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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돈을 훔칠 목적으로 무인매장에 들어갔더라도 건물 관리자들의 평온 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수 없어 '건조물침입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야간건조물침입절도,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 남매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0월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에 있는 무인매장 여러 곳에 들어가 72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잠겨 있지 않은 문을 열고 들어가 미리 준비한 도구를 이용해 무인계산기 앞판을 강제로 개방해 돈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B씨는 매장 밖에서 차를 타고 대기했다.

1심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이들의 다른 혐의도 모두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10월을, B씨에게 징역 1년을 각 선고했다.


이들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2심은 A씨가 누범기간에 각 범행을 저질렀고 처벌 전력이 여러 차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이 정한 형량이 적정하다고 봤다.

다만 B씨의 경우 공동범행에서 가담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3명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야간건조물침입절도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는 다시 판단해야한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침입 행위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그간 대법원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불륜을 목적으로 내연녀에 집에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지난해 2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서 A씨는 출입이 상시 허용된 무인매장에 다른 사람과 같이 문을 열고 들어갔고, 건물 관리자들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다고 볼 만한 사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A씨 등의 행위가 특수절도나 특수재물손괴에 해당할 순 있지만, 범죄를 목적으로 무인매장에 들어갔더라도 건조물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전제로 야간건조물침입절도, 공동주거침입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