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을 연구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기사 게재 순서
① 재계 1·2위, 바이오에서 미래를 본다
② 적자(赤字)에서 적자(嫡子)로… 삼성의 바이오 10년
'미다스의 손'… 신약개발의 산실 SK



SK그룹의 30년 바이오 사업 투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을 필두로 바이오 사업이 경쟁력을 보이면서 그룹 미래 먹거리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했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완료했다. 2019년 설립된 SK팜테코는 최근 바이오 사업의 대세로 떠오른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0년대 바이오사업 도전장… 국산 1호 신약 성과

SK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는 과감하면서도 적극적인 결단과 지원이 있었다. SK그룹은 1980년대 주력사업인 섬유산업을 대체할 성장동력으로 바이오를 선택하고 투자를 이어왔다. 섬유를 만들 때 화합물을 합성하는 방식이 제약품 제조 방식과 유사하고 해외 섬유기업도 생명과학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당시 흐름을 감안한 결정이다. 고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7년 선경인더스트리 산하에 생명과학연구실을 설립한 뒤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제제, 바이오 등 4개 분야로 나눠 연구에 돌입했다. 연구실은 1989년 연구소로 확대된 후 1999년 국산 1호 신약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인 '선플라'를 개발하면서 첫 성과를 이뤘다.

최 선대회장이 SK그룹의 바이오 사업의 기초를 만들었다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SK그룹의 바이오 사업구조는 최 회장이 이끄는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최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가 이끄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플라즈마로 나뉜다.이들 기업은 각각 신약, 위탁개발생산(CDMO), 백신, 제제 개발을 주력으로 한다. 4개 사업의 매출은 2019년 9532억원에서 2021년 2조4022억원으로 증가하면서 SK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SK그룹 바이오 사업 구조./그래픽=김은옥 기자
SK그룹 바이오 사업 구조./그래픽=김은옥 기자


SK바사·SK바이오팜, 그룹 바이오사업 핵심 우뚝

최 부회장은 바이오 사업 중 백신 개발에 집중했다. 이를 위해 동신제약을 인수하고 2005년 백신 R&D(연구개발)센터에 이어 2012년 안동 백신공장 L하우스를 구축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이후 백신사업 부문을 분할해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백신전문기업으로 자리를 굳힌 SK바이오사이언스는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백신 개발과 CMO(위탁생산) 및 CDMO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엔 매출 9290억원, 영업이익 474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성공했다. 스카이코비원 개발로 한국은 영국과 미국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모두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백신사업을 추진했고 글로벌에서 주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글로벌 공중보건을 수호할 생태계를 조성하고 전 세계 백신·바이오 분야의 혁신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카이코비원은 항원 단백질을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의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다. 독감이나 B형 간염 백신 등 기존에 사용하던 방식으로 개발돼 안전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이 백신 사업에 집중했다면 최 회장은 신약 개발에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 최 회장은 SK바이오팜을 설립하고 2019년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등 신약 2개를 개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냈다. 국내 기업 중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 FDA 승인, 마케팅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실적도 상승세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약 4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사상 첫 영업이익·당기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올해 엑스코프리 매출 1600억원 이상, 뇌전증 신약 인지도 1위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며 "전 사업영역 실적을 전년대비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SK팜테코가 지난해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사진=SK그룹
SK팜테코가 지난해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사진=SK그룹


생산능력 키우자… SK팜테코 몸집불리기 박차

최근에는 SK팜테코를 앞세워 개발뿐 아니라 생산 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SK팜테코는 SK㈜가 설립한 글로벌 CDMO 통합 법인이다. SK㈜는 2017년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 2018년 미국 앰팩(AMPAC)를 인수한 뒤 2019년 SK팜테코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해 3월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지난 1월에는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CDMO인CBM에 42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업 투자 확대와 함께 매출도 ▲2017년 1094억원 ▲2018년 4873억원 ▲2019년 5200억원 ▲2020년 7104억원 ▲2021년 9486억원 등 매년 성장세다. SK팜테코는 합성 원료의약품 사업과 더불어 세포·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오는 2025년까지 연 20억달러(2조6200억원) 매출의 CDMO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훈 SK㈜ 바이오투자센터장은 "앞으로 선진국 내 수준 높은 생산 역량을 보유한 SK팜테코가 글로벌 업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SK㈜는 기술 장벽이 높은 혁신 신약 사업의 성공적인 상업화를 지원할 것이며 상장 계획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