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서 국기제정기념일 행사가 열리는 모습. 2022. 4. 27.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에서 국기제정기념일 행사가 열리는 모습. 2022. 4. 27.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 25~26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여러 차례 폭발 보고가 제기되자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에 머무는 자국민의 즉시 출국 또는 여행 자제 권고가 잇따르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주 몰도바 독일 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안보 상황이 악화됐다"면서 "이 지역으로의 여행은 권장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전날(28일)에는 불가리아 외무부가 자국민에게 몰도바 전역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현지에 체류 중인 국민이 있다면 가능한 교통수단을 통해 즉시 떠날 것을 촉구했다. 불가리아 외교부는 "몰도바 및 주변 상황이 악화됐다"고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 외무부도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 치안 악화 및 외무부의 현지 거주 국민 지원 업무 제한에 따라 이스라엘 국민은 가능한 한 빨리 트란스니스트리아를 떠나야 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외무부는 가까운 시일 내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도착할 예정인 시민들에게 방문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은 더 빠르게 반응했다.

주 몰도바 미국 대사관은 지난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무부는 몰도바 여행경보 관련,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미 시민은 즉시 떠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캐나다 외교부도 트란스니스트리아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인 적색(여행 전면 금지)으로 변경하고, "무력갈등의 위험이 있으니 트란스니스트리아내 국민은 즉시 출국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의 경우 두 번째 폭발 보고 당일인 지난 26일 외무·영연방부 해외 여행 경보를 통해 "우크라이나내 군사활동이 몰도바 접경 일부 지역 근처까지 확산하고 있다"면서 트란스니스트리아 전역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러시아군은 2014년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동부 돈바스까지, 그리고 서부 오데사를 넘어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두 갈래의 육로 구축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셔널리아(nationalia)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 News1 최서윤 기자
러시아군은 2014년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에서 동부 돈바스까지, 그리고 서부 오데사를 넘어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두 갈래의 육로 구축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셔널리아(nationalia) 온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 News1 최서윤 기자

앞서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오후 5시쯤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자칭 수도인 티라스폴 국가안보부 청사에 여러 차례 폭발 보고가 제기됐다.

또한 이튿날 새벽 지역 라디오 센터에 두 차례 폭발이 발생, 안테나가 부서졌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소련 붕괴 이후 몰도바에서 독립을 선언, 1992년 내전을 치른 친러 반군 지역이다. 공식 명칭은 트란스니스트리아 몰도바 공화국이며, 러시아의 지원으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지위는 미승인국이다. 러시아군 약 2000 병력이 주둔 중이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제3국 영토가 공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있는 것으로 판명날 경우 개전 이래 전장이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되는 첫 사례가 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러시아군 중부 군사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미네카예프는 지난 22일 방위산업 연합 연례회의에서 "특수작전 2단계 목표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완전한 장악이며, 이 경우 크림반도에서 돈바스로의 육로 확보에 더해, 트란스니스트리아로 가는 또 다른 진입로를 확보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공격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 티라스폴 군사비행장에서 또 다른 공격이 보고됐고, 현장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사용하는 60mm 지뢰 사용 흔적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내놓은 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를 지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둔 병력 및 현지 친러 반군과 함께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공격할 계획을 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데사는 흑해를 낀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으로, 남부 항구도시 중 최서단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장악을 노리는 러시아가 오데사까지 점령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내륙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4월25일 기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대치 상황. © 뉴스1
4월25일 기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대치 상황.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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