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인 BNK금융 회장./사진=BNK금융
빈대인 BNK금융 회장./사진=BNK금융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63·사진)이 지난 3월17일 취임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빈 회장은 2026년 3월까지 3년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캐피탈, 증권, 저축은행 등 9개 계열사를 진두지휘한다.


빈 회장은 1960년생으로 1988년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은행에 입행해 인사부장과 북부영업본부장, 경남영업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미래채널본부장 등을 거쳐 2017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약 3년6개월동안 부산은행장을 지냈다.

빈 회장은 내부에서 모범생으로 불린다. 성실하고 꼼꼼한 성격 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부산은행의 순이익은 2032억원으로 6개 지방은행 가운데 3위에 그쳤다. 하지만 빈대인 회장이 부산은행 행장으로 취임한 다음해인 2018년에는 3467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방은행 1위 탈환에 성공했다.

이어 부산은행은 2019년 3748억원, 2020년 3085억원, 2021년 4026억원, 2022년 455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방은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부산은행이 BNK금융의 든든한 효자 역할을 맡으면서 BNK금융의 순이익 역시 2017년 4031억원에서 2022년 8102억원으로 5년만에 두배 이상 성장했다.

BNK금융은 지방금융지주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지휘봉을 잡은 빈 회장의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BNK금융은 신임 회장 선임 기간 '내부 파벌 갈등' 논란에 휩싸였다.


BNK금융은 부산상고와 동아대, 부산대 출신의 내부 파벌이 형성된 고질적인 문제를 겪으면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지적까지 받은 바 있다.

이에 빈 회장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인사'를 가장 먼저 언급하며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인사 문화를 정착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이같은 조직 내부 안정에 더해 빈 회장은 사회적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도 떠안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을 향해 '돈잔치' 비판을 하면서 지방금융지주 역시 여론의 질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빈 회장은 취임 첫 일정으로 스타트업 지원센터 '썸(SUM) 인큐베이터'를 찾으며 상생 금융 의지를 드러냈다. 썸 인큐베이터는 2019년 빈 회장이 부산은행장 재직 시절 만든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이다.

빈 회장은 스타트업 대표와 만나 부산·울산·경남 스타트업 투자 전용 펀드를 조성해 상생 금융을 확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공정한 인사, 상생 금융을 강조한 빈 회장은 부산·경남은행 합병과 관련해선 아직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아 관심이 쏠린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통합은 BNK금융의 해묵은 과제다. 두 은행을 통합하면 부산과 울산, 경상남도 지역을 포괄하는 초대형 지방은행이 탄생해 보다 장악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데다 전산망을 따로 쓰지 않아도 돼 IT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하지만 경남은행 노조 등이 경영자율권을 보장하라며 원뱅크 체제에 반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 과점체체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빈 회장이 통합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관심이다.

빈 회장은 은행장 재직 시절 고객에게 받은 칭찬편지를 직원들과 공유하는 등 소탈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묵묵히 맡은 소임을 해내는 스타일이라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빈 회장이 그 어느때보다 많은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조직 결속력을 다지고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지방금융지주의 한계를 극복할 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