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 명분 커졌다… 기업들 대체 시장 찾기 가속도
[머니S리포트 - 흔들리는 中경제, 韓 생존법은] ③ 중국서 발 빼는 기업들, 동남아로 눈 돌린다
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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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중국의 경제환경이 급속도로 침체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수요둔화, 미국과의 공급망 패권다툼에 따른 통상환경 변화 등의 여파로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까지 겹치며 디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하반기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업계는 중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사업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차이나 리스크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탈(脫)중국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이나 리스크'의 후폭풍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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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물 건너간 '리오프닝' 효과… 차이나 리스크에 수출 초비상
②발등에 불 떨어진 산업계… 中 리스크에 수요 부진 우려
③'脫중국' 명분 커졌다… 기업들 대체 시장 찾기 가속도
①물 건너간 '리오프닝' 효과… 차이나 리스크에 수출 초비상
②발등에 불 떨어진 산업계… 中 리스크에 수요 부진 우려
③'脫중국' 명분 커졌다… 기업들 대체 시장 찾기 가속도
차이나 리스크 현실화로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건설 위주의 경제성장 전략을 유지해 온 중국은 부동산 위기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면서 탈중국에 나서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악재에 꺼져가는 '차이나 드림'
현재의 경제위기 이전에도 미·중 무역 분쟁,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 인건비 상승 등으로 중국의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의 '2023년 국내 82개 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 분석'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이 현재 운영 중인 해외 계열사는 지난해보다 399곳 늘어난 5686곳으로 집계됐다.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내 해외 계열사는 1321곳으로 전년 대비 152곳 확대됐다. 베트남(268→ 299곳)을 비롯해 싱가포르(186→ 206곳) 인도네시아(166→ 187곳) 인도(142→ 154곳) 스페인(116→ 140곳) 등에서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보다 겨우 5곳 늘어난 845곳에 그쳤다. 전체 해외 계열사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5.9%에서 올해 14.9%로 감소했다.
해외 기업도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시작된 미·중 분쟁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생산기지를 옮기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일부 '픽셀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있다. 테슬라도 중국 내 생산량을 20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수정하고 상하이 기가팩토리 증설을 연기했다.
중국에서 주력으로 제품을 생산하던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4에 이어 현재 인도 타밀나두주에서 아이폰15 생산에 나섰다. 애플의 최대 생산업체인 폭스콘은 5억달러(약 6600억원)를 투자해 인도에 부품 공장 2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애플의 협력사들은 인도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탈중국 속도 내는 삼성, 고민 깊은 SK
삼성그룹도 중국 사업장을 축소하고 생산처를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중국 계열사는 2018년 87곳에서 올해 65곳으로 5년 만에 약 25% 줄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선전 통신 공장과 톈진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탈중국 신호탄을 터트렸다. 이듬해 스마트폰 생산처인 후이저우 공장까지 철수하면서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을 멈췄다. 중국의 빈자리는 인도가 채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인도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23과 플립4·폴드4 등 주력 스마트폰 생산을 시작했다.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액정표시장치(LCD)편광판 사업을 중국 화학소재 기업인 산산(Shanshan)에, 2021년 쑤저우 LCD 생산라인을 중국 TV제조사인 TCL의 자회사에 각각 매각했다. 삼성SDI는 2021년 배터리팩을 생산하는 창춘공장과 우시공장을 모두 철수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 해 선박 블록을 만드는 닝보공장을 접고 산둥 룽청공장으로 생산처를 일원화했다.
SK그룹도 중국 생산 시설을 이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다롄 등에서 낸드플래시,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주력 품목인 D램 생산량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타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다만 현재 SK하이닉스가 다롄에서 낸드플래시 2공장을 건설 중이란 점에서 당장 중국 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로운 '기회의 땅' 찾아 떠난 현대차·LG
현대자동차그룹은 중국 공장을 축소하며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계열사 현대제철은 현지 수요 부진으로 베이징과 충칭법인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이미 충칭 5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하반기 중 추가로 공장 1곳을 멈출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는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3대 자동차시장인 인도로 눈을 돌렸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의 인도 공장을 인수했으며 올해부터 10년 동안 2000억루피(약 3조2300억원)를 투자해 생산설비를 확충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14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에서 생산과 소비를 모두 잡겠다는 목표다.
LG그룹도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LG전자는 2020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을 생산하는 쿤산 법인을 청산한 뒤 베트남으로 생산 법인을 일원화했다. 같은 해 주방기기 부품을 생산하던 톈진 법인과 가정 유통 법인인 하이프라자 선양도 청산했다. LG전자는 최근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에서 일반형 냉장고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도 이곳에 진출해 휴대전화 카메라 모듈과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 진출 메리트가 떨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계기로 대체 투자처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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