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사태 수습에 태광그룹 상장사 동원될까
최유빈 기자
8,329
공유하기
|
흥국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키로 하면서 태광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흥국생명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 혼란을 태광그룹이 책임지고 수습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사실상 총수 개인회사인 흥국생명을 위해 태광그룹 계열사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에 필요한 5억달러(68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을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나머지 상환액은 보험사 대출과 태광그룹의 자본 투입 등으로 마련될 전망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1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을 이유로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 행사를 연기했다. 이후 국내 보험사와 은행이 발행한 한국물 외화표시채권 가격이 급락하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 이상이지만 콜옵션을 통해 5년 이내에 상환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흥국생명이 이를 깨트렸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흥국생명은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며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개인회사인 흥국생명에 대한 지원 약속은 계열사들의 재무부담 가중과 주가 하락, 배당 축소 등으로 이어져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해 우려가 커진다. 이 같은 지원이 총수 및 그룹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고 소수의 개인 주주들 의견도 반영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태광그룹 모회사인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9.45%, 조카인 이원준씨(7.49%)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54.53%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14.20%이다. 흥국생명은 이 전 회장이 전체 지분의 56.30%를 들고 있으며 이 전 회장과 그의 친족의 지분율은 81.95%에 달한다. 대한화섬(10.43%), 일주학술문화재단 (4.70%), 티알엔( 2.91%) 등도 지분을 갖고 있지만 태광산업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흥국생명 2대 주주인 대한화섬은 상장사로 이호진 전 회장이 20.04%, 이 전 회장의 장남 이현준씨가 3.15%, 티알엔이 33.53% 등을 보유해 특수관계인이 지분 61.72%를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홈쇼핑 쇼핑엔티를 운영하는 티알엔은 비상장사로 이 전 회장이 51.83%의 지분을 들고 있으며 이현준씨 39.36%, 태광산업 3.32%, 티시스 1.19% 등 이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흥국생명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 자금 조달 방식과 법적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한편 과거에도 유상증자를 통한 그룹 차원의 부실 계열사 밀어주기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를 동원해 JP모건으로부터 SK증권 주식을 사들이도록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저작권자 ⓒ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의 경제 뉴스’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