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너무 기대했나" 베일 벗은 대환대출… '빅테크' 네카토, 오류 투성
② 대환대출 플랫폼 출범… 유명무실 '보험다모아' 전례 밟나
③ 12월 대환대출 '2라운드' 시작… 1000조 주담대 잡아라



#. BNK경남은행에서 연 5.9%의 금리로 5500만원의 신용대출을 이용 중인 직장인 김현아씨(36·가명)는 이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난 5월31일 토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대환대출을 조회했다. 김씨에게 추천된 대환대출은 10.3%의 저축은행 상품으로 대출한도는 변함이 없었다.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김씨는 6월2일 토스 앱에 재접속해 대환대출을 재조회한 결과 '대환 불가, 승인된 금융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로 눈길을 돌린 김씨는 8.62% 금리로 8850만원까지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 받았다. 김씨는 "추가 대출보단 금리를 더 낮추고 싶어 대환대출을 조회했는데 마땅한 상품이 없어 대출 갈아타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토스 등의 대환대출 서비스가 금융소비자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며 지난 5월31일 본격 출범했지만 곳곳에서 분통 터뜨린 목소리가 나왔다.


대환대출 서비스를 막상 이용해 보니 플랫폼이 이용자 폭주로 응답을 지연하거나 기대출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을 추천하는 오류를 발생해서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1년 2월 '업무계획'에서 발표한 이후 약 2년4개월동안 준비작업을 거쳐 출시됐지만 플랫폼이 접속 지연·오류 발생 등 예상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막지 못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스마트폰으로 15분 만에 대환대출을 가능케 해 금융소비자들의 편의를 증진시킨다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플랫폼이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대로 구동하지 않으면서 차주들이 실제로 대출을 갈아타기엔 어려운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당초 목표한 '대출금리 완전경쟁'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왼쪽부터)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뉴스1
(왼쪽부터)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사진=뉴스1


53개 금융사 참여했지만 대출 갈아타기엔 한계

대환대출 출범 첫날,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토스 등 빅테크 3사와 뱅크샐러드·핀다·KB국민카드·웰컴저축은행 등 7개 플랫폼에선 이용자가 단시간에 폭증해 '은행 오류', '응답 지연' 등의 조회 실패 메시지를 내놨다.


금융당국이 내세운 '앱 설치부터 결과 확인까지 15분'이라는 슬로건과 달리 대환대출을 조회하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토스 앱에선 5월31일 오전 내내 대환대출 서비스의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고 핀다 앱에선 '인증에 실패했다'는 오류가 반복적으로 떴다.

카카오페이 역시 '응답지연'과 '일시적인 오류', '점검 중'이라는 문구를 통해 제휴 금융사 수보다 적은 결과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플랫폼사가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매번 과거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플랫폼사 관계자는 "플랫폼 앱 자체의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앱은 정상적으로 구동됐지만 플랫폼에 입점한 일부 금융사의 트래픽이 과부하 걸리면서 일시적으로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간신히 대환대출 서비스에 접속해도 대출자들은 기대출보다 높은 금리의 상품을 안내받아 혼란을 겪어야 했다.

대환대출 한도는 기대출과 같지만 1금융권 대출을 2금융권으로 갈아타라고 안내하면서 대출금리가 6%대에서 15%대로 뛴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환대출 개시 초반 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이전 각 금융사와 신용평가사(CB)가 일부 조회물량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며 "소비자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주요 시중은행의 전산 시스템이 현재 안정화되면서 이러한 오류는 대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대환대출 인프라에는 은행 19곳, 저축은행 18곳, 카드사 7곳, 캐피탈 9곳 등 총 53곳의 금융사가 참여했다. 해당 금융사에서 받은 10억원 이하의 직장인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보증·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이 대환대출 대상이다.

대환대출 서비스는 ▲대출비교 플랫폼 앱 ▲금융회사 앱 등 두 가지로 이용할 수 있다. 여러 금융사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갈아타고 싶다면 대출비교 플랫폼을, 갈아타는 금융사를 이미 정해놨다면 해당 금융사 앱에서 바로 대환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은행 참여 저조에 한계 드러낸 대환대출

대환대출은 고물가·고금리로 시름하는 금융소비자들이 쉽고 간편하게 이자 절감을 가능케 했다는 측면에선 유익하지만 이들의 가려운 부분을 완전히 긁어주진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대환대출 플랫폼마다 입점한 금융사가 각각 달라 플랫폼 한 곳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에선 5대 은행을 포함한 1금융권 10개사 등 24개 금융사의 대출 금리 등을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는데 네이버파이낸셜 대환대출 플랫폼에선 하나·우리·SC제일은행 등 1금융권 3개사만 포함돼 있다.

토스에선 농협·하나 등 1금융권 6개사의 대환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시중은행 중 1, 2위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빠져 있어 이용자들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선택지가 얼마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의 소극적인 입점 행보로 인해 한 핀테크사에서 추천받는 대환대출 상품이 최적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플랫폼들이 주요 금융사의 저금리 대출을 다수 확보하지 한 것은 백화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얼마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용자들이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어서 대환대출 구성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DSR 규제로 제한되고 영업시간만 가능한 대환대출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1억원 넘게 대출을 받은 차주를 대상으로 시작한 개인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대환대출을 이용하는데 제한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1금융권(은행)은 DSR 40%. 2금융권은 50%로 규제된다.

개인별 DSR이 시행되기 전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이 이미 금융사에서 2500만원 이상의 원리금을 상환해 오고 있다면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없다. 이를 두고 대환대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환대출로 차주가 더 싼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어 DSR 비율도 낮출 수 있고 결론적으로 대출 총액이 늘어나지도 않지만 이미 DSR 규제를 넘었다는 이유에서 해당 차주에게 대출을 갈아탈 기회마저 제공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측은 "소비자는 대출금을 일부 상환하는 등 DSR 규제 비율을 준수하는 경우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환대출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24시간 상시 대출을 갈아탈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대환대출 서비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이용 가능히며 주말에는 대환대출 서비스가 안 돼 결국 직장인들은 대환대출을 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짬을 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점심시간에 부랴부랴 은행 영업점 가서 업무를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권의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가 저조한 것은 수익 기여보다 연체 등 미상환 리스크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결과로 보인다"며 "대환대출을 통해 금리를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금융기관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지원 등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