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지속 가능성과 대박 가능성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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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경제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5월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국가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최대 리스크는 고령화와 생산가능 인구감소 등 '인구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 결과 2025년부터 한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2.0% 수준으로 하향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추세라면 한국은 2050년 최악의 신용등급을 가진 국가로 전락한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난 70년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55년(6.36명)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정부의 출산억제 정책을 통해 1971년 4.5명과 1980년 2.9명을 기록했다. 근대 한국경제사 최대 사건인 1997년 국가부도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2000년(1.48명)부터는 저출산 국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맞은 뒤 2016년 1.17명, 2018년 0.98명으로 떨어졌다.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기간인 지난해 0.78명이라는 역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정리하면 출산율을 급격히 떨어뜨린 변곡점 두 군데만 보면 각각 경제적인 이유와 심리적인 이유가 작용했다고 해석된다.
한국의 저출산 원인은 다섯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지난 15년간 지나치게 상승한 주택 가격은 이제 선진국 주요 도시 수준이다.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자신감을 크게 저하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둘째, 한국의 노동시간이 너무 길고 복지는 취약한 탓이다. 북유럽 수준의 사회보장 제도와 워라밸이 가능한 사회를 만든다면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셋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디지털 콘텐츠의 무한공급으로 MZ세대의 피로감과 시간부족 현상이 이전세대보다 강하고 디지털 실제감으로 오프라인 현실에서의 어색함과 흥미 상실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한국인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75% 수준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반면 양성평등은 아직도 100위권이다. 여성들의 높아진 인생 기대감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한 좌절감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물질주의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 많이, 더 높게 물질을 추구하는 가치관은 남과 비교하는 세태와 결합해 한국인을 지속해서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지속가능성의 유일한 해법은 이민 정책이다. 한류 이민청을 조속히 만들고 재능있는 외국 젊은이들을 노동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현재 우리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 젊은이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코인과 도박, 그리고 빚투 등 '대박 가능성'만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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