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5공장 증설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1조9800억원이 투입되는 제5공장은 18만리터 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한다. 제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총 78만4000리터에 이른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5공장 현장 현수막 모습. /사진=지용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5공장 증설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1조9800억원이 투입되는 제5공장은 18만리터 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보유한다. 제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총 78만4000리터에 이른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5공장 현장 현수막 모습. /사진=지용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CDMO서도 초격차… '생산능력 1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승부수
②CDMO 패권 경쟁… 1위 론자에 도전하는 바이오기업
③"한국 CDMO 강점은 오픈이노베이션"



지난 5월31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2 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첨단산업클러스터 공사 현장. 지난 4월부터 제5 공장 건축을 위해 지반을 평평하게 다지고 철골과 시멘트를 이용한 기초 작업이 한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이사회는 지난 3월 1조980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9만6000㎡ 규모의 제5 공장 건립을 결정했다. 18만리터(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예고한 5공장이 2025년 9월 준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총 78만4000ℓ에 이른다.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 기준 전 세계 1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에 이어 제6,7,8 공장과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순차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가 몰려 공장을 늘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의약품 공급부족 사태가 신약 개발과 의약품 생산의 분업화를 촉발시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은 81.5%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41.6%에 불과했는데 3년 새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바이오의약품 CDMO 비즈니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CMDO 시장은 202억달러(약 27조원)에 달했고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8년이면 477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5 공장 공사 현장 모습(왼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전경. /사진=지용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5 공장 공사 현장 모습(왼쪽)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전경. /사진=지용준 기자


'CDMO' 몸집 키우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CMDO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해 수천억~수조원을 투자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CDMO 업계 1위 론자는 지난 1월 스위스 스테인 지역에 5억프랑(CHF·약 7300억원) 규모 신공장 증설에 나섰다. 공장 가동시기는 2026년이다. 론자는 지난 3월 임상용 의약품·완제의약품을 생산하는 신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5월5일 본사가 위치한 인겔하임에 3억1500만달러(4200억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 4월 2025년까지 76억달러 투자 발표에 이은 증설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총 투자금의 40% 이상을 신약 개발과 생산 네트워크 확보에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후지필름은 2026년까지 16억달러를 투자해 16만ℓ 규모의 신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신공장 완공 시 후지필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40만ℓ로 확대된다. 독일 머크는 지난해 1월 CDMO 기업(EXelead)을 7억8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1년여만인 지난 4월 라이프사이언스서비스 사업부를 출범하며 본격적인 CMDO 사업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CMDO 시장은 202억달러(약 27조원)에 달했고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8년이면 477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인포그래픽은 바이오 CDMO 시장 전망. /그래픽=이강준 기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바이오 CMDO 시장은 202억달러(약 27조원)에 달했고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8년이면 477억달러(약 6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인포그래픽은 바이오 CDMO 시장 전망. /그래픽=이강준 기자


"공장 늘려라"… 삼성 이어 롯데도 가세

이 같은 추세는 국내서도 관찰된다. 2022년 5월 롯데는 CDMO 사업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고 같은 해 12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2030년까지 총 30억달러를 투자해 3개의 메가 플랜트, 총 36만ℓ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증설 계획안을 발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 2월 인천 송도의 경제자유구역청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며 "경제자유구역청의 허가 시 올 하반기 공장 착공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제약사들도 CDMO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스위스에서 열린 바이오유럽 콘퍼런스서 CMO(위탁생산)와 CDMO 사업 출사표를 던졌다. CDMO 사업을 위해 자사의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활용할 계획이다.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프리필드 주사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최신 바이오의약품 기술인 DNA와 mRNA 백신을 대규모 제조할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장을 확보하거나 CDMO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시장의 성장이 명확한 만큼 적기에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다. 과거에는 신약 개발과 비교해 생산에만 치중한 CDMO 사업을 두고 '하청 비즈니스'라는 지적도 일었으나 현재는 생산 능력·품질 관리를 통해 바이오 산업의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 했다.

CDMO 사업 진출에 있어서 품질 관리 수준은 대표적인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전 세계 규제기관이 운영하는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따라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MO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등 각국 규제기관으로부터 총 219건의 제조 승인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CDMO의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본궤도까지 오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장을 짓더라도 규제 당국이 요구하는 품질관리 기준을 맞추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