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 왜 쓰나, 베끼면 되지"… 도 넘은 식품업계 '미투 마케팅'
[머니S리포트-유통가 '미투분쟁']②표절이냐 모방이냐… 트렌드에 너도나도 편승
김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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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유통가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나 경쟁 브랜드를 모방해 출시한 '미투(Me Too) 제품'이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 미투 제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회사가 원조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미투 분쟁은 소비자들이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수준에 그치기도 하고 기업간 법정 공방으로 번지기도 한다. 화장품 업계나 식품업계의 미투 제품 분쟁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유통가의 상품 디자인 모방 관련 분쟁과 상표권 관련 소송전을 계기로 과거 유사 분쟁 사례들이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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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같은 듯 다른 듯한 LG생활건강 '베끼기' 논란
②"개발비 왜 쓰나, 베끼면 되지"… 도 넘은 식품업계 '미투 마케팅'
③유명하면 위험하다? 원조가 패소하는 이상한 '상표권' 소송
①같은 듯 다른 듯한 LG생활건강 '베끼기' 논란
②"개발비 왜 쓰나, 베끼면 되지"… 도 넘은 식품업계 '미투 마케팅'
③유명하면 위험하다? 원조가 패소하는 이상한 '상표권' 소송
식품업계가 '미투 제품'(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 또는 경쟁 브랜드를 모방해 출시한 제품)으로 불리는 유사제품 분쟁으로 연일 시끄럽다. 국내 제조사들이 서로를 베끼고 베끼다가 상표권 분쟁이 일어나며 물어뜯는 사태가 반복된다. 시장에서 인기있는 제품의 명칭이나 맛, 디자인을 베껴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식이다. 히트 상품을 모방한 제품 출시로 위험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비용을 아끼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선 얼마나 빠르게 경쟁사 제품을 모방해 출시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식음료업계 베끼는 제품 얼마나 많길래
인기 제품군마다 미투 제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어떤 회사가 원조인지조차 구분하기 힘들다. 익숙하게 알려진 제품으로 착각하고 사 먹을 때까지도 모를 정도로 비슷한 제품들로 넘쳐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뻥소리? 뻥이요가 원조 아닌가?"라며 제품을 두고 원조 여부를 문의하는 사례가 많다.롯데는 미투 제품 논란에 단골로 등장한다. 롯데제과의 '뻥소리'는 서울식품공업의 유명 과자 '뻥이요'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1982년 출시된 뻥이요는 고소한 옥수수 맛과 빨간색 봉지가 특징이다. 롯데제과는 2009년 제빵·제과업체 기린을 인수하면서 해당 업체에서 생산하던 뻥소리를 팔게 됐다. 뻥소리는 군납용 등 특수처에서 판매 중인 빨간색과 일반 채널에서 판매 중인 노란색 제품으로 구분된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오징어 땅콩'도 대표적인 미투 제품으로 꼽힌다. 1976년 오리온에서 처음 출시한 이후 해태제과, 롯데제과, 청우식품 등이 뒤따라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롯데가 원조인 제품도 있다. 오리온에서도 판매 중인 '카스타드'는 롯데제과 제품이 원조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롯데에서 처음 출시된 제품을 국내에서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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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시장에도 비슷한 제품이 나와 있다. 농심이 1982년 내놓은 '육개장 사발면'은 경쟁사인 삼양식품 육개장, 오뚜기 육개장과 유사 제품으로 거론된다. 특히 삼양식품 육개장은 원조인 농심의 육개장 사발면과 포장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과업체의 치열한 미투 제품 경쟁에 유통업체도 가세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등 유통업체는 오징어땅콩, 웨하스 등 타 제품과 유사한 PB(유통사 자체 브랜드)상품을 내놓고 있다.
먼저 제품을 내놓은 기업 입장에서 미투 제품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음료시장에선 광동제약의 '힘찬하루 헛개차'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내 헛개음료 시장은 2010년 광동제약이 '힘찬하루 헛개차'를 출시했다. 이후 CJ헬스케어(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 HK이노엔으로 사명변경) '헛개수', 롯데칠성 '아침헛개', 웅진식품의 '헛개차차' 등의 제품이 나왔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액상차 소매매출 시장점유율은 광동제약 헛개차가 11.2%, HK이노엔의 헛개수가 7.6%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유사 제품은 롯데칠성의 '밀키스'와 코카콜라의 '암바사'다. 1984년 선보인 암바사가 원조다. 롯데칠성은 1989년 밀키스 음료를 내놨다.
치열한 경쟁 속 법정공방도 불사
미투 제품으로 인한 분쟁은 수십 년간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오고 있다. 기업들은 때론 법정 공방을 불사한다. 소위 짝퉁 제품이 시장점유율을 늘리며 원조업체들이 속칭 미투 제품 제조사를 상대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원조와 미투 제품을 명확하게 구별해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실정이다.'초코파이'를 둘러싼 제과업계 전쟁은 법정싸움을 벌인 대표적 사례다. 1974년 오리온이 내놓은 초코파이가 히트를 친 이후 롯데 초코파이, 크라운 초코파이 등이 등장했다. 결국 오리온은 1997년 소송을 경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초코파이가 상표로 식별력이 없다'며 롯데와 해태의 손을 들어줬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대신 '오리온 초코파이'로 상표등록을 하는 바람에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이 소송의 재판장이었던 박일환 전 대법관은 이 판결에 대해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상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경쟁사의 사용을 막았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스스로 권리 위에 잠을 자게 된 결과로 상표권을 상실하게 된 희귀한 사례"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오뚜기와 동원F&B 등을 상대로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기존 제품이 갖는 통상적인 형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매일유업은 2014년 서울우유가 커피음료인 '바리스타즈 카페라떼'를 출시하자 상표권 침해라며 1억원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17년엔 빙그레가 '바나나맛 우유'의 유사 상품인 '바나나맛 젤리' 판매 업체들을 대상으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법원은 바나나맛 젤리가 빙그레 제품의 디자인과 외관을 베껴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히트치면 너도나도'… 미투에 치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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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따라하기가 트렌드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인기제품의 이름과 맛, 디자인을 베끼면서 인기에 편승한다는 노림수다. 지난해 식품업계에 캐릭터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열풍이 불면서 식품업체들은 관련 제품 출시에 열을 올렸다.
SPC삼립이 띠부씰을 담은 '포켓몬 빵'을 출시하며 인기를 모으자 식품업계가 너나없이 유사 상품을 쏟아냈다. 하림은 포켓몬스터 캐릭터 홀로그램 씰을 담은 '포켓몬 치즈 너겟'과 '포켓몬 치즈 핫도그'를 선보였다. 롯데마트도 토이저러스를 통해 50종의 포켓몬 스티커가 동봉된 '포켓몬스타 스낵'을 내놨다.
업계에서 미투 제품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적은 투자 비용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인기를 누릴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트렌드가 급변하는 시장에서 자금과 시간을 절약해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데다 히트 제품으로 새로운 산업군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보니 상품 베끼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브랜드 신뢰도 제고와 공정경쟁 차원에서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은 ▲농심 0.9% ▲롯데제과 0.63% ▲오리온 0.56% ▲오뚜기 0.47% ▲삼양식품 0.28% 등 1%를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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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