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러 경제 협력,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지난 7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쿨릭 대사. /사진=장동규 기자
머니S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러 경제 협력,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와 지난 7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은 쿨릭 대사.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러 대사 "우크라 전쟁, 러시아 용납 못한 서방의 작품"(우크라이나 전쟁)
② 러시아 대사 "한화·루블화 결제시스템 도입하자"(한·러 경제 협력)
③러 대사 "제재로 북한 이길 수 있단 생각은 환상"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최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국가가 있다.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 문제를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5㎜ 포탄의 국내 비축량이 며칠 분이냐"는 질의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는 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설전을 벌였다.


반면 한기호 의원(국민의힘·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을)은 "탄약에 대한 걸 공개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무기 지원 세부 내용 공개에 반대했다.

러시아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에 남아있는 글로벌 완성차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한·러 관계가 복잡해진 가운데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다. 쿨릭 대사는 지난 2018년 대사 부임 직전까지 러시아 외교부 제1아주국 국장을 역임한 지한파다.

머니S는 러시아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쿨릭 대사와 지난 7일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사전 의제만 정한 채 시간제한 없이 자유로운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인터뷰는 ▲우크라이나 전쟁 ▲한·러 경제 협력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등 3가지 주제로 진행됐다(머니S는 쿨릭 대사와의 인터뷰를 주제별로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우크라이나, 서방의 도구"

사진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시 전장 모습. /사진=로이터
사진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시 전장 모습. /사진=로이터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원인은 무엇인가.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이다. 소련 해체 이후 한 국가(미국)가 냉전에서 이겼다며 승자국을 자처했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 파괴를 도모했다. 이들은 러시아 안보를 끝없이 위협했다. 5차례에 걸친 나토의 동진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미국은 지난 2008년 우크라이나에 나토 가입을 제안했다. 만약 그 당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했다면 러시아를 향한 위협이 커졌을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은 탄도탄요격미사일규제조약(ABM)에서 탈퇴했다. 나토는 러시아 국경 인근에 군사 기지와 생명실험실을 배치·건설하기 시작했다.

- 대화와 외교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나.

▶지난 2021년 말 러시아는 나토에 한가지 제안을 했다. 러시아의 안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었다. 러시아는 크게 3가지를 요구했다. 첫번째는 나토의 동진 중단이다. 두번째는 나토의 군사 인프라를 지난 1997년 수준으로 원복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와 '나토 기본 조약'을 서명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미국 등 나토는 우리의 제안을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우리는 깨달았다. 미국은 러시아의 사회·정치 체제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은 러시아처럼 '독립적이면서도 강한 국가'의 존재를 용납 못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서방은 운이 좋다. 우크라이나라는 도구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반러 도구로 활용한다는 말인가.

▶우크라이나는 소련 해체 이후 줄곧 '반러'를 기본 국가 운영 원칙으로 내세웠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반러 국가로 만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지난 2014년 폭발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불법적인 쿠데타가 이뤄진 직후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 권력을 잡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주민들은 쿠데타 결과를 인정하지 못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분리되길 희망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반우크라이나 민심이 들끓었다. 그러자 약 8년 동안 키이우 정권은 돈바스 지역에 사회·경제·교통 분야를 봉쇄했다. 이러한 키이우의 정책은 서방의 지지를 얻었다. 서방은 또 우크라이나에 군사 시설을 배치했다.

"특별군사작전, 불가피한 선택"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권이 (지난해) 3월 돈바스에 대한 공격을 계획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러시아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특별군사작전은 부득이하게 시작됐다. 특별군사작전의 첫번째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다. 이밖에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보호도 주요 목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권과 서방이 이번 사태를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전쟁을 먼저 일으킨 측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이다. 물론 러시아도 무력을 사용했다. 다만 우리는 대규모 전쟁을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는 결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벌어지는 전쟁이 아니다. 러시아와 서방 간에 벌어지는 전쟁이다. 나토는 전력을 다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의 전략적인 패배'다. 전략적인 패배는 '러시아의 파괴'를 의미한다.

- 평화협정이 시급해 보이는데.

▶물론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정착할 수 있다. 러시아는 평화를 지향, 희망한다. 다만 이를 위해선 우크라이나군이 전투를 중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제공도 중단돼야 한다. 또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의 중립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비핵국가로 남아야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앞으로 나토와 같은 블록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것도 보장받아야 한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내 새로운 영토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어권 주민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법인·개인 등에 대한 국제 재판 절차를 전부 중단해야 한다.

"러시아 경제 굳건… 서방 제재 실패"

사진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 모습. /사진=로이터
사진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 모습. /사진=로이터


- 전쟁 이후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러시아는 전례 없는 대규모 제재 공격을 받고 있다. 제재 건수로 러시아는 전 세계 1위다. 북한과 이란보다도 더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 서방 제재의 가장 큰 목표는 러시아의 사회와 경제 파괴다. 서방은 제재를 통해 러시아 국민의 민생을 흔들려 했다. 서방은 민심을 흔들어 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리길 원했다.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에서 제외한 이유다.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폭파도 서방의 작품이다. 서방은 이처럼 러시아에 전면적인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수많은 예측이 나왔다. 일각에선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수십 포인트 역성장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그러나 러시아 파괴 계획은 실패했다. 정부의 경제 안정화 정책 덕분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러시아 GDP는 2.1% 역성장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거시경제도 안정됐다. 인플레이션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실업률도 3.6%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 저항 경제(resistance-economy)를 택한 국가들은 구체적인 로드맵을 필요로 한다.

▶맞다. 우리도 '달성해야 하는 목표 6가지'가 있다. 러시아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첫번째는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파트너국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국가는 40개가 채 안된다. 나머지 국가들은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현재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은 앞으로도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봉쇄됐다' 등의 주장을 펼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서방보다는 동쪽, 북쪽보다 남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물론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국화 결제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번째는 러시아 기술 주권 강화다.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는 서방 기술 분야에 의존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선 IT, 자동차, 기계·설비 등 분야에서 독립성을 키워낼 것이다. 세번째 목표는 '재정 독립성'이다. 앞으로 서방 금융 재산이 러시아에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네번째 목표는 교통 인프라 발전이며 그 다음 목표는 러시아 국민 삶의 질 향상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대표적이다. 마지막 목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국민 보호'다. 방금 언급한 6가지 목표는 모두 나약한 국가가 가질 만한 목표가 아니다. 이처럼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 중에도 정상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