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금융당국이 85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대출을 2028년 9월까지 연장한다. 오는 9월말 대출의 만기가 도래해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연장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6번째 '폭탄 돌리기'를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코로나 만기연장 조치를 오는 2025년까지 지원키로 했다. 만기연장은 앞으로 2025년 9월까지, 상환유예는 상환계획서에 따라 오는 2028년 9월까지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6조7000억원(3만8000명)의 대출 상환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3월말(잠정)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 이용현황은 85조3000억원, 대출자 수는 38만8000명이다. 지난해 9월말 100조1000억원, 대출자 수 43만4000명과 비교해 각각 14조7000억원, 4만6000명 감소했다.


대출잔액의 87.4%(10조4000억원)가 자금 여력이 좋아졌거나 저금리 대환대출을 이용해 상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13%(약 1조5000억원) 중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은 1조2000억원, 새출발기금은 133억원 등이다.

코로나 대출 지원에도 연체·폐업을 피할 수 없었던 소상공인 규모가 새출발기금으로 옮겨간 133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원금상환유예 이용 대출자의 경우 감소한 대출잔액의 36.4%(8000억원)가 상환 완료됐다. 상환이 개시된 규모는 54.1%(1조2000억원)다.


금융당국은 상환유예가 오는 9월 종료되지만 부실이 일시에 나타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원금상환유예 대출자의 98.3%, 이자상환유예 대출자의 84.8%가 상환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의지를 보여서다. 상환유예 이용 대출자는 금융회사와 협의해 상환계획서를 작성하고, 거치기간 부여와 최대 60개월 분할 상환을 이용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만기연장·상환유예 연착륙 지원방안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상환계획서 작성 등 관련 불편사항과 금융권 자체 채무조정·새출발기금 연계 희망 대출자의 어려움을 수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분기 0.33%였던 자영업자 대출자 연체율은 지난 2021년 2분기 0.18%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후 지난해 3분기 0.19%로 오른 데 이어 4분기에는 0.26%까지 올랐다.

연체율에 따른 한국 경제의 경고등은 여러 곳에서 울리고 있다. 국내 은행이 예상한 2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42를 기록했다. 10%를 넘나들던 연체율로 신용위험이 커진 2003년 2~3분기(44) 카드사태 수준이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2분기(40)보다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연체율 현상 유지를 목표로 관리하고 있으나 이번 대출만기 연장으로 연체율이 오를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는 오는 4분기에 연체율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