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특별수송 전담택시(서울시 제공).© 뉴스1
인천공항 특별수송 전담택시(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지난번엔 방역택시 타고 왔을 때는 바로 들여보내 줬는데 이번엔 왜 안되는거죠? 계속 기다리다간 택시요금 감당 못해요."

지난해 12월18일 서울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만난 40대 직장인 A씨는 수십미터 이어진 대기 줄을 뒤로하고 입구에서 안내를 돕는 직원에게 이렇게 항의했다.


해외에서 입국한 A씨는 진단검사를 위해 방역택시를 타고 선별진료소에 방문했지만, 대기줄이 길어 택시 안에 있는 사이 요금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직원이 지침이 바뀌었다며 먼저 입장할 수 없다고 하자 A씨는 곧장 관할 보건소로 연락해 호소했다. 그제서야 직원은 A씨를 들여보내 줬고, 주변에선 "왜 먼저 들여보내 주냐"는 불만이 나왔다. 당황한 직원은 사정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외입국자이거나 생활치료센터 조기 퇴소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감염 의심자를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없이 따로 데려다주는 '방역택시'의 이용 요금과 기준이 제각각이라 현장에선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방역택시와 관련 정부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던 탓이다.

이용객들은 부당요금을 내거나 이용에 불편을 겪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캐나다 유학 중에 입국한 이범구(28)씨는 인천공항에서부터 서울 관악구까지 방역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요금이 8만원이나 나왔다.


이씨는 "요금이 비싸긴 했는데 별수 없지 않느냐"며 "공항에 있는 방역택시는 서울에 거주하는 이들만 이용할 수 있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마저도 이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멕시코 출장을 마치고 입국한 직장인 B씨(28) 역시 인천공항에서 방역택시를 이용해 경기도 광주에 있는 자가로 이동했다. B씨는 "입국할 때 공항 직원이 격리대상자여서 방역택시를 타라고 했다"며 "비용은 10만원 정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B씨는 "비싸긴 하지만 회사에서 비용을 대줘 요금 걱정은 덜었다"면서도 "방역택시가 안 잡히진 않았지만 (승차)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캐나다에서 입국한 이범구씨가 이용했다는 방역택시. (독자제공)
지난해 캐나다에서 입국한 이범구씨가 이용했다는 방역택시. (독자제공)

온라인상에도 방역택시 이용에 혼란과 불편을 겪은 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자가나 생활치료센터에서 보건소 선별진료소까지 차로 20~30분 걸리는 같은 거리를 이동한 경우에도 어떤 택시를 탔는지에 따라 3만5000원을 내기도, 5만원을 내기도 하는 등 요금이 들쑥날쑥했다. 차로 10분 거리인데도 고정 요금만 5만원이 들었다며 너무 비싸다는 불만을 나타낸 이도 있었다.

또 방역택시 소관 부처가 따로 없는 데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지자체별 운영에 차이가 생겨 빚어진 혼란도 있었다. 보건소에 따라 방역택시 이용객이 따로 대기하지 않고 바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못해 대기하는 동안 30분당 만원의 추가 요금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카페나 맘 카페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받는 방역택시 기사의 연락처를 수소문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애초에 같은 지역과 거리를 이동하는데 방역택시가 요금을 다르게 청구하는 것 자체가 엄연한 불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방역택시의 경우 미터요금제 아니라 구간요금제로 고정 요금을 받고 있다"며 "요금제가 들쑥날쑥한 것은 부당요금을 청구하는 것이므로 다산120콜센터를 통해 교통불편신고를 접수해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방역택시에 대한 명확한 정부 규정이 없어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이용객들은 방역택시를 탈 때 시에서 관리하는 대상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방역택시는 지난해 11월 기준 총 161대로, 이들은 모두 해외입국수송만 할 수 있게 돼 있어 '공항-보건소-자가' 동선으로만 영업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시가 생활치료보호소 6곳을 대상으로 조기 퇴소자가 방역택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차해주는 지원사업을 시범 운영하면서, 해당 생활치료보호소 조기 퇴소자도 시에서 관리하는 방역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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