이스, 3열까지 이어진 플랫 플로어가 넓은 공간을 연출하며 프리미엄 라운지와 같은 경험을 선사하도록 디자인됐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자율주행시대엔 ‘샤이-테크’(shy tech·필요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도록 설계된 기능을 일컫는 말)가 핵심인 만큼 사용하지 않는 기능을 감추는 게 핵심”이라며 “거추장스럽게 공간을 차지하는 요소를 찾아내고 새로운 공간 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미래 자율주행차 설계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에서도 이 같은 기능이 구현된다. 운전석에는 수납됐다가 필요할 때 위로 올라오는 전자 변속기 ‘컨트롤 스틱’이 탑재됐다. 180도 회전을 비롯해 앞뒤 이동이 가능한 2개의 스위블링 라운지 체어와 1개의 라운지 벤치 시트는 운전 모드, 자율주행 모드 등 상황에 따라 자유로운 시트 배열을 가능하게 한다. 차의 천장에 설치된 77인치 비전루프 디스플레이는 멀티스크린을 통해 탑승자 개별 취향에 따라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기아는 콘셉트 EV9의 실내를 고객이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새로운 영감을 발견할 수 있는 탁 트인 라운지처럼 연출했다. 운전석과 동승석에 앉는 승객을 모두 배려한 27인치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필요할 때 등장하는 팝업(Pop-Up) 스티어링 휠은 기존과 달리 크래시패드 형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콘셉트 EV9는 주행과 정차 상황에 따라 시트 방향을 변경할 수 있는 3가지 실내 모드를 갖췄다. ‘액티브 모드’는 주행을 위한 통상적인 차의 시트 배열로 1, 2, 3열 모든 좌석이 전방을 향한다. ‘포즈 모드’는 3열은 그대로 둔 채 1열을 180도 돌려 차량 전방으로 최대한 당기고 2열 시트를 접어 탁자처럼 활용한다. ‘엔조이 모드’는 3열을 180도 돌리고 테일게이트를 열어 승객이 3열에 앉아 차 외부를 보며 쉴 수 있는 모드다.
만도 SbW Auto Stow 이미지 컷 /사진제공 만도
만도 SbW Auto Stow 이미지 컷 /사진제공 만도

◆자율주행차, 콘텐츠 확보도 관건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다닐 때 즐거움 중 하나는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미디어 서비스다. 다양한 최신 영화와 드라마 등의 볼거리를 즐기다 보면 긴 이동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시대엔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자동차용 OTT(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콘텐츠 서비스 제공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CJ ENM·티빙과 ‘자동차용 OTT 콘텐츠 서비스 제휴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추교웅 현대차그룹 전무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커넥티드 카가 고객에게 다양한 OTT 콘텐츠를 제공할 뿐 아니라 한층 더 풍부하고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사용자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CJ ENM, 티빙과 지속적인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해 현대차그룹의 커넥티드 카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 지향적인 미래 콘텐츠 분야에서의 선도적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인별 취향에 맞춰 구현하기 위해 차 내부에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것이 최근 개발 특징”이라며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자동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면 탑승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콘텐츠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